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처방전

긴장과 이완의 밸런스
아우토겐 트레이닝

직장인들은 일과를 마치고 집에 오면 긴장을 풀고 쉬어야 한다.하지만 퇴근 후에도 고된 육아와 밀린 집안일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인간관계, 업무, 육아 스트레스 등으로 계속되는 긴장 탓에 자려고 누워도 쉽게 잠들지 못한다. 너무 오랫동안 단단히 동여맨 밧줄이 쉽게 풀어지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몸과 마음을 이완하는 것이다.
글 _ 정가영(책 《면역력을 처방합니다》의 저자, 히포크라타의원 원장)

산 속에서 호랑이를 만났다고 상상해 보자. 죽은 척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대부분 본능적으로 도망가기 위한 준비를 할 것이다. 동공이 커지고, 심장 박동은 빨라지며 혈압이 올라간다. 팔다리 근육에 혈류 공급량이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위장 활동은 감소한다. 이런 작용들은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조절되는데 이때 관여하는 신경계가 자율신경계다. 자율신경계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이루어져 있다. 마치 자율주행 자동차처럼 상황에 따라 이 두 가지 신경을 적절히 조율하고 이에 알맞은 신체 반응을 유도한다.

긴장과 이완의 밸런스가 필요하다

현대인들은 매일 여러 마리의 호랑이들과 마주한다. 호랑이를 마주치는 것과 버금가는 긴장 속에서 살아간다는 뜻이다. 직장 상사와의 마찰부터 블랙 컨슈머의 민원, 급락하는 코인 그래프, 거기다가 육아까지. 스트레스와 긴장이 끊이질 않는다. 이런 상황에 익숙해지다 보니 이젠 그 긴장을 어떻게 내려놓는지도 잊어버렸다.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 긴장하거나 흥분했을 때의 반응이 나타난다. 혈관이 수축하고 심박 수가 증가하고 땀이 많이 분비된다. 이와 반대로, 부교감신경은 편안할 때 활성화된다. 동공이 작아지고, 심장 박동은 느려지며 혈압이 내려간다. 소화작용도 원활히 일어난다. 이 두 신경의 밸런스가 잘 맞아야 신체 기능에 이상이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현대인들의 대부분은 늘 교감신경이 훨씬 활성화된 채로 살아간다.
이러한 긴장 과잉상태가 계속된다면 면역력 저하, 세포 재생의 둔화를 불러오고 결국은 당뇨, 고혈압 또는 암 진단까지 받을 수 있다. 그만큼 자율신경계의 밸런스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우리는 긴장해 있던 몸을 이완하는 훈련을 함으로써 밸런스를 맞춰야 한다.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이완법
가장 쉬운 이완법은 심호흡이다. 코로 숨을 천천히 들이마신 다음 내쉴 때는 입으로 가늘고 길게 숨을 내뱉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내가 얼마나 숨을 가늘게, 또 얼마나 더 천천히 들이마시고 내쉴 수 있는지에 집중해야 한다. 내 머릿속을 어지럽히던 여러 가지 생각들로부터 잠시 도망쳐 나오는 것이다. 이는 최근 뇌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멍 때리기’와 비슷하다. 필자도 가끔 스트레스가 확 올라와서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붉어지려고 할 때마다 심호흡을 자주 사용하고 있다. 심호흡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나오는 호르몬인 아드레날린, 코르티솔의 분비량을 낮춰준다.



또한, 스트레스로 굳은 근육을 풀어주는 자가 이완법 ‘아우토겐 트레이닝’도 효과적이다. 아우토겐 트레이닝은 독일의 정신과 의사 ‘요하네스 슐츠’가 개발한 방법이다. 다음 0단계에서 6단계의 문장을 차례대로 머리에 떠올리며 천천히 따라 해보자.




첫 주에는 [0단계-1단계-0단계]를 한 세트로 하루 3~4회 연습하고, 둘째 주에는 [0단계-1단계-0단계-2단계-0단계], 셋째 주에는 [0단계-1단계-0단계-2단계-0단계-3단계-0단계] 이런 방식으로 매주 새로운 단계를 하나씩 추가하며 연습한다. 6주간 모든 단계를 완전히 습득한 뒤, 매일 틈틈이 3~4회씩 이완 훈련을 하다 보면, 예전과는 다른 편안함을 느낄 수 있고, 스트레스의 악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여러 논문을 통해 불안과 우울감을 완화하고 부교감신경의 활성도를 증가시킨다는 아우토겐 트레이닝의 효과가 입증되었다. 실제로 아우토겐 트레이닝을 통해 공황장애, 고혈압 등 스트레스와 관련 있는 여러 가지 질병을 치유한 사례들이 많다. 그만큼 우리 몸에 있어서 자율신경계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은 중요하다.




자율신경계는 우리 몸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외부 자극에 대응하여 인체가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관리해 준다. 더운 날은 열을 발산하고, 추운 날은 열을 보존하며 늘 36.5°C의 체온을 유지하는 것처럼 말이다. 건강한 신체를 만들기 위해 자율신경계의 밸런스 맞춰보자. 오늘 퇴근 후, 편안한 마음으로 아우토겐 트레이닝을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2021-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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