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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할 수 있는 오픈 마켓의 완성
아마존

시장은 플랫폼의 원시적인 모습을 지니고 있다. 시장이 열리면 물건을 판매하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모이고 그 안에서 원칙에 따라 거래가 이뤄진다. 오픈 마켓이 처음 등장했을 때, 우리가 쉽게 적응했던 이유는 이미 시장에 익숙했기 때문이다.

글 _ 이승훈 (가천대학교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겸 네모파트너즈 대표)






오픈 마켓은 오프라인 마켓에 비해, 물리적 제약으로부터 훨씬 자유롭다. 덕분에 판매자는 다양한 상품을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고, 소비자는 수많은 공급자 간의 가격 경쟁을 통해 최저가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창기 오픈 마켓은 거래시장에서 겨우 10%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오프라인 시장과 달리 상품을 두 눈으로 확인하지 못하고, 구입 즉시 집으로 가져올 수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온라인’이라는 가상 공간의 신뢰 문제는 오픈 마켓의 성장을 방해했다. 이때, ‘Everything Store’라는 경영 철학을 가진 아마존이 등장했다.

아마존은 오픈 마켓이 아니라 책, CD, DVD 등의 전문몰로 시작했다. 상품을 구매해서 판매하는, 흔히 말하는 종합 쇼핑몰의 모습을 띠고 있었던 셈이다. 이베이를 중심으로 한 오픈 마켓이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의 모습을 보일 때도, 아마존은 단순한 쇼핑몰의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즉, 아마존의 시작은 플랫폼이 아니었다. 아마존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전형적인 플랫폼 형태의 시장과는 다른 발전 경로를 택했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오픈 마켓을 비롯한 온라인 상거래는 두 가지 단점을 갖고 있다. 첫 번째는 구매자가 판매자를 신뢰해야만 거래가 이루어진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상품을 소유하는데 배송이라는 단계가 추가된다는 점이다. 아마존은 이 두 가지를 모두 해결하고자 했다. 단순히 오픈 마켓뿐만 아니라, 월마트와 같은 기존의 오프라인 마켓에도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아마존은 판매자의 역할을 직접 수행함으로써 신뢰도를 높이고, 자체 배송 시스템을 통해 고객의 불만을 최소화 했다. 그리고 이 두 가지 문제해결 방식은 물류대행 ‘FBA(Fulfillment By Amazon)’와 고객 구독 멤버십 ‘AmazonPrime’을 통해 구현했다.

FBA는 오픈 마켓 판매자의 상품을 아마존이 대신 배송하는 것을 말한다. 판매자의 상품을 ‘아마존 창고’에서 ‘아마존 박스’에 담아 아마존이 지정한 물류회사를 통해 배송하는 것이다. FBA 시행 이후, 아마존의 고객들은 오픈 마켓 판매자에게 구매한다고 생각하기 보다 아마존에서 구매한다는 인식을 갖기 시작했다. 판매자에 대한 신뢰문제를, ‘아마존이 판다’는 인식의 전환을 통해 해결한 것이다.

Amazon Prime은 일종의 고객회원제도이다. 연간 119달러를 내면 Amazon Prime 대상 상품을 무료로, 주문 후 2일 내에 배송해준다. Amazon Prime을 도입할 당시만 해도 2일 내에 상품을 배송해주는 오픈 마켓은 흔치 않았다. Amazon Prime이 오늘날 온라인 배송의 표준을 제시한 셈이다.

아마존은 FBA와 Amazon Prime을 통해 한 차원 높은 오픈 마켓으로 진화했다. 이 진화과정에서 기존 오픈 마켓의 강자 이베이를 물리치고, 온라인 상거래의 지배자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의도대로 오프라인 강자 월마트도 모든 면에서 압도하게 됐다.

플랫폼은 기본적으로 ‘개방’이라는 특성을 지닌다. 플랫폼 경쟁은 규모의 경쟁이기에 먼저 커지는 플랫폼이 시장을 장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방을 통한 규모의 추구는 플랫폼에게 필수적 선택이다. 하지만 개방은 페이스북에서 나타나는 가짜뉴스와 같이 혼란과 불신을 낳곤 한다. 이는 실물과 금전이 오가는 상거래에선, 큰 장애요소가 될 수 있다. 아마존은 그 불신을 해결하기 위해, ‘개방’이 아닌 ‘제한’에 주목했다. FBA와 Amazon Prime, 판매자와 소비자를 대상으로 자신들이 통제할 수 있는 두 가지 플랫폼을 제공한 것이다. 그 결과 온라인 상거래의 품질은 올라갔고, 판매자와 구매자의 신뢰도 확보할 수 있었다. 아마존의 선택은 옳았다.

 

2020-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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