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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다크니스, 그림자를 대비하라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도 짙다. 메티버스로 새로운 혁신을 경험할 수 있지만 안전, 프라이버시 이슈 등 예기치 못한 위험이 등장했다. 인터넷의 발명 이후 사이버 범죄, 인터넷 중독, 불법 콘텐츠 등의 다양한 문제가 생긴 것처럼 말이다. 메타버스의 그림자에 숨은, 우리가 대비해야 할 위험을 살펴보자.
글 _ 이승환(《메타버스 초보자가 가장 알고 싶은 최다질문 TOP 45》, 《메타버스 비긴즈》의 저자)

메타버스와 안전 이슈
2016년 7월 13일, 미국 뉴욕주에서 증강현실게임 ‘포켓몬GO’로 인한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한 자동차 운전자가 운전 도중 게임을 하다가 나무를 들이받은 것이다. 이후에도 유사한 사고가 이어졌는데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15세 소녀가 포켓몬을 잡으려고 차도를 횡단하다 차에 치여 다치기도 했다.
2017년, 미국 퍼듀대학교 연구진은 보고서 《포켓몬GO로 인한 죽음》을 발표했다. 2015년 3월부터 2016년 11월까지 인디애나주에서 발생한 1만 2천여 건의 교통사고 데이터를 분석했는데 포켓몬GO가 출시된 2016년 7월 이후 교통사고가 급격히 증가했음을 확인했다. 특히 게임 진행을 위해 필요한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장소인 ‘포켓스탑’ 100m 이내 구역의 교통사고가 무려 26.5%나 증가했다. 이로 인해 발생한 사회경제적 피해는 최대 70억 달러(약 9조 원)에 달했다. 이에 포켓몬GO의 제작사 ‘나이언틱’은 걷는 속도보다 빠르게 움직이면 ‘운전 중에 게임을 하지 말라’는 경고 알림과 시속 30마일이 넘으면 포켓몬이 등장하지 않게 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했다.
포켓몬GO로 인해 법적 분쟁도 일어났다. 캘리포니아주 주민 12명은 포켓몬GO 유저들이 포켓몬을 잡기 위해 무단으로 사유지를 침입했다며 나이언틱에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또한, 밀워키 시정부는 포켓몬GO로 인해 공원에 쓰레기가 늘어나고 시설이 훼손되면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한 것을 원인 삼아 게임 개발 기업에 추가 비용을 부담하는 조례를 만들기도 했다. 메타버스의 시초격인 포켓몬GO가 많은 문제를 일으킨 만큼, 증강현실을 기반으로 한 메타버스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메타버스와 혁신 기기

우리는 다양한 혁신 기기를 이용해 메타버스에서 상호작용하고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를 데이터 측면에서 바라보면 햅틱 글로브, 센서 슈트 등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해 사용자의 심박수, 근육 긴장, 미묘한 표정 등과 같은 생체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이 가능하다.

한데 메타버스에서 수집되는 데이터는 규모가 방대하고, 매우 민감한 데이터까지 포함한다. 스탠퍼드대학교 가상인간 상호작용 연구실에 따르면, 메타버스 체험 단 20분 만에 사용자로부터 200만 개의 데이터가 수집되었다고 한다. 메타버스에서 사용자가 어느 곳을 쳐다보는지, 어떠한 행동을 하는지 등 혁신 기기와 서비스에서 수집하는 데이터의 양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하다.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만큼, 혁신 기기의 사용은 프라이버시 침해를 초래하기도 한다. 2021년 9월, 아일랜드 데이터보호위원회(DPC)는 ‘메타’의 스마트 안경 ‘레이벤 스토리’가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해당 안경에 있는 작은 버튼을 누르면 짧은 영상이나 사진을 촬영할 수 있고 SNS에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다. DPC는 레이벤 스토리의 외관이 일반 안경과 차이가 크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촬영 중인 것을 파악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신체 부적응 이슈도 존재한다. 헤드셋이나 글래스를 사용한 후 구역질이나 현기증, 공간 인지 능력 상실과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또, 적절한 통제 없이 가상 환경에서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보낼 경우 가상현실 중독, 인지 부조화, 부정적정서 강화, 폭력 행동 모방 등의 심리적인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메타버스와 불법 행위
메타버스 공간에서 성범죄가 발생하기도 한다. 2021년 12월, 메타에서 출시한 메타버스 플랫폼 ‘호라이즌 월드’에서 한 이용자가 성범죄 피해를 호소했다. 메타버스 연구 업체의 ‘니나 파텔’ 은 호라이즌 월드에서 당한 성범죄 경험을 온라인에 공유했다. 당시 파텔의 아바타는 4명의 남성 아바타에 둘러싸여 집단 성폭행을 당한 뒤 음성 채팅을 악용한 성희롱까지 당했다. 그는 ‘현실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끔찍한 경험이자 악몽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처럼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들을 활용한 메타버스 경험은 현실과 유사한 수준의 두려움을 가져다줄 수 있다. 특히 어린아이의 경우 그에 따른 피해 정도가 더욱 크다. 이에 메타는 호라이즌 월드에 아바타 간 거리 유지 기능을 도입했다. 아바타 주변에 ‘개인 경계’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공간을 추가하고, 아바타 간 4 ft (약 120㎝)의 거리를 유지하도록 했다.



기술 혁신과 기술 위험은 동전의 양면처럼 항상 서로를 동반한다. 기술 위험을 통제하지 못하면 기술 혁신은 목적한 만큼의 사회 · 경제적 효과를 달성하기 어렵다. 따라서 우리는 메타버스를 활용한 경험 설계 시 안전, 프라이버시 이슈 등 다양한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 향후 메타버스 안에서 더 많은 윤리적 과제가 제기될 것이고, 보다 광범위한 해결책이 요구될 것이기 때문이다. 가이드라인에 따라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대응 매뉴얼을 미리 준비하자.

2022-09-01

이승환: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서 메타버스, 가상융합, AI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메타버스 TF 자문위원, 과기정통부 메타버스 얼라이언스, 교육부 실감콘텐츠 심사위원회 위원 등 다수의 메타버스 관련 정책 수립에 참여했다. 저서로는 《메타버스 초보자가 가장 알고 싶은 최다질문 TOP 45》 《메타버스 비긴즈》 《메타버스와 함께 가는 문화예술 교육》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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