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Road

동해시

글 / 사진 _ 신유진(여행작가)

 

 

좋은 기억으로 남은 여행지는 두고두고 떠올리게 된다. 동해 묵호가 그런 곳이다. 몇 해 전 밤 기차를 타고 묵호역에 내려, 짙은 새벽을 걸었던 시간은 지금도 행복하게 남아 있다. 그때 만난 푸른 바다와 풍경은 손으로 꾹꾹 눌러 쓴 편지처럼 자주 꺼내어 보게 된다. 이제는 묵호역까지 KTX로 갈 수 있어 한결 더 가까워졌다. 뜨거운 여름, 지쳤던 일상에 행복한 에너지를 가득 채우러 떠나보자. 동해의 아름다운 바다와 삶이 우리를 반긴다.

 







삶이 녹아 있는
논골담길 

  

묵호항 바로 옆 언덕배기에 낮은 집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다. 집과 좁다란 골목길이 어우러진 마을, 이곳이 바로 논골담이다. 논골담의 골목길은 크게 등대오름길, 논골 1~3길로 나눠진다. 몇 해 전 각 골목길과 담벼락을 따라 새로운 이야기가 더해졌다. 묵호 사람들의 진한 향기가 배인 논골담 골목길을 따라 벽화가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치 할머니가 들려주는 소담한 옛이야기같이 정겹다. 과거 묵호는 지나가던 개가 돈을 물고 다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만큼, 경제 호황을 누렸다. 벽화는 그 시절 묵호 사람들의 삶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과거 논골담에는 집집마다 명태와 오징어를 말리던 덕장이 있어 골목길에 물기가 마를 날이 없었다. 비록 지금은 사람들이 떠나고 조용한 시골 어촌마을이 되었지만, 아직도 마당에 덕장이 남아 있는 집들을 볼 수 있다. 한적한 동네를 거닐며 그 시절을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재미가 느껴진다.
논골담길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집중하다 보면 묵호 등대에 닿게 된다. 골목길을 오를수록 묵호항과 바다가 드넓게 펼쳐진다. 이곳은 묵호 바다를 아름답게 볼 수 있는 숨은 명소이기도 하다. 삶의 이야기가 가득하고 멋진 풍경까지 볼 수 있다니. 이곳을 찾을 이유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나만의 아지트 같은 
어달해변

동해에는 ‘어달’이라는 이름의 자그마한 해변이 있다. 특별한 뜻이 담긴 이름은 아니다. 어달은 고구려 시대에 사용하던 단어로, 샘이라는 의미의 ‘어을’과 산을 뜻하는 ‘달’이 합쳐진 것으로 유추된다. ‘어달’, 입안에서 감도는 느낌이 참 좋다. 어달해변은 비록 작지만 그 이름처럼 예쁘장하다. 둥그스름한 모래사장은 1km 남짓 되어 한눈에 쏙 들어온다. 번잡함보단 조용함이 매력적인 해변이다. 소담한 카페처럼 나만의 아지트 같은 느낌이 든다. 물이 맑고, 수심이 얕아서 아이들과 놀기에도 좋다. 그래서인지 가족 단위 여행객이 많이 찾는다.
묵호항에서 어달해변으로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하다. 걷기에도 적당한 거리여서 도보여행으로도 제격이다. 바다를 따라 발걸음을 이어가면 푸르름이 가득 담긴다. 걷다 보면 우뚝 솟은 까막바위를 만날 수 있고, 흰 등대와 빨간 등대가 있는 어달리 방파제가 반긴다. 덕분에 어달해변으로 가는 길은 심심할 틈이 없다. 갯바위 위로 쏟아지듯 몰려오는 파도가 여름의 열기도 함께 씻어주는 것 같다. 우렁찬 파도 소리는 마음마저 시원하게 해준다. 바다를 실컷 보고 싶을 땐 이만한 코스도 없겠다.



 


 

 

동해시의 ‘맛’을 찾아서
대우 칼국수(장칼국수) VS 피오레(수제버거)

 




한 번 먹으면 반하는
대우 칼국수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종업원들의 친절한 목소리가 반긴다. 이른 시간에도 손님이 제법 많았다. 맑은 칼국수는 익숙하지만, 장칼국수는 비교적 새롭다. 빨간 국물의 장칼국수는 국물을 먼저 먹어 봐야 한다. 한 입 먹으면 칼칼한 맛이 입 안 가득 퍼진다. 고추장의 텁텁함이 없다. 자극적이지 않고, 간이 강하지도 않아 누구라도 부담스럽지 않게 먹을 수 있다. 부드러운 면발과 장국물이 어우러져 참 맛있다. 저렴한 가격을 보고 나니 더 맛있어 진다.
옆 테이블의 손님들은 소주가 생각나는 맛이라며, 자꾸 숟가락이 간다는 대화가 이어졌다. 그 대화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국수만으로 부족하다면 공깃밥을 추가해 먹어도 좋다. 땀을 뻘뻘 흘리며 먹고 나니 이열치열이란 말이 딱 맞다.



