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

강원도
강릉

글 / 사진 _ 신유진(여행작가)



지난 여행을 되돌아보면, 걸으며 만난 순간이 유난히 오래도록 남아있다. 우리가 걷는 속도로 풍경이 다가와 주는 덕분일테다. 걸음을 멈췄다 다시 걷기를 반복하다 보면 그곳과 내가 하나가 된다. 여행은 느리지만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깊고 짙다.







바다길 따라 걷는
정동심곡바다부채길


정동심곡바다부채길은 일반인에게 열린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이곳이 개방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해안선을 따라 걷는 길이 궁금했다. 생각보다 기회가 쉽게 오지 않아 오랫동안 위시리스트에만 있었다. 바람에 따뜻함이 담겨 불어오던 어느 날, 정동심곡바다부채길을 만났다. 기대가 현실이 되니, 걷는 내내 설레었다. 정동심곡바다부채길은 심곡항부터 정동리까지를 잇는 2.86km의 길로 한 시간 남짓 걸리는 거리다. 심곡항과 정동리 어디에서든 시작이 가능하다. 바다와 맞닿은 길이다 보니 그날의 날씨에 따라 입장이 결정된다. 탐방로는 대체로 철제 난간으로 되어 있어 운동화가 필수다.

심곡항에서 첫걸음을 내딛자,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에 저절로 탄성이 쏟아진다. 첫 풍경부터 심상치가 않다. 파도가 바위에 부딪쳐 장관을 이룬다. 파도 소리까지 더해지니 바다의 웅장함이 그대로 느껴진다. 모래사장이 있는 해변에서 바라보는 바다와는 확연히 달랐다. 자연의 거대함 속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느낌이랄까. 푸른 바다 위에 솟은 바위는 절경을 이룬다. 이곳은 2300만 년 전의 지각변동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파도의 흔적이 더해지며 쌓인 시간은 ‘멋지다’는 표현만으로 부족하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대단함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바다를 바라보며 걸으니 마음 깊은 곳까지 시원하게 씻겨 나가는 것 같다. 맑은 하늘과 푸른 바다, 바람이 만들어준 풍경은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다시 찾을 때는 또 어떤 모습으로 나를 맞아줄지 궁금해진다.




 



예술작품과 함께 걷는
하슬라아트월드

하슬라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무척 낯설었다. 외국어라고 오해를 했던 이 단어는 강릉의 옛 지명이다. 고구려 시대에 불렸던 강릉의 옛 지명을 되살려 이름 붙인 하슬라아트월드는 강릉 바다와 하늘 아래 있는 복합예술공간
이다. 예술공간이라고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두루 즐길 수 있다. 전시장은 크게 현대미술관과 피노키오 박물관, 야외조각공원으로 나뉜다. 작품을 보며 걷다 보면 지상과 지하, 실내와 실외를 오가
며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특히 피노키오 박물관은 많은 사랑을 받는 공간이다. 현대미술관에서 피노키오 박물관으로 가는 길은 터널로 연결되어 있다. 터널을 통과하면 동화 같은 공간과 만나게 된다. 자그마한 피노키오부터 커다란 피노키오까지 500여 점의 귀여운 인형들이 가득하다. 전시를 보는 동안 마음도 말랑말랑해진다.

이제는 야외로 나갈 차례다. 야외조각공원은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공간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자 예술공간이다. 강릉의 아름다운 바다를 배경으로 보는 조각 작품들은 운치를 더해준다. 소나무와 하늘, 바다도 하나의 작품처럼 보인다. 그 규모가 3만 3천 평이나 된다고 하니 시간을 넉넉히 잡는 것이 좋겠다. 소나무 정원, 해시계공원, 시간의 광장 등 다양한 전시를 만날 수 있다. 걷는 즐거움에 보는 즐거움까지 더해졌다.




 
 

강릉의 ‘맛’을 찾아서
동화가든(초당순두부) VS 산촌(황태구이)
 





강릉의 필수 코스
동화가든


강릉에서 꼭 먹어봐야 할 음식을 뽑으라고 한다면 당연히 초당순두부다. 부드럽고 순한 맛의 순두부는 누구나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평소 일상에서 자극적인 음식을 많이 먹다 보면 음식 자체가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이럴 땐 초당순두부가 제격이다. 동화가든에서 초두부를 시키면 흰 순두부가 나온다. 양념이 되지 않은 순두부는 단순하지만, 음식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모두부와는 달리 몽글몽글한 듯 부드러운 식감이 좋다. 밑반찬도 콩을 기본으로 만든 것들이 나온다. 심심한 순두부와 쿵짝이 잘 맞는 청국장과 깔끔하게 한 상 받는 기분이 좋다. 특히 순두부 순물로 담근 백김치는 순두부와도 맛이 잘 어울린다. ‘순두부만으로 허기를 채울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잠시 했지만, 함께 나온 반찬들을 곁들이니 든든하다. 동화가든은 짬뽕 순두부로도 유명하다. 주말에는 한 시간 이상 대기를 감안해야 한다.

