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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디지털프라자 이가훈 주임

고등학교 1학년 때, 희귀한 난치성 질환인 류머티스 강직성 척추염이 찾아왔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했다. 단 하루를 살더라도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살겠다고 결심한 그는 네이버 대표 카페를 운영하고, 페이스북에서 콘텐츠 비즈니스에 도전하고, 온라인 마케팅을 하면서 결국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영업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후 삼성디지털프라자에 입사, 딱 1년 만에 월매출 2억 6600만 원을 달성했다. 스물여덟, 영업으로 길을 찾은 이가훈 주임을 만나봤다.
글 _배나영 / 사진 _ 장서우

 

“영업의 매력은 이심전심에 있죠”



 

 

희귀성 난치병이 준 깨달음

“자고 일어났는데 갑자기 온몸이 굳어 있었어요. 소리도 낼 수 없었죠. 아침에 제가 일어나질 않으니 어머니가 저를 깨우려고 오셨다가 놀라서 응급실에 전화를 거셨어요.”
몸에 조금이라도 손을 댈 때마다 온몸의 관절을 반대로 꺾는 듯이 고통스러웠다.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도착해 끊임없는 검사를 받고 덜컥 입원을 했다. ‘고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기 전에 수학 공부를 더해야 하는데’라는 걱정을 그만둔 건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나서였다.
“원인을 찾을 수 없으니, 수술도 할 수가 없었어요. 6개월 정도는 입원해서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는데 고등학교 1학년에게 반년은 엄청 소중한 시간이잖아요. 꼼짝없이 누워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생각했죠. 할 수 있는 게 생각밖에 없었으니까요.”
삶의 모든 기준이 바뀌는 경험이었다. 생사가 오가는 마당에 인생의 전부라고 믿었던 내신 성적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깨달았다. 단 하루를 살더라도 움직일 수 있는 건강한 삶이 주어진다면, 수능 공부가 아니라 오직 내가 하고 싶은 공부,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겠다고 결심했다. 다행히 각종 항생제와 진통제를 맞으며 재활 훈련에 매진한 결과, 놀랍게도 한 달 만에 보조기를 이용해 걷게 되었고 퇴원할 수 있었다.

 
 

“고객관리를 열심히 했어요.
당연한 일을 당연하게 하는 게 비결이라면 비결이겠지요.”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몸을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해서 내 몸으로 그 일을 해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겠어요.”
큰일을 겪은 뒤, 부모님은 ‘건강하기만 하면 됐다’며 뭐든지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격려해주셨다. 덕분에 그는 하고 싶은 일에 원 없이 도전했다. 친구들이 수능 시험 1점에 전전긍긍할 때 공부하고 싶으면 공부하고,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으면 어울리고, 해보고 싶은 일이 있으면 찾아서 배웠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다니는 동안 매순간 후회 없이 보냈다.
네이버의 ‘경제인 준비위원회(전 TESAT준비위원회)’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며 실질적으로 카페를 총괄하는 부운영자까지 올랐다. 현재 100만 명 이상의 팔로어를 거느린 페이스북 페이지 ‘자취생으로 살아남기’를 론칭하고, 카카오의 자회사인 ‘키즈노트’라는 회사에서 온라인 마케팅 담당으로 일하기도 했다.
“네이버 카페, 페이스북, 애플리케이션 회사에서 일하면서 제가 잘하는 일이 온라인 마케팅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키즈노트에서 일하다 보니 제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은 ‘영업’이라는 걸 깨닫게 됐죠.”
키즈노트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사용하는 온라인 알림장 앱이었다. 유치원 원장님들을 만나서 앱의 장점을 설명한 후 원장님들이 앱에 관심을 보이면 뿌듯했다. 상대방을 만나 설득하고 상대방이 내 의견에 수긍할 때 엄청난 희열을 느꼈다. ‘이게 바로 영업이구나!’ 싶었다.


