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 트렌드

K-컬처

K-Pop, K-Drama, K-Food 등의 단어 앞에 붙는 접두사 ‘K’는 우리나라 문화를 글로벌하게 이야기할 때 자주 쓰인다. 그리고 MZ세대, 그중에서도 Z세대를 다른 세대와 구분 짓는 키워드 중 하나다.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 대중문화를 자랑스러워하는 20대는 49.6%로 과반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14년이 지난 2022년 조사에서는, 대부분(96.2%)이 자랑스럽다고 응답했다. 어릴 때부터 한국 대중문화의 세계적인 인기를 경험한 지금의 20대는 자랑스러운 접두사 ‘K’의 수준을 당연하게 여긴다.
글 _ 김효정(《MZ세대가 쓴 MZ세대 사용설명서》의 저자)



요즘은 ‘헬조선’ 대신 ‘국뽕’이라는 말이 꽤 자주 쓰인다. 맹목적으로 한국을 찬양하는 모습을 가리킬 때 쓰이던 이 단어가 긍정적인 의미를 지니게 된 건 ‘K-컬처’가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면서부터다. K-컬처는 초기에 ‘한류’라는 이름으로 중국, 일본을 중심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몇몇 작품과 스타에 기반해 생긴 자생적인 흐름이라 2000년대 중반에는 한류가 끝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있었다. 그러나 한류는 대중문화 외에도 음식, 뷰티 등 한국 문화 전반을 의미하는 것으로 확장되었다. 현재는 음악, 드라마, 웹툰, 게임 등의 콘텐츠에 접두사 ‘K’가 붙어 전 세계로 수출되고 있다.
한때 Z세대 사이에서 어떤 콘텐츠를 보고 반응하는 모습을 찍은 ‘리액션 비디오’가 유행했다. 이를테면, 방탄소년단의 뮤직비디오를 시청하는 해외 팬들의 모습을 찍어 ‘방탄소년단 뮤비 리액션’이라고 이름 붙여 보여주는 식이다. 리액션 비디오는 대개 한국 사회와 문화의 우수한 점을 강조한다. 외국인이 한국의 우수한 치안을 체험하거나, 한국 대중교통 시스템의 편리함을 보여주는 동영상들은 수백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다. 이러한 동영상을 통해 사람들은 한국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키웠다.


출처_ 유튜브 ‘국뽕있슈’, ‘픽업뉴스’

과거 한국 사회는 선진국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이 환상에는 선진국의 사회 시스템, 정치 구조 등에 대한 동경뿐만 아니라, 선진국에 대한 ‘경험’도 포함되어 있었다. 업무, 유학, 여행 등을 통해 선진국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상황과 자본이 받쳐줘야 했기 때문이다. 선진국 경험을 통해 삶이 변화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모든 세대가 공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균열이 시작됐다. 한국 대중문화에서 비롯된 접두사 ‘K’는 우리의 수준도 선진국 못지않음을 확인시켜줬다. 이런 점에서 Z세대는 선진국에 대한 환상이 없는 최초의 세대다. 세계 어디를 가도 ‘안녕하세요’가 통한다는 것을 안다. 한국에서 성공하는 것이 곧 외국에서도 인정받는 길이라는 것을 안다. 미국 방송에서 자연스럽게 한국어로 인터뷰하는 BTS나,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로컬 시상식’으로 정의 내리는 봉준호 감독에게 공감을 표하는 Z세대가 많은 이유다.



2023년 1월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 · IT 전시회 ‘CES 2023’에는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을 포함해 174개국 3천여 개사가 총출동했다. 이 대규모 행사에 가장 많은 기업을 내세운 두 나라는 미국과 한국이었다. 500여 개의 크고 작은 한국 기업 중 대부분은 신선한 아이디어와 기술로 무장한 청년 스타트업이었다. 30대 초반의 나이로, 창업 15개월 만에 CES라는 무대에 오른 가상현실 아바타 기술 스타트업 ‘앙트러리얼리티’의 이동윤 대표도 그중 하나다. 그에게는 기업의 규모나, 설립 연도가 장애물이 되는 것 같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특장점에 대한 ‘자부심’인 듯했다. 남과 비교하는 일 없이 내가 잘 하면 되는 세대. K-컬처의 부상은 어쩌면 Z세대를 포함한 모든 세대에게 ‘K’라는 이름 없이도 홀로 설 수 있는 ‘자아’를 만들어 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접두사 ‘K’는 자랑스러워 할 줄 아는 Z세대의 다른 이름이다. 선입견과 달리 Z세대에게는 성취에 대한 욕구가 분명히 있다. 물론, 다른 세대도 마찬가지다. 우리 모두 일상 속에서 소소하지만 자랑스러워 할 만한 일을 하나씩 만들어 보자. 매달 우리가 해낸 일을 칭찬하는 시간도 좋다. 처음에는 낯설고 쑥쓰러워도 칭찬 받기를 은근히 좋아하는 우리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3세대에게 K-컬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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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2022 카타르 월드컵이 폐막했죠. 우리나라 대표팀이 16강에 진출하며 축구에 관심 없었던 사람들마저 밤을 새우고 응원하게 만드는 등 전국을 뜨겁게 달궜는데요. 대표팀의 활약도 물론 인상 깊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역시 방탄소년단 멤버 정국이 화려하게 장식한 월드컵 개막식 무대 아닐까요? 이럴 때 소위 우리는 ‘국뽕’이 차오른다고 말합니다.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지나온 K-Sports, K-Drama, K-Pop 등 ‘K-컬처’의 국뽕 모먼트! 〈Z-트렌드〉 두 번째 키워드는 K-컬처입니다. Z, M, X 3세대가 경험한 국뽕 모먼트를 알아볼까요?




2023-03-02

김효정: 조선일보 사회부 및 사회정책부 기자, 주간조선 기자로 일하며 제30회 관훈언론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MZ세대가 쓴 MZ세대 사용설명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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