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공지능

나의 직장상사가 AI라면?

인공지능은 세상을 어디까지 변화시킬까? 사람이 인공지능을 관리하는 걸 넘어서, 인공지능이 사람을 통제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어쩌면 사람들은 인공지능 상사에게 잘 보이는 법, 인공지능 처세술과 같은 정보를 원하게 될지도 모른다.

글 _ 이장우 (한국인공지능포럼 회장)



198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한 산업용 로봇은 사람이 하던 일을 대신하기 시작했다. 대개 그 일들은 사람들이 하기에 힘들거나 위험한 일이었다. 그 덕에 사람들은 좀 더 안전하고 편한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됐고, 자신의 영역에 로봇이 개입하는 것을 딱히 반발하지 않았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인건비를 줄일 수 있었기에 환영할만한 일이었다.

오늘날, 인공지능은 더욱 다양한 업무에서 사람을 대신하여 일을 처리하고 있다. 단순 작업을 넘어서 사람들의 직무수행에 대해 평가하거나 업무를 지시하기도 한다. ‘인공지능 직장상사’가 등장한 것이다.


편견은 없고 정보는 있는 인공지능 직장상사

인간과 인공지능 상사의 가장 큰 차이라 한다면 감정의 유무일 것이다. 우리는 인간관계를 맺을 때, 사적인 감정이나 편견을 갖곤 한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다르다. 모든 것을 철저하게 분석된 데이터와 알고리즘으로 판단한다. 개인적, 사회적, 문화적 편향성의 영향을 받지 않고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실제로 인공지능 상사는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미국의 보험 회사 메트라이프의 콜센터에서는 직원이 전화 상담 도중 말을 너무 빨리 하면, 인공지능 상사가 컴퓨터 화면을 통해 ‘말 속도를 줄이시오’라고 지시를 내린다. 또한 직원의 음성에 활기가 없으면 ‘에너지를 충전하시오’라는 지시가 떨어지기도 한다. 최근에는 미국 프로야구에서 인공지능을 심판으로 세우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투수가 던진 공의 정확한 궤적을 추적하여 스트라이크 여부를 판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심판의 자질을 의심하게 했던 스트라이크 판정 시비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인공지능이 평가하는 면접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종업원 수 300명 이상,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중 22.1%가 인공지능을 활용해 직원을 채용하고 있거나, 활용할 계획이 있다고 한다. 이미 미국의 구글과 IBM, 영국의 유니레버, 일본의 소프트뱅크 등은 ‘AI 채용’을 실시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통해 채용을 하게 되면 공간, 인력, 시간에 대한 비용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또한 인맥, 학맥 등 각종 부정적인 요소를 차단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많은 기업들이 채용에 있어서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이유이다.

물론 인공지능 면접이 언제나 옳은 것만은 아니다. 실제로 인공지능 면접에서 큰 오류가 발생했던 적이 있다. 2014년부터 인공지능을 활용한 채용시스템을 개발해왔던 아마존은 2018년 인공지능 채용시스템을 폐기했다. 편견 없이 공정하게 인재를 채용하고자 도입한 인공지능이 여성을 차별했다는 게 그 이유였다. 인공지능은 기존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프로그래밍하고 스스로 학습을 하는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그동안 IT 기업 지원자 중에 압도적으로 남성이 많았던 탓에, 인공지능 스스로 남성 편향적 성향을 갖게 된 것이다. 여대를 졸업했거나, ‘여성 체스 동호회’에서 활동한 지원자들에 대해 박한 평가를 내렸고, 급기야는 이력서 자체에 ‘여성’이라는 단어만 들어가도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편향적인 모습을 보였다.



인공지능에게 잘 보이고 싶은 사람들
다양한 스펙과 훌륭한 능력을 갖고 있는 지금의 취업 준비생들. 이들은 모의면접, 그룹 스터디를 통해 일자리를 구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등장한 인공지능 면접은 이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사람이 아닌 카메라를 마주하며 평가를 받고, 간단한 질문만으로 자신의 성향을 진단받게 되었으니 말이다. 오죽하면 인공지능 면접 과외도 생겨났다. 온라인, 오프라인 강의부터 모바일 앱을 통한 모의면접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이제는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에게 잘 보이기 위한 방법을 찾게 된 셈이다.

무분별한 인공지능의 도입은 우리를 인공지능에게 잘 보여야만 취업하고, 인공지능 상사에게 잘해야 승진할 수 있도록 만들지 모른다. 참 아이러니하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불필요한 피곤함을 줄여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했던 게 인공지능인데, 이제 우리는 인공지능에게 잘 보이는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 이는 인공지능이 단순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과 컴퓨터가 아니라, 인간과 유기적 관계를 맺는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직장 내에 인공지능을 성공적으로 도입하기 위해선, 세밀하게 분석하고 효과적인 활용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잊지 말자. 인공지능은 그들이 우리 인간을 사용하는 것이 아닌, 우리가 사용하고 활용하는 도구이다.

2020-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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