신입 사원의 월매출 2억 6600만 원

영업을 제대로 해보고 싶어서 삼성전자 판매사원으로 입사했다. 약 10주의 연수 과정을 3위로 수료하고 디지털프라자 서수원점으로 발령받았다. 발령 후 8개월 연속 매출 상승과 입사 1년 내 월매출 2억 6600만 원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그는 쉬는 날에도 계속 제품을 공부하고 고객을 관리했다.
“영업이라는 것이 수학능력시험 공부와 비슷해요. 냉장고를 팔려면 컴프레셔의 기능을 다 알아야 하거든요. 모르고도 팔 수는 있겠지만 전문가로서 스스로 자부심을 느끼려면 끊임없이 노력해야죠. 조금만 흐트러져도 바로 실적으로 나타나요.”
디지털프라자와 모바일스토어, 홈플러스를 거치는 동안 제품을 공부하고 글을 썼다. 사회 초년생들이 어학을 공부하거나 해외를 여행하며 자기계발을 할 때 그는 글쓰기를 택했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밤 12시. 그때부터 어떤 고객을 만났는지, 어떤 교훈을 얻었는지 일기처럼 글을 썼다. 쓴 글을 모아 책을 내야겠다는 목표도 자연스럽게 생겼다. 반년 동안 꾸준히 쓴 글이 마침내 《스물다섯 영업으로 길을 찾다》라는 책이 되었다.


기본을 지키는 것이 비결

“영업을 잘하는 비결이요? 전교 1등한테 비결이 뭐냐고 물으면 교과서 중심으로 공부하면서 예습과 복습을 철저하게 했다고 상투적으로 대답하잖아요. 그런데 제가 막상 이런 질문을 받으니까 저도 비슷하게 대답을 하게 되네요. 그냥 저는 고객관리를 열심히 했어요.”
그저 고객관리에 충실했다니. 때 되면 고객들에게 문자 남기고 전화하는 일반적인 고객관리를 말하는 것인가 되묻고 싶을 정도로 평범한 비결이다.
“뻔한 이야기죠. 하지만 실제로 매장에서 일을 해보면 이런 당연한 일을 하는 영업사원들이 드물어요. 고객의 전화번호를 받아 내는 것조차도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가전제품 대리점에 방문하는 고객들은 목적을 가지고 방문하는 경우가 많지만, 제품 하나를 사더라도 상담을 여러 군데서 받는다던가 지인의 추천을 받아서 사는 경우가 많다.
“진심으로 도와드리고자 하는 마음으로 제품을 설명해 드려요. 꼭 판매를 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궁금한 부분을 친절하고 부담스럽지 않게 알려드리죠. 제가 영업을 오래 해본 건 아니지만 판매왕이라고 불리는 분들을 보면 다 저처럼 일하시던걸요. 당연한 일을 당연하게 하는 게 비결이라면 비결이겠지요.”


진심을 다해 가치를 전하는 영업

“모든 영업사원은 컨설턴트 아닐까요. 저는 10년 이상 쓰는 가전제품에 대한 컨설팅을 해드려요. 앞으로 고객의 삶을 10년 이상 좌우하는 제품을 소개해 드리는데 허투루 할 수 없죠.”
자신의 말 한마디가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명심한다. 자신이 고객의 삶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곱씹는다. 이런 마음으로 제품을 골라드리고 구매를 도와드리고 나면 고객들도 명절 때마다 고맙다고 연락하고, 김치를 담가 매장으로 가져다준다. 지인에게 좋은 영업사원이라며 추천해주는 일도 많다.
“다른 사람들에게 저를 추천해주시고 고마워하시는 모습을 보면 저도 똑같이 고마움을 느끼죠. 사람의 마음이 이심전심이라는 걸 알 때, 비로소 영업의 매력을 느낄 수 있어요. 영업을 한번 해보면 그 매력에 푹 빠질 수밖에 없어요.”
이가훈 주임은 고객이 만족해할 때 느끼는 뿌듯함과 보람이 바로 영업의 매력이라며 웃는다. 진심을 다해 가치를 전하는 일보다 더 좋은 영업의 비결이 있을까. 그의 비결은 역시나 처음부터 끝까지 진심이라는 기본에 충실한 것이었다. 

 


 

2019-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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