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숲

부탁이 잦은 동료와 관계 맺기

글 _ 전미옥 / 일러스트 _ 조성호

 


앞의 사례에서 혁신은 교원을 보며 답답해한다. 하지만 가장 속이 터지고 괴로운 사람은 당사자인 교원이다. 그런데 교원 같은 사람, 의외로 많다. 자기 일은 아니지만 동료나 후배의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워, 한두 번 도와주다 보니 계속 부탁을 받는다. 바빠서 안 된다고 하면 애원하듯 “그래도 잠깐 쉴 때 해줘”라고 하니, 못하겠다는 말이 나오질 않는다.

‘상사의 지시도 아닌데 뭘 그렇게 다 해주고, 힘들어하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거절의 방법을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에겐 부탁하는 사람의 직급, 직책이 중요하지 않다. 그저 나를 찾아온 상대방에게 부정적인 말을 하기 싫은 것이다. 그 부탁으로 인해 내가 힘들어질 것을 걱정하기보다, 부탁을 거절함으로써 상대방이 나를 부정적으로 여길까 봐 염려한다. 거절. 참 힘들지만 필요할 땐 할 줄 알아야 한다. 꼭 직장이 아니라 우리 일상 속의 모든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상처받지 않는 ‘거절의 방법’

당신이 거절당했을 때를 떠올려라
거절하기 힘들다면, 자신이 누군가에게 부탁했던 상황을 생각해보자. 누군가에게 어떤 부탁을 했는데, 그가 “지금 상황이 여의치 않아 곤란하다”며 거절했을 경우 기분이 몹시 나쁘고 그 사람 자체가 싫어지던가? 별로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제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서 도움을 못 드리겠네요. 죄송합니다.” 이 정도면 서로 기분 상하지 않는다. 부탁받는 순간에는 승낙하는 것이 오히려 마음 편할지 모른다. 하지만 자신의 스케줄을 미리 생각하지 않고 덜컥 받아들였다가 뒷감당을 하지 못해 쩔쩔매면 더욱 곤란해진다. 또한 부탁받은 일을 제대로 못하면 괜히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 당신의 능력과 시간을 고려한 후 무리라고 판단되면 당연히 거절해야 한다.

부탁하는 사람의 성격에 따라 거절 방법을 달리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상처를 잘 받거나 소심한 사람에게는 거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잘 설명하고 미안한 마음을 충분히 전하는 등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반면 직선적인 성격의 사람에게는 대답을 미루거나 애매하게 표현하지 말고 딱 잘라서 확실하게 전한다. 이런 사람은 대부분 뒤끝이 없기 때문에 당신이 거절했다고 해서 두고두고 마음에 담아두지도 않는다.
    
 

앞에서는 선을 긋되 뒤에서는 친근하게
공과 사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사적인 어울림은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게 만들고, 결국 업무에 있어서 불공정한 일까지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친한 사이라 생각하고 남들 눈에 그렇게 비쳐도 속내를 들여다보면 한 사람이 지나치게 의존적이고 다른 한 사람은 거절하지 못하는 관계가 의외로 많다. 당장은 서운한 감이 있어도 서로 부담스럽거나 지긋지긋해지기 전에 적당히 선을 긋는 표현을 하는 것이 서로에게 좋다.

“보내준 문서는 오후에 볼게. 내가 지금 바빠서, 급한 일이면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줘.” 이런 식으로 ‘지금은 나의 일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간결하고 단호하게 드러내는 것이 좋다. 처음엔 동료가 좀 당황하며 서운한 기색을 보일 수 있지만, 쉬는 시간이나 업무 시간 외에 변함없이 친근하게 대하면 그 서운함은 곧 잊을 것이다. 선을 긋지 않아 불편한 것보다 선을 그어서 차라리 좀 긴장하는 관계가 훨씬 좋다. 사람들과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사람들의 평판에 일일이 신경 쓰지 않는 담담함도 필요하다. 대신 흔들리지 않는 모습으로 당신의 일에 집중하다가 여유가 생겼을 때 도와줄게 없는지 먼저 물으면 된다. 이때도 전적으로 도울 필요는 없다. 보조하는 입장에서 요청한 것만 하면 된다. 그러면 업무 처리 효율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처음에 당신을 비난했던 사람들조차 서서히 당신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2018-10-01

전미옥: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중부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한국사보협회 부회장, 한경 HiCEO 기획위원직을 역임했고, KBS, MBC, TBS, YTN 등에 고정 출연하여 직장인들의 고민을 상담해줬다. 저서로는 《저는 일보다 사람이 어렵습니다》, 《스토리 라이팅》, 《대한민국 20대, 말이 통하는 사람이 돼라》, 《27살 여자가 회사에서 일한다는 것》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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