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TALK TALK

10월의 TREND TALK TALK

글 _ 노준영 (디즈컬 편집장 겸 칼럼니스트)





창의적인 소비자

모디슈머

 

모디슈머란 ‘수정하다’라는 뜻의 ‘모디파이(Modify)’와 소비자라는 뜻의 ‘컨슈머(Consumer)’가 합쳐진 신조어다. 그들은 제공된 매뉴얼이 아니라 자신만의 창의적인 방식을 적용한다. 최근, 모디슈머들의 레시피가 SNS에서 인기를 끌면서 기업들이 이를 주목하고 있다.

영화 〈기생충〉에 나온, 짜파게티와 너구리 라면을 조합한 ‘짜파구리’가 대표적인 모디슈머 제품이다. 최근에는 오뚜기 신제품 라면 ‘채황’과 청양초 ‘연두’의 조합이 인기를 끌었다. ‘채황’을 끓일 때 ‘연두’를 넣으면 깔끔하고 풍미가 생긴다는 의견이 공감을 얻자, 샘표가 오뚜기 측에 제안해 ‘연두’와 ‘채황’ 패키지를 판매하기도 했다. 모디슈머의 레시피가 단순히 SNS상에서의 인기와 화제를 넘어, 기업 간 콜라보로 연결된 것이다.

모디슈머가 등장하고, 기업들이 이에 주목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소비의 중심이 대중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기존의 매뉴얼은 생산자가 제시한 방법이었다. 대중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의 대중들은 저마다의 기호에 맞게 다양한 시도를 원한다. 모디슈머의 아이디어도 그 일환이었다. 정보의 접근성이 좋아진 것도 모디슈머 트렌드 확산에 힘을 보탰다. 분명 과거에도 ‘꿀조합’은 있었지만 공유할만한 곳이 없었다. 한데 요즘은 블로그, SNS, 유튜브 등 맘만 먹으면 나의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다. 반대로 내가 타인의 정보에 접근하는 것도 훨씬 간단해졌다.

모디슈머는 변화된 소비 트렌드를 상징한다. 기업은 대중들의 이야기가 적극적으로 공유될 수 있도록 변화해야 한다. 그렇다면 대중들은 우리의 제품과 서비스를 활용한 이야기로 열렬히 응답할 것이다.



 


할매 입맛의 밀레니얼

할메니얼

  

쑥, 흑임자, 서리태와 같은 구수한 식재료들이 MZ세대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인기를 끌고 있다. 할매와 밀레니얼을 합친 ‘할메니얼’이란 키워드가 떠올랐을 정도이다. 빙그레는 인절미 맛 비비빅에 이어 흑임자, 단호박 맛을 출시하며 일명 할매 입맛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투썸플레이스는 ‘코리안 레트로 디저트’라는 타이틀로 인절미와 흑임자 튀일 생크림 케이크를 선보였다. 기존에 찾아보기 힘들었던 전통 식재료를 활용한 디저트로, 자극적이지 않은 달콤함 덕에 큰 인기를 끌었다. 이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죽, 양갱, 모나카 등 우리의 할머니가 좋아할 법한 음식들도 매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의류업계도 마찬가지다. 따뜻하면서도 정겨운 느낌이 있는 뜨개질 패턴 ‘크로셰’가 사랑받고 있다. 그룹 레드벨벳의 조이와 가수 아이유가 크로셰 패턴의 옷을 입고 인증샷을 남기며 그 인기는 정점을 찍었다. 촌스러운 이미지로 가려졌던 레트로풍 문화가 트렌드를 이끌어 가고 있다.

이제 레트로는 단순히 과거의 향수를 떠올리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기반으로 한 제품으로 연결되고 있다. 불확실한 현재가 주는 울적함보다, 상대적으로 따듯하고 정겨운 과거가 주는 감정에 소비자들이 반응하고 있다는 뜻이다.

대중들은 각자 원하는 소비의 방향이 존재한다. 죽 관련 제품들을 출시하며 노년층이 아니라 MZ세대에게 반응이 와서 놀랐다는 업계 관계자의 코멘트도 있었다. 제품마다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 있고, 소통할 기회는 언제든 존재한다는 뜻이다. 그 가능성을 읽고 소통을 시도하려는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더 다양하다. 이 다양성을 충족하고, 진정한 소통을 구현하자.

