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TALK TALK

4월의 TREND TALK TALK

글 _ 노준영 (디즈컬 편집장 겸 칼럼니스트)

 


글로벌 감성의 조건을 논하다

영화 〈기생충〉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쓸었다. 작품상부터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까지 4관왕을 차지했다. 한국 영화사에 기념비적인 일이었고, 온 국민이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필자는 저서 《인싸의 시대, 그들은 무엇에 지갑을 여는가?》에서 가수 BTS를 언급한 적이 있다. BTS가 전 세계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글로벌 감성’에 대한 공감이라고. BTS는 한글 가사를 사용했지만, 음악에서만큼은 글로벌 감성과 트렌디함을 잃지 않았다. 가요라는 토대 위에 글로벌 음악 감성을 받아들이며 일종의 ‘혼종’을 만들어냈다. 영미권 사람들에게 익숙한 듯하면서도 색다른, 낯설지만 친숙하게 느껴지는 묘한 감정을 전달했다. 그리고 이는 곧 지금의 BTS를 만들었다.

영화 〈기생충〉도 같은 맥락에서 보면 좋을 것 같다. 〈기생충〉이 말하는 양극화 문제는 전 세계 사람들의 관심사 중 하나이다. 봉준호 감독은 바로 이 글로벌 이슈를 전형적인 한국적 소재로 풀어냈다. 전 세계 사람들은 감독의 통찰력에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며, 양극화에 대해 함께 고민했다. 가장 한국적인 소재로 가장 글로벌한 이슈를 건드린 봉준호 감독의 센스야말로 ‘글로벌 감성’의 결정체였던 셈이다.

오늘날의 트렌드는 전 세계를 향한다. 콘텐츠는 국내 시장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 경쟁해야 한다. 유튜브나 SNS 같은 미디어 환경의 변화는 해외 홍보를 더욱 용이하게 만들고 있다. 이젠 모두가 함께 논하고픈 주제가 무엇인지 고민해봐야 한다. 이 고민들이 우리에게 해답을 제시할 것이며, 글로벌 시장을 두드리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영화 〈기생충〉이 증명한 것처럼.


 




Z 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의 문화

돈방

 

‘돈방’이 뜨고 있다. 돈방은 말 그대로 돈, 현실적인 주제를 다루는 예능을 뜻한다. 일례로 JTBC는 재테크를 주제로 한 〈정산회담〉, 요즘 새롭게 떠오른 중고 거래 과정을 다룬 〈유랑마켓〉 등의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KBS도 사회 초년생의 경제생활을 보여주는 〈슬기로운 어른이 생활〉의 정규편성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의 예능은 재미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래서 재미를 담보할 수 없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기 꺼려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집을 구하러 다니는 예능도 있고, 공유경제를 다루는 예능도 있다. 그만큼 예능의 주제가 다양해졌고, 그 속의 재미도 훨씬 풍성해졌다.

이런 추세는 Z 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이하 MZ 세대)들의 남다른 특징이 있기에 가능했다. 먼저, MZ 세대는 실용적인 것을 추구한다. 그래서 가성비라는 단어가 열풍을 일으켰고, 실용성 있는 생활용품들이 SNS를 중심으로 퍼져 나가기도 했다. ‘현실적’이라는 특징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은 돈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사회생활의 애환도 직설적으로 표출한다. 일명 ‘돌직구’라는 표현도 여기서 생겨났다.

MZ 세대는 현실에 맞는 정보와 콘텐츠, 그리고 여기에 맞는 상품을 제공해야 주저없이 지갑을 연다. 10년 뒤에 적용할 수 있는, 혹은 10년 전에 적용 가능했던 이야기는 의미가 없다. 오직 오늘이다. MZ 세대들의 행동 방식에 집중해보자. 그들의 소비를 촉진하는 건 근사하고 보기 좋은 그 무언가가 아니라 오늘을 사는 우리들을 위한 ‘한 끗’이다.