주소: 강원도 강릉시 초당순두부길77번길 15
전화번호: 033-652-9885
Open: am 7시 ~ pm 7시 (브레이크타임 pm 4 ~ 5시)
대표메뉴: 초두부(초당 순두부백반) 9000원 / 원조 짬순 1만 원 / 모두부 1만 원



 

 

강릉의 숨겨진 맛집

산촌


인터넷 검색으로 단번에 찾는 맛집보단 그 지역에 사는 사람에게 추천받는 것이 진짜 맛집일 때가 많다. 산촌 식당은 강릉 여행을 하다 먹을 음식이 마땅치가 않아 추천받은 곳이다. 알고 보니 강릉 지역주민들에게 맛집으로 소문이 자자한 곳이었다. 강릉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성산면에 위치한다. ‘정식을 시키면 뚝배기가 같이 나와서 먹을 만할 거예요’라는 이야기 덕분에 맛있는 한 끼를 먹었다. 황태구이 정식을 주문하면 황태구이와 황태뚝배기가 함께 나온다. 빨간 양념을 입힌 황태구이는 맵지 않고 부드럽다. 황태구이도 맛있지만, 황태뚝배기가 으뜸이다. 황태뚝배기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해산물이 많이 들어 있다. 황태를 기본으로 홍합, 알까지 한 그릇이 푸짐하다. 이미 황태구이는 뒷전이고 황태 뚝배기에 집중하게 된다. 맑게 끓인 국물도 일품이다. 이곳은 아껴뒀다가 친한 지인들에게만 알려주고 싶은 가게다.

주소: 강원도 강릉시 성산면 구산길83
전화번호: 033-641-9230
Open: am 9시 30분 ~ pm 9시
대표메뉴: 황태구이정식 1만 2000원 / 황태뚝배기 9000원 / 버섯손칼국수 6000원







 

강릉의 ‘향’을 찾아서
보헤미안 VS 카페 툇마루






강릉의 터줏대감
보헤미안


보헤미안은 드립커피를 좋아한다면 한 번쯤 찾아가 봐야 할 필수 코스다. 보헤미안은 강릉과 서울 등에 분점이 많이 생겼다. 그중 연곡본점은 다른 카페에 비해 접근성이 떨어지는 위치에 있지만, 일부러 찾아갈 값어치가 충분한 곳이다. 우리나라 1세대 바리스타 박이추 선생님이 직접 내려주는 커피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드립커피는 원두도 중요하지만 누가 내리냐에 따라 그 맛이 달라진다. 같은 물과 원두로 내려도 맛이 다를 만큼 예민하다. 긴 시간을 커피와 함께해온 장인의 커피는 깊이가 다르다. 갓 내린 커피를 마시니 커피 향과 맛이 입안 가득 채워진다. 원두가 지닌 진한 맛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맛있는 커피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시간이 된다. 시간이 멈춰 있는 듯한 카페에서 향긋한 여유가 편안하다.

주소: 강원도 강릉시 연곡면 홍질목길55-11
전화번호: 02-662-5365
운영시간: 목/금 : am 9시~pm 4시 토/일 : am 8시 ~ pm 5시 (목요일~일요일만 영업)
대표메뉴: 하우스 브랜드 5000원 / 케냐AA 6000원






 

강릉의 신흥강자

카페 툇마루


요즘 강릉에서 가장 사랑받는 카페 중 하나를 뽑으라면 단연 툇마루 카페다. 누군가는 툇마루 커피를 자신의 인생 커피로 뽑을 만큼 맛있다고. 이런 이야기는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툇마루에서 사랑받는 시그니처 메뉴는 흑임자가 들어간 툇마루 커피다. 차가운 우유, 흑임자 크림, 에스프레소가 들어갔다. 세 가지 재료를 섞지 말고 그대로 마셔야 하는 것이 포인트다. 한 모금 마시자 “맛있다”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처음 느껴지는 흑임자 크림의 고소함과 달곰함이 기분 좋게 해준다. 그 뒤에 느껴지는 커피의 쌉쌀함의 조합이 좋다. 카페가 오픈하기 전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는 건 기본이다. 주말에는 결제하고 커피를 받기까지 대기시간이 3~4시간은 기본이라는 말에 반신반의했지만, 사실이었다. 맛있는 커피 한 잔을 위한 여행을 계획해봐도 좋을 곳이다.

주소: 강원도 강릉시 초당원길 74
전화번호: 033-922-7175
운영시간: am 11시 ~ pm 10시 (재료소진 시 조기 마감)
대표메뉴: 툇마루커피 5500원 / 아메리카노 3500원 / 초당두부케이크 3000원

2020-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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