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A와 DATE

잠깐!
알아채셨나요?

정보를 통찰로 연결하는 힘 ‘데이터 직관력’
판단을 거치지 않고 대상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 우리는 이를 ‘직관력’이라고 부릅니다. 데이터에서의 직관력은 ‘데이터의 특이점에서 착안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데이터 속에서 튀는 정보를 뽑아내는 능력이죠. 이러한 정보는 깊은 통찰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글 _ 강양석 (책 《데이터로 말하라》의 저자)




위의 그래프는 국내 주요 테마파크의 입장객 추이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는 위 그래프에서 여러분은 어떤 정보를 유추해 낼 수 있나요? 만약 데이터 직관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면 두 가지 정보에 주목할 겁니다.


〈첫 번째 통찰〉
롯데월드와 에버랜드는 경쟁 관계가 아니었다.

국내 테마파크 1 · 2위를 다투는 롯데월드와 에버랜드가 경쟁 관계가 아니라니. 어떻게 앞선 차트를 보고 이런 도발적인 해석이 나올 수 있을까요? 그 이유는 2007년 롯데월드 입장객 수 급락에 따른 에버랜드 입장객 수의 ‘반응(Response)’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2006년 당시 발생한 놀이기구 탑승객 사망사고, 국민 소득 수준 상승에 따른 여가활동의 변화 등 롯데월드의 입장객 감소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한데, 롯데월드에서 약200만 명에 달하는 입장객이 사라졌음에도 다른 테마파크의 입장객은 늘지 않았습니다. 롯데월드와 지리적으로 인접한 서울랜드의 입장객 수는 아주 미미하게 증가하는 데 그쳤고, 강력한 경쟁자로 인식하고 있던 에버랜드의 입장객은 오히려 소폭 감소했습니다.
200만 명은 당시 테마파크 산업 전체 입장객의 약 10%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규모입니다. 굳이 테마파크로 한정하지 않더라도, 어떠한 산업에서나 전체의 10%에 해당하는 고객이 갑자기 증발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롯데월드가 놓친 입장객들이 다른 테마파크로 가지 않고 사라져버린 것. 우리는 바로 여기에서 데이터 직관력을 발동해야 합니다.
서로가 경쟁 관계였다면, 한정된 고객을 두고 뺏고 뺏기는 관계였다면 롯데월드 입장객의 감소는 에버랜드 입장객의 증가로 이어졌어야 합니다. 따라서 위 그래프를 통해 적어도 2009년까지는 롯데월드와 에버랜드가 치열한 경쟁 관계가 아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마도 두 업체는 대중들에게 직접적인 비교대상 보다 서로 다른 역할(Role)로 인식됐을 겁니다.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나, 지리적 조건 등의 차이로 인해서 말입니다.

 
 

〈두 번째 통찰〉
롯데월드와 에버랜드는
2009년을 기점으로 경쟁 관계로 돌아섰다!

앞서 롯데월드와 에버랜드는 서로의 입장객 수에 큰 영향을끼치지 않았다고, 그래서 경쟁 관계가 아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데 차트에서 착안할 수 있는 정보가 한 가지 더 있습니다. 2009년을 기점으로 두 업체는 본격적인 경쟁 관계에 들어섰다는 점입니다. 2009년부터 2010년까지, 두 업체는 일제히 입장객 수가 증가합니다. 다른 테마파크들과는 눈에 띄게 다릅니다. 상승한 그래프의 기울기까지 유사합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어떤 통찰로 마무리할 수 있을까요. 2005년부터 2008까지 부드럽게 이어지던 입장객 수가 이렇게 갑자기 튄다는 것은 2006년 롯데월드의 사고처럼 특별한 사건이 있었다고 추론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건은 롯데월드와 에버랜드 모두에게 동일한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2009년부터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두 테마파크 입장객 수의 증가에도 영향을 미쳤죠. 아마 이외에도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었을 겁니다. 한데 우리가 궁금해야 하는 것은 ‘실제로 그 요인이 뭐지?’가 아닙니다. 직관과 통찰은 사실관계를 몰라도 발휘될 수 있어야 합니다. 사실(Fact)은 인터넷에 검색하면 누구나, 얼마든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핵심은 ‘어떤 요인에 의해 롯데월드와 에버랜드가 매우 유사한 반응을 보였다’라는 착안을 ‘그 요인으로 인해 두 테마파크가 경쟁 관계로 돌아섰다’라는 통찰로 마무리하는 것입니다.

 

어떤가요. 데이터 직관력이 무엇인지 이해되시나요? 데이터 직관력이 부족한 사람이라면, 롯데월드와 에버랜드를 두고 치열한 경쟁 관계라고만 생각했을 것입니다. 데이터를 보고도 2009년을 전후로 달라진 두 업체의 관계를 이해하지 못했겠죠. 반면 데이터 직관력이 뛰어난 사람은 2007년 롯데월드에서 사라진 200만 명과 2009년 롯데월드, 에버랜드 입장객 증가에 주목했을 겁니다. 데이터 하나를 접하더라도 겉이 아닌 이면의 본질적인 내용에 집중하고, 목적에 맞게 이를 해석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결과적으론 이를 올바른 의사결정으로 잇는 남다른 능력을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데이터 직관력입니다.

2020-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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