  

 





지금은 ‘웹드’의 시대

〈XX(엑스엑스)〉

〈이태원 클라쓰〉 〈하이에나〉 등 TV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다. 실시간 검색어만 봐도 알 수 있듯이 화제성도 남다르다. 하지만 동영상 플랫폼 조회수만을 따지면 웹드라마도 만만치 않다. 오히려 몇 배나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한다. 스타들의 등용문으로도 유명하다. 신예은, 이나은 등 브라운관에서 활약 중인 젊은 스타들을 웹드라마가 탄생시켰다. 바야흐로 ‘웹드’의 시대이다.

지난 1월 22일에 공개된 웹드라마 〈XX(엑스엑스)〉는 5주 만에 1000만 뷰를 돌파하며, 또 한 번의 ‘웹드 열풍’을 일으켰다. 주연을 맡은 가수 EXID의 하니는 연기자로 완벽하게 전향했고, 각종 화보와 인터뷰를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가수 하니가 아니라 연기자 하니로 말이다.

웹드라마의 인기 요인 중 딱 하나를 꼽으라면 ‘공감’이다. 기존의 드라마들은 주로 현실과 동떨어진 사랑 이야기, 시청자의 눈길을 끌 수 있는 자극적인 소재를 다뤘다. 반면, 웹드라마는 학교나 직장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같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법한 일상 속 이야기를 다룬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마치 자신이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을 받고, 극 속으로 더욱 몰입한다.

웹드라마는 콘텐츠를 중심으로 소통할 수도 있다. 시청자들은 댓글을 통해 각자의 의견을 공유한다. 기존 드라마도 방송국 게시판이나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서 의견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행위 자체가 소통이라는 느낌을 받긴 어렵다. 웹드라마처럼 직접적으로 콘텐츠가 송출되는 플랫폼을 통해서 의견을 내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대중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고, 대중의 취향을 알지 못하는 미디어는 도태된다. 웹드라마 열풍은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어떤 조건을 가져야 주목받을 수 있는지 말하고 있다. 이제 미디어는 권력이 아니다. 대중들과 수평적인 관계로 함께 나아가려는 미디어가 미래를 선도할 것이다.
 

  


 

 

홈코노미의 진화

배달의 민족 ‘B마트’ & 요기요 ‘편의점 배달’


최근 편의점 배달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배달의 민족에서 선보인 ‘B마트’는 모바일 슈퍼마켓의 개념으로 초소형 배달 서비스를 제공한다. 소비자들은 배달비를 지불하지만, 최소 주문 금액의 부담 없이 필요한 것들을 소량으로 주문할 수 있다. 게다가 배달 음식처럼 빠르게 배송 받을 수 있다. 요기요가 선보인 편의점 배달 서비스도 마찬가지이다. 집안에서 여가를 즐기며 모든 경제생활을 하는 일명 ‘홈코노미’가 배달의 민족, 요기요와 함께 또 한 번의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B마트와 요기요 편의점 배달은 홈코노미의 핵심인 편리함과 신속성, 두 조건을 모두 충족한다. 배달비를 지불하더라도, 충분히 편리한 서비스와 빠른 배송을 제공한다. 소비자가 물건을 사기 위해 직접 발품을 팔아야 하는 노력을 줄여주고, 가장 편안한 상황에서 필요한 것들을 빠르게 수령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이는 렌털 시장에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 렌털 시장에서의 신속함은 ‘물건을 가져다 주는’ 신속함이 아니라 ‘문제 해결’에 있어서의 신속함이다. 그래서 렌털 기업들은 서비스망을 탄탄하게 구축하며, 신속함을 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관리하기 편한 제품 및 서비스를 통해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홈코노미는 렌털 시장에서도 핵심 트렌드가 될 것이며, 이를 선도하는 업체가 업계를 리드하게 될 것이다.

오늘날의 집은 단순히 쉼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모든 경제 활동의 중심축으로 바뀌고 있다. 사람들이 집에서 어떤 경제 활동을 하고 싶어하며, 또 어떤 서비스를 원하고 있는지 알아내는 게 중요하다. 계속해서 진화하는 ‘홈코노미’. 이 진화의 움직임을 먼저 읽어내, 소비자의 집을 ‘선점’해야 성공할 수 있다.

2020-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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