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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메타세쿼이아 길

글 · 사진 _ 배나영(여행작가)

백제의 왕도
공주를 걷다


 

 




 

역사의 은근한 숨결이 배어 있는 작은 도시 공주는 고즈넉하다. 송산리 고분군, 무령왕릉, 공산성 같은 세계문화유산과 중동성당, 풀꽃문학관 같은 근대역사유적이 시내 곳곳에 자리잡았다. 초록빛 싱그러운 공주를 구석구석 누벼보자. 초록은 힐링의 색이다. 싱그러운 자연의 색이다. 햇살을 받아 연두색으로 반짝이는 나뭇잎들 아래로 짙은 그늘이 드리워진 숲길을 걸으면 마음 밭에 신선한 물을 주는 기분이다. 깊게 들이마신 신선한 공기가 온몸에 상쾌함을 전한다. 공주 시내로 들어서기 전 정안천 생태공원에 들러 메타세쿼이아를 만난다.
키가 크기로 유명한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땅에도 하늘에도 나란히 길을 낸다. 하늘을 향해 뻗어 나간 나무 아래 반려견과 함께 걷는 어르신들, 근처 유치원에서 나온 아이들, 유모차를 끄는 엄마들이 저마다의 시간을 즐긴다. 약 500미터 길이의 길지 않은 산책로에 여유로움이 가득하다.
메타세쿼이아 길 아래로 연못을 따라 수생길이 이어진다. 백련, 홍련, 수련이 저마다의 색을 뽐내는 여름길은 화려하고, 몇 달이 지나면 낙엽이 소복하게 내려앉아 붉게 물든 가을길을 만들어낸다. 곳곳에 놓인 벤치에 앉아 땀을 식히면 요란한 풀벌레 소리가 정겹다.

 

 

 

송산리 고분군은 웅진 시기의 백제 왕과 왕족들이 묻혀 있는 무덤들이다. 발굴 당시에는 지금처럼 봉분이 높지 않았기 때문에 배수로 공사를 하다가 우연히 무덤을 발견했다. 현재 7기의 고분이 정비되어 있는데 백제 시대의 무덤 중에서 묻힌 사람의 신분을 알 수 있는 유일한 왕릉이자 도굴되지 않은 왕릉인 무령왕릉이 이곳에 있다.
실제 무령왕릉의 크기를 고스란히 반영한 모형전시관에서는 벽돌로 쌓아올린 무덤들의 내부를 구체적으로 재현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무령왕릉을 축조하는 과정을 디오라마로 자세히 구현해 이해를 돕는다. 연꽃무늬가 새겨진 벽돌, 고구려와 같은 사신도 벽화가 흥미롭다.
올록볼록한 봉분을 따라 바깥 산책로를 걸어보자. 언덕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걸으며 당시 무덤 주인의 모습을 짐작해본다. 소나무를 스치며 바람이 불어온다. 백제 시대부터 이 자리를 맴도는 바람인지도 모른다.

 





 

공주국립박물관은 출토된 유물만 4600점이 넘는 무령왕릉의 출토품들을 비롯해 대전과 충남지역에서 출토된 9만 점 이상의 문화재를 보관하고 있다. 그만큼 볼거리가 많은 박물관이라는 뜻이다.
박물관 입구에는 무령왕릉을 지키던 상상의 동물 진묘수가 7배 커다란 모습으로 관람객을 맞이한다. 1층에는 웅진백제실이 있어 웅진도읍기를 중심으로 한 문화재가 전시되어 있다.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유물들, 황금으로 빛나는 세련된 금제관장식, 무덤을 지키던 석수가 우리 고대문화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 2층에는 충남의 역사문화실이 있어 구석기 시대에서 조선시대까지 아우르는 충남의 문화를 살펴볼 수 있다.
공주박물관 옆에 공주한옥마을이 붙어 있다. 오래된 역사를 품은 장소라기보다는 가족 단위 숙박동을 한옥으로 만들어둔 관광지다. 짧은 고샅길에서 사진을 찍거나 예스러운 소품을 구경하기에 좋다.

 

 

2019-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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