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시민 대부분은 호텔 방보다 약간 더 큰 아파트에 산다. 그래서 집에는 따로 서재나 손님을 접대할 공간이 없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까운 카페를 이용한다. 파리에만 1만 2천여 개의 카페가 있다. 카페는 파리지엔느의 거실이자 응접실이다. 카페에 가면 냉난방이 제공된 환경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쓸 수도 있다. 커피 한 잔은 사교의 매체이자 고독과 독서의 동반자다. 일반적으로 커피나 차, 디저트를 즐기는 곳으로 알려져 있지만, 간단한 식사를 하기에도 적합하다.
카페는 동네마다 있고 보통 하루 종일 영업한다. “내가 가고 싶을 때,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내가 원하는 곳에서 먹는다”라는 파리지엔느의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한다. 이곳의 서비스는 느리다. 하지만 여기서는 빨리 먹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잘 먹는 게 중요하다. 식사하다가 남은 와인을 마시기 위해서 치즈를 주문하고, 또 남은 치즈를 끝내기 위해서 와인을 더 주문한다.
정치적, 사회적으로 혼란했던 20세기 초반, 파리에 카페가 번성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집회 허가를 받기 위한 절차가 복잡하고 오래 걸렸기 때문에 그런 절차가 필요 없는 카페에 사람들이 모이고 토론이 이루어졌다. 정치와 철학이 논의되고 문학이 창작되었으며, 예술적 아이디어와 영감의 발표 현장이 되었다. 이곳에서 레닌과 엥겔스가 더 좋은 세상을 꿈꾸었고, 카뮈가 《이방인》을 썼으며, 사르트르와 생텍쥐페리, 헤밍웨이는 삶의 순간에 관한 생각을 글로 옮겼다. 파리의 카페들은 수많은 문학에서 다루어졌고 회화의 소재가 되었으며, 공연의 배경이 되었다. 이런 전통을 바탕으로 파리의 카페들은 전 세계 카페 문화의 근본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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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사회적으로 혼란했던 20세기 초반, 파리에 카페가 번성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집회 허가를 받기 위한 절차가 복잡하고 오래 걸렸기 때문에 그런 절차가 필요 없는 카페에 사람들이 모이고 토론이 이루어졌다. 정치와 철학이 논의되고 문학이 창작되었으며, 예술적 아이디어와 영감의 발표 현장이 되었다. 이곳에서 레닌과 엥겔스가 더 좋은 세상을 꿈꾸었고, 카뮈가 《이방인》을 썼으며, 사르트르와 생텍쥐페리, 헤밍웨이는 삶의 순간에 관한 생각을 글로 옮겼다. 파리의 카페들은 수많은 문학에서 다루어졌고 회화의 소재가 되었으며, 공연의 배경이 되었다. 이런 전통을 바탕으로 파리의 카페들은 전 세계 카페 문화의 근본을 만들었다.
빛의 순간을 담다
황금빛으로 밝혀지는 에펠탑과 센 강의 다리들, 빨간 카페의 차양과 물랑 루즈(Moulin Rouge)의 조명은 대표적인 파리의 이미지다. ‘빛의 도시(La Ville Lumire)’라는 별명처럼 파리는 빛으로 인하여 매일매일 세계에서 가장 로맨틱한 도시로 탄생한다. 새벽과 오전, 늦은 오후, 해 질 무렵과 밤의 각기 다른 빛이 건물과 거리를 비추는 풍경은 타 도시가 흉내 내기 어려운 연출이다. 심지어 비 오는 날 길거리나 광장의 바닥에 반사되는 빛조차 아름답다.
어느 도시에나 존재하는 햇빛과 조명을 이렇게 자기만의 것으로 주장할 수 있으려면 그 빛을 흡수하는 멋진 배경이 있어야 한다. 즉 도시가 아름다워야 한다. 다른 도시의 가로등이 어둠을 밝히는 기능을 위해서 설치되었다면, 파리의 가로등은 건물과 거리의 모습을 비추도록 섬세하게 배치되었다. 그래서 고전적이고 온화한 베이지색 건물에 가깝게 위치하고, 그 아름다운 윤곽을 투영할 수 있도록 작동한다. 그냥 흐르거나 분산되는 빛을 잡아서 예술적 형태로 승화시킨 것이다. 파리의 빛은 르누아르, 모네, 뒤피와 같은 화가들이 화폭에 옮기려 했던 요소이자 소재이기도 하다. 이 화가들에게 빛의 순간을 포착하는 것은 중요했다. 그래서 이들은 파리의 거리와 공원을 거닐며 관찰하고 작품의 영감을 얻으려고 노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