주소: 강원도 동해시 일출로10

전화번호: 033-531-3417

운영시간:  am 8시 30분 ~ pm 8시

대표메뉴: 장칼국수 5000원, 공기밥 1000원




  



별미를 먹고 싶다면 

피오레


가끔씩은 여행에서도 별미를 먹고 싶을 때가 있다. 바닷가에 왔다고 매번 해산물을 먹는 것도 심심한 느낌이 들 땐, 다른 음식을 찾게 된다. 하평해변 인근에 위치한 피오레는 수제버거로 유명하다. 다양한 종류의 수제버거 중 머쉬룸크림 버거가 이 집의 시그니처 메뉴이다.
딱 보자마자 일단 좋은 재료로 만든 버거임이 느껴진다. 실제로 고기는 호주산을 사용하고, 야채는 직접 기른 유기농 채소를 쓴다고 한다. 마치 엄마가 만들어준 것처럼 정성과 건강함이 느껴진다. 해시 브라운과 고기패티에 부드러운 머쉬룸 크림이 어우러진다. 버거 위쪽에는 다양한 채소가 같이 나오는데 고기의 기름진 맛을 깔끔하게 잡아 준다. 쌉쌀한 채소가 생각보다 잘 어울린다. 강한 맛에 지친 우리에게 휴식 같은 한 끼가 되어 준다. 치즈가 잔뜩 올라간 모짜렐라 버거도 인기가 많으니 추천한다.



주소: 강원도 동해시 평원1가 120 임계한우타운 2층

전화번호: 033-533-9952

운영시간: am 11시~pm 10시 30분(Break Time 16시 ~ 17시, 월요일 휴무)

대표메뉴: 머시룸크림 1만 700원, 모짜렐라 1만 700원, 피오레 7800원







 

동해시의 ‘향’을 찾아서
등대 카페 VS 카페무위






바다가 한 눈에 펼쳐지는
등대 카페


등대 카페는 묵호등대 바로 아래에 위치해 있다. 이전부터 몇 번 봤지만, 관광지에 있는 그저 그런 카페란 생각에 지나쳤던 곳이다. 뜨거운 태양에 힘들었던 어느 여행 날, 땀을 식히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들어간 이곳에서 의외의 감동을 느꼈다.
등대 카페에서 바라본 동해바다는 단연 최고였다. 정말 한없이 바라봐도 좋은 풍경이 이곳에 있다. 푸른빛의 깊고 잔잔한 바다가 펼쳐진다. 옆에서 함께 바다를 보던 꼬마도 연신 감탄사를 쏟아 냈다. 사방이 뻥 뚫려있어, 불어오는 바람에 절로 땀이 식는다. 머리 속을 가득 채우던 생각들도 이곳에 앉아 있으니 자연스레 사라진다.
언덕을 따라 테이블이 곳곳에 놓여 있다. 야외 테이블에 앉기 너무 덥다면 실내 공간을 이용할 수도 있다. 커피 맛은 괜찮지만, 비교적 연한 편이라 커피를 진하게 마신다면 샷 추가가 필수다.


주소: 강원도 동해시 등대오름길34-3

전화번호: 031-531-6777

운영시간: am8시~ pm 8시

대표메뉴: 아메리카노(ICE) 4000원, 카페라떼(ICE) 4500원, 생과일주스 5000원







 

바다가 그림이 되는 곳

카페무위


묵호항에서 어달해변으로 가는 해안도로에 카페무위가 있다. 바깥에서 보는 것보다 공간이 넓고, 혼잡하지 않아서 좋다. 일단 카페에 들어갔을 때 창 밖으로 펼쳐지는 바다에 한번 놀라고, 커피를 마시고 또 한 번 놀란다. 유리창 너머로 바다가 어우러지는데, 그 자체가 한 폭의 그림이다. 파란 바다와 하늘, 파도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창 밖의 어달리방파제와 등대는 운치를 더해준다. 그 경관에 넋을 잃는다.
솔직히 커피 맛은 기대하지 않았다. 경치로 먹고 사는 카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허나 커피를 한 모금 마셔보고선 성급한 판단이었음을 반성한다. 커피가 참 맛있다. 시원하게 넘어가는 진한 커피의 맛에 기분까지 청량해진다. 커피 종류도 다양하다. 날이 선선해지면 럼이 들어간 따뜻한 아이리쉬 커피를 마시러 다시 가봐야겠다.


주소: 강원도 동해시 일출로185
전화번호: 033-533-4026

운영시간: am 10시 ~ pm 10시(매주 화요일 휴무)

대표메뉴: 아메리카노(ICE) 4500원, 아이리쉬 커피(HOT) 6000원

2020-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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