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Road

대전 대동마을

글/사진 _ 배나영(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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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골목을 걷다


 

 

도시에는 역사가 묻어 있다. 대전의 원도심에는 추억을 간직한 골목들과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건물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알록달록한 벽화마을에서부터 맨발로 걸을 수 있는 황톳길, 밤이면 더욱 찬란한 스카이로드까지 걸어서 여행해보자.
대전의 대동마을은 ‘함께 하는 즐거움이 있는 마을’이라는 뜻이다. 한국 전쟁 때 피난민들이 으레 그랬듯 싸게 몸을 눕힐 곳을 찾아 올랐던 달동네였다. 아옹다옹 모여 살며 정을 나누던 사람들은 넉넉한 마음을 담아 마을 이름을 대동마을로 정했다.
 






 

2007년 대동마을은 독특한 색깔로 다시 태어났다. 30여 명의 지역 작가들이 조형물을 설치하고, 동네 주민들과 함께 벽에 그림을 그리며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대전시는 기존 주택과 건물들을 철거하는 대신 주거환경을 깨끗하게 개선했다. 작은 아파트나 주택은 리모델링한 뒤 사람들이 다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왔다. 재개발로 인해 원래의 주민들이 떠나지 않아도 되는 착한 개발이 이루어졌다. 다행스럽다.
창문 너머 두런두런 어르신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마치 시골 외할머니댁이라도 찾아가는 기분이다. 골목에 붙여진 안내문이 시선을 끈다. 이 마을엔 야간근무 때문에 낮에 주무시는 분들이 많으니 조용히 해달라는 안내문이다. 소란스럽지 않도록 사뿐히 발걸음을 내딛는다.
찬찬히 걸으면 골목마다 다정한 이야기가 넘쳐난다. 파스텔톤으로 칠해진 벽이, 힘 나는 한 줄의 글귀가, 슬그머니 미소 짓게 만드는 예쁜 그림이 걷는 이에게 말을 건넨다. 따뜻하고 사랑스럽다. 어쩌다 한번 방문하는 여행자에게는 신선한 기쁨일 테고, 이곳에 사는 사람들에겐 출퇴근 길의 위로일 테다. 벽화는 늘 이렇게 봄일 테다.
골목길 끄트머리의 층계를 오른다. 가쁜 숨을 몰아 쉬고 대동하늘공원 꼭대기에 올라서면 알록달록 타일을 붙여 만든 작은 풍차가 빨간 날개를 펴고 반겨준다. 시원한 바람으로 땀을 식히고 대전 시내의 풍경을 감상해보자. 저 멀리 보문산과 도솔산부터 대전역과 대전시청, 우송대학교까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요즘은 데이트 코스이자 야경의 명소로 소문이 나서 해 질 녘에 손을 꼭 잡고 올라오는 연인들도 많다.
연인들이 이곳을 찾는 재미있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하늘공원에서 가까운 곳에 ‘연애바위’가 있기 때문이다. 사랑의 소원을 이루어지게 해주는 영험한 바위라는데, 누군가와 함께 대동마을에서 하늘공원까지 총총 걸어 올라가다 보면 바위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사랑이 이루어질 것만 같다.


 

 

 

한국관광공사에서 ‘5월에 꼭 가봐야 할 곳’으로 뽑은 숲길이자 여행전문기자들이 ‘다시 찾고 싶은 여행지 33선’에 선정한 계족산 황톳길을 걸어보자. 부드러운 황톳길을 맨발로 걸으며 상쾌한 기운을 몸 속 가득 채울 수 있다.
계족산에 황톳길이 깔린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대전의 지역 소주를 만드는 ‘맥키스컴퍼니’의 조웅래 회장이 가까운 지인들과 계족산을 찾았는데, 하이힐을 신고 온 여성이 있어서 운동화를 내어주고 맨발로 걸었다. 맨발 산행 덕분에 그날 밤 꿀잠을 자고 머리가 맑아지는 경험을 한 조 회장은 더 많은 사람들과 맨발의 즐거움을 나누고 싶어 14.5km에 다다르는 길에 전국의 질 좋은 황토를 가져와 깔기 시작했다. 덕분에 수많은 사람들이 계족산 황톳길을 맨발로 걷는 중이다.
걷다 보면 황토 묻은 발을 씻을 수 있는 세족장도 마련되어 있다. 그러니 용기를 내어 신발을 벗고 황토의 질감을 피부로 느껴보자. 발가락 사이를 간질이는 부드러운 황토의 느낌이라니! 5월 11~12일에는 계족산 맨발 걷기축제가 열려 다양한 체험 이벤트와 숲 속 음악회를 즐길 수 있으니 달력에 체크해두자.

  



 

 



 

‘으능정이’라는 이름이 참 독특하다. 으능정이는 ‘은행나무 정자가 있는 마을’에서 유래된 말이다. 대전 원도심의 최대 번화가이자 대전의 명동, 대전 문화의 거리인 은행동을 일컫는다. 전통을 자랑하는 중앙시장과 튀김소보로로 유명한 성심당 본점이 가까워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은행동에서 살짝 벗어난 대흥동의 골목길로 들어서면 구석구석에 멋스러운 카페들이 숨어있다. 한적한 원도심의 골목길에서 보물찾기하듯 감각적인 공간을 찾아 여유를 부려 본다.
대전의 명동이라는 수식어는 밤에 더욱 빛을 발한다. 저녁이 되어 깜깜해지면 대낮같이 밝은 스카이로드에 즐길거리를 찾는 젊은이들이 모여든다. 휘황찬란한 스카이로드에선 때마다 각종 이벤트가 열린다. 다채로운 길거리 공연과 버스킹은 기본이고 플래시몹, 멍때리기 대회, 야외클럽까지 핫한 이벤트로 시끌벅적하다. 날이 좋은 5월, 낮에는 조용한 카페에서 데이트를, 밤에는 스카이로드에서 대전의 젊음과 열정을 느껴보는 것도 좋겠다. 상반된 매력이지만 낮과 밤 모두 즐거움이 가득함은 분명하다.


 

2019-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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