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는 매년 연말 사은품으로 다이어리를 제공합니다. 이 다이어리는 6~8만 원 상당의 음료를 마셔야 받을 수 있지만, 인기 많은 색상은 매장에서 살 수도 없어 중고시장에서 웃돈을 주고 거래되기도 합니다. 작년에는 한 고객이 스타벅스 매장에서 음료 300잔을 주문한 뒤 사은품인 ‘레디 백'만 가져가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소비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요?
글 _ 신호진 (책 《끌리는 아이디어의 비밀》의 저자)
2007년, 유례없는 매출 하락을 맞이한 스타벅스는 고객정보관리를 담당했던 ‘스테판 질렛’의 아이디어로 기사회생할 수 있었습니다. 그 아이디어는 바로 앱을 통한 ‘마이 스타벅스 리워드’ 서비스입니다. 생일에 제공되는 무료 음료 쿠폰 등으로 앱 설치를 유도한 뒤, 구매 횟수에 따라 레벨을 나누고 각각 다른 보상을 지급합니다. 시럽 추가나 디카페인 변경과 같이 비용을 내야 하는 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되는 등 사소하지만 재미있는 혜택들도 있죠. 레벨이 올라갈수록 더 좋은 보상을 받게 되는 시스템, 익숙하지 않으신가요? 바로 ‘게임’입니다. 스타벅스는 ‘마이 스타벅스 리워드’에 게임의 요소를 도입해 고객 증대를 이끌었습니다. 얼마 전 국내 가입자 수가 7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지속적으로 고객을 유입하고 있죠.
이뿐만 아니라, 스타벅스는 다이어리에도 게임의 속성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기간 한정품인 다이어리를 얻기위해 17개의 스티커를 수집하거나, 스티커를 교환하는 등의 요소가 소비자의 지속적인 관심을 이끕니다. 이처럼, 게임의 요소를 소비심리와 연결하여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법을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이라고 합니다.
세상을 플레이하다
게이미피케이션은 ‘게임(Game)’에 ‘~하기(Fication)’를 결합한 신조어로, 2010년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게이미피케이션 회담(Gamification Summit)’을 통해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이 회담은 교육, 스포츠, 의료, 쇼핑 등 여러 방면에서 활용되는 게임의 요소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자리였습니다. 게이미피케이션은 사람들이 특정 활동을 ‘놀이’로 인식해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그 효과가 있습니다. 교육이나 비즈니스 성과를 달성하는 과정이 바로 게임인 겁니다. 요즘은 SNS나 앱의 발전으로, 제품의 홍보나, 브랜드 이미지 등 더욱 다양한 분야에 게이미피케이션을 접목할 수 있습니다.
지루한 달리기를 놀이로 바꾼 ‘나이키 런 클럽(NRC)’은 게이미피케이션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일반적인 건강관리 앱은 사용자가 운동한 거리와 걸린 시간을 측정해줍니다. NRC는 달린 거리를 계산해줄 뿐만 아니라, 운동량에 따라 다른 레벨을 부여합니다. 레벨이 달라지면 앱 화면도 바뀝니다. ‘최장 러닝 거리 돌파’와 같은 여러 가지 도전 과제를 달성할 때마다 ‘기록 배지’를 보상으로 받게 됩니다.
나이키는 신제품 출시 홍보에도 게이미피케이션을 이용했습니다. 중국에서 새로운 러닝화인 ‘나이키 리액트 플라이니트(Nike React Flyknit)’ 출시를 앞두고 흥미로운 제품 프로모션을 진행했습니다. 해당 신발은 경량성, 유연성, 내구성 등을 강화해 가볍고 탄력 있는 폼 솔루션을 장착한 것이 특징인데, 이 신발을 홍보하기 위해 비디오게임 ‘리액트랜드(Reactland)’를 선보였죠. 해당 신발을 착용하고 체험 공간에 비치된 러닝머신에 올라가면 게임 속 주인공이 되어 숲과 건물 위를 달릴 수 있습니다. 중국의 만리장성을 달리고 미국의 자유의 여신상을 가볍게 뛰어넘습니다. 러닝화의 성능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재미있는 게임을 더해 즐거운 고객 경험을 유도한 대표적인 사례죠.
2021-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