EASY한 세계여행

호주 멜버른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에서 무려 7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상위권에 랭크된 곳이 있습니다. 바로 호주 멜버른입니다. 이곳은 오랜 기간 많은 이민자들이 정착한 도시로,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워킹 홀리데이를 많이 떠나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글 _ 강이석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거대한 미지의 남방 대륙

호주(Australia)의 어원은 ‘미지의 남방 대륙(Terra Australis)’입니다. 세계에서 6번째로 큰 이 대륙은 17세기 초 항해 기술을 발달시켜 온 네덜란드인에게 최초로 발견되었습니다. ‘뉴 홀란드’라는 이름이 붙여졌지만, 불모지(Outback)가 많은 탓에 200년 넘게 미지의 땅으로 남게 됩니다. 그 후 18세기 후반에 영국의 제임스 쿡 선장에 의해 동부 해안 지역이 개척되며 유럽 문명이 시작되었습니다.

호주의 면적은 770만 제곱킬로미터로 대한민국의 약 77배에 달할 만큼 거대하지만, 인구는 약 2천 5백만 명으로 인구밀도가 낮은 편인데요. 호주 영토 대부분이 건조 기후의 불모지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인구 대부분은 온대 기후가 나타나는 동부 해안가에 살고 있습니다. 이곳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호주의 대표 도시 멜버른이 있습니다.


유럽을 느낄 수 있는 도시

호주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도시로 대부분 오페라 하우스가 있는 시드니를 떠올릴 텐데요. 의외로 호주의 최대 도시는 멜버른입니다. 2021년 기준 멜버른의 인구는 487만 명으로 시드니에 비해 근소하게 앞섭니다. 멜버른은 1860년에 금광이 발견되고 나서 인구가 폭발적으로 급증했습니다.

더불어 멜버른의 구시가는 ‘남반구의 파리’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개척 초기의 건축물들이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특히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기차역인 플린더스 스트리트역이나 19세기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세인트 폴 성당 앞을 걸으면 마치 유럽을 걷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반면 안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자유로운 예술가들의 흔적이 남겨진 그라피티 거리인 호시어 레인이 있습니다. 이곳은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촬영지로 한국 관광객에게 유명한 명소입니다. 


멜버른은 도시 전체가 거대한 그물망처럼 트램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총길이 250km, 26개에 달하는 노선으로 도심 안팎이 촘촘히 연결되어 있어, 시민들뿐만 아니라 여행객들에게도 최고의 교통수단입니다. 게다가 트램으로 도시 중심부의 주요 명소를 승차권 없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빼곡한 건물로 가득 찬 멜버른 다운타운의 남쪽에 위치한 프린스 다리를 건너면 알렉산드라 가든을 비롯하여 멜버른 파크, 야라 공원 등 다양한 정원과 공원들이 펼쳐져 있습니다. 이 거대한 규모의 숲으로 가득 찬 초록색 공간은 야라 강 건너편에 우뚝 솟은 도심 속 건물들과 묘하게 어우러집니다. 푸른 잔디와 우거진 나무숲 사이를 걷다가 아늑한 카페에 들러 세계적으로 유명한 호주 커피 한잔을 즐기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도시 
호주는 남반구에 자리 잡고 있어서 우리나라와는 계절이 정반대입니다. 또한 거대한 국토 면적 때문에 위도대별로 다양한 기후가 나타납니다. 적도 부근에 위치한 도시 다윈은 건기와 우기가 반복되는 사바나 기후이며, 남서쪽 끝자락에 위치한 도시 퍼스는 여름에 뜨겁고 건조한 지중해성 기후가 나타납니다. 멜버른은 서안 해양성 기후입니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편서풍의 영향으로 여름은 14~26°C, 겨울도 6~14°C로 그다지 춥지 않습니다. 온화한 기후 덕분에 많은 이민자들이 멜버른에 정착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멜버른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있죠. 그레이트 오션 로드(Great Ocean Road)는 총 243km의 해안 도로로 유명한 드라이브 코스입니다. 해안 절벽과 바다가 만들어내는 압도적인 풍경을 자랑합니다. 해안도로를 따라 한참을 달려 도착한 12사도상은 경이로움 그 자체입니다. 수십만 년 동안 파도가 정성스럽게 조각해 놓은 석회암 기둥들은 압도적인 규모의 해안 절벽과 절묘한 조화를 이룹니다. 12사도상을 감상하는 방법 중에서 헬기를 타고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바다와 하늘이 맞닿는 수평선과 거대한 파도에 잠겨 있던 석회암 기둥들, 끝없이 이어지는 해안선은 마치 자연이 만들어낸 거대한 파노라마와 같습니다.



다른 듯 조화로운 도시
1900년대 이후 호주의 산업이 발달하면서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중국인을 비롯하여 수많은 아시아인이 지속적으로 이주했죠. 그 결과, 호주는 더 이상 유럽계 백인이 주류인 국가라고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과거 호주는 백인이 아닌 인종의 이민을 제한하고 차별하는 ‘백호주의’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다문화 국가로, 거주자의 50% 이상이 해외에서 태어난 사람입니다. 인구 5백만 명의 멜버른은 이민자들의 도시답게 다양한 국적의 음식점으로 가득합니다. 유럽풍 건물들 사이로 지나가는 트램을 바라보며 베트남 쌀국수를 즐길 수 있는 곳이죠. 
왜 많은 사람들이 멜버른을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라고 할까요? 땅덩어리에 비해 작은 인구, 비교적 잘 갖춰진 사회 제도 그리고 유럽의 흔적이 남아있는 도시 건축물과 온화한 기후까지. 결국 다양한 사람들이 조화롭게 살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멜버른을 통해 살기 좋은 도시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2025-02-01

강이석: 춘천여자고등학교에서 지리 교사로 재직 중이다. 동시에 유튜브 채널 ‘지리는 강선생’을 활발하게 운영하는 동영상 크리에이터이기도 하다. 저서로는 《여행이 부르는 노래》 《하마터면 지리도 모르고 세계여행할 뻔했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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