 

 

 


하이트진로의 스토리텔링

두껍상회

하이트진로가 국내 최초로 주류 굿즈샵 ‘두껍상회’를 열었다. 참이슬 백팩을 비롯해 진로 두꺼비 피규어, 슬리퍼 등 다양한 굿즈를 판매한다. 단순히 굿즈를 제작하고 판매하는 것을 넘어서 스토어 오픈까지 이어진 하이트진로의 스토리텔링은 주목할 만하다. 몇 개월 전 하이트진로는 레트로 열풍을 타고 ‘진로이즈백’을 재출시했다. 이때 핵심 캐릭터로 두꺼비를 내세우며 대중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내세웠다. 진로이즈백과 관련 굿즈들은 완판 행렬을 이어갔고 하이트진로는 이때부터 스토리텔링을 본격화했다. 그리고 이는 두껍상회의 오픈으로까지 이어졌다.
수면 전문 브랜드 시몬스는 브랜드 창립 150주년을 기념해 침대 없는 팝업스토어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를 열었다. 해당 스토어는 공구나 문구류, 그리고 특징있는 의류까지 판매하며 순식간에 SNS 상에서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프리미엄 침대를 주력으로 하는 시몬스는 일반 대중이 다가가기에 다소 비싸다. 시몬스는 이런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침대가 없는 침대 광고로 고가의 브랜드라는 인식보다는 ‘편안한’ 브랜드라는 사실을 전파했다. 여기에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까지 더해 친근한 이미지를 완성한 것이다.
과거에는 대중들에게 기업의 세계관을 알릴 수 있는 수단이 광고뿐이었다.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는 매스미디어로는 브랜딩까지 가는 과정이 너무나 험난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접근성을 바탕으로 기업은 많은 이야기와 경험을 대중에게 전달할 수 있다. 두꺼비, 시몬스의 사례가 말하는 건 단순한 ‘홍보’가 아니다. 변화된 플랫폼과 소통의 구조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소통의 경험은 중요하다.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남다른 스토리텔링을 시도해보자.






 


유통 과정의 혁신

풀필먼트 서비스


코로나19가 계속되는 가운데 ‘온라인 상거래’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언택트 환경에서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온라인상거래를 이끄는 새로운 기준으로 ‘풀필먼트 서비스’가 떠올랐다.

풀필먼트는 주문이 들어오면, 물류센터에서 제품을 찾아 포장하고 배송하는 모든 과정을 뜻한다. 풀필먼트와 기존 배송시스템의 가장 큰 차이점으론 유통과정을 꼽을 수 있다. 기존의 배송시스템은 과정이 복잡했다. 판매자가 플랫폼에 상품을 올리면 플랫폼이 소비자의 구매에 따라 판매자에게 다시 배송을 요청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에서 배송까지 시간이 지체되기도 했다. 한데 풀필먼트는 플랫폼이 제품의 보관, 배송을 모두 맡는다. 유통 과정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기존의 개념보다 훨씬 더 빠른 배송이 가능하다. 판매자 역시 상품을 미리 기업의 창고로 입고시키면 되는 구조라 물류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다.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에게 이점이 있는 셈이다.

당연히 기업들의 관심도 뜨겁다. 풀필먼트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자사 브랜딩을 완성해가고 있다. 이베이 코리아도 익일배송을 보장하는 스마일클럽을 출시해 소비자들을 만나고 있으며, CJ 대한통운은 네이버, LG생활건강과의 협업을 통해 24시간 내 배송을 보장하는 서비스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가격경쟁 이상의 ‘무언가’를 담보해야 하는 시대다. 실제로, 풀필먼트의 정확한 배송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경험은 플랫폼에 대한 신뢰로 이어져 타 플랫폼으로의 이탈률이 크게 줄어든다는 통계도 있다. 믿음과 신뢰, 속도가 함께하는 서비스의 존재감은 대단하다. 새로운 시대의 소비자들이 원하는 진짜 경쟁 요소를 이해하자. 풀필먼트는 뉴노멀 시대에 소비를 결정하는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다.

2020-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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