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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남도 서천

글 · 사진 _ 배나영(여행작가)

소곤거리는 갈대의 물결
황금빛으로 물든 서천



바람이 불어오면 서로의 몸을 부대끼며 소곤소곤 소리를 나누는 갈대가 보기 좋다. 탁 트인 금강 하구의 갈대밭에서 사뿐사뿐 송림을 지나 바다 위를 향하는 장항스카이워크까지 서천의 자연을 만끽해보자. 한산모시관과 국립생태원을 함께 둘러보면 하루가 알차다.





 

봄, 여름이면 초록빛 파도가 치고 가을, 겨울이면 금빛 물결이 일렁인다. 햇볕이 쨍한 날에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하늘거리는 갈대숲도 사랑스럽고 물안개가 자욱한 날 촉촉하게 물기 머금은 들판의 고요함도 운치 있다.
금강 하구의 신성리 갈대밭은 너비가 약 200m, 길이가 1.5km 정도로 규모가 큰 갈대밭이다. 워낙 물이 들락날락해서 농사를 짓기 어려운 땅에 갈대가 무성하게 자라났다. 순천의 순천만과 해남의 고천암호, 안산의 시화호와 함께 국내 4대 갈대밭으로 불린다. 개구리 소리만 시끄럽던 갈대밭은 영화에 몇 번 등장하며 유명해졌고, 금강을 향해 데크를 조성하며 갈대 공원으로 거듭났다.

 



봄에 갈대를 소각하고 여름이 지나면 갈대가 벌써 키높이만큼 자란다. 9월부터 슬며시 초록빛 갈대꽃이 은빛으로 물들다가 10월이 지나면 황금빛 갈대가 사르락사르락 춤을 춘다. 촤아아아 바람길을 여는 갈대의 소리를 따라 키보다 훌쩍 자란 갈대 사이를 찬찬히 걷다 보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장항스카이워크에 오르면 생각보다 아찔하다. 높이가 15m라고 하니 아무리 못해도 5층 정도의 높이다. 올려다볼 땐 하늘을 가릴 정도로 울창하던 솔숲이 빽빽하게 발아래 펼쳐진다. 소나무에서 폴짝 뛰어내린 청솔모가 데크를 가로지른다. 몇 걸음 더 걸으니 이번에는 바다다. 등 뒤에는 피톤치드를 뿜어내는 청량한 숲이 융단처럼 깔리고 눈앞에는 끝 모를 수평선까지 탁 트인 바다가 펼쳐진다. 가슴도 확 트인다.
금강의 하구를 기벌포라고 했다. 신라와 당나라 군대가 기벌포에서 연합하여 백제를 멸망시키고 고구려까지 정복했다. 삼국을 통일한 신라가 당나라를 몰아낼 차례였다. 크고 작은 전투를 22번이나 벌인 끝에 당나라의 수군을 마지막으로 물리친 곳이 이곳, 기벌포다. 장항스카이워크를 기벌포 해전 전망대라고 부르는 이유다.
탁 트인 하늘길을 따라 걷다가 구름 위를 걷듯 바다 위를 걷는 기분이 그만이다. 오후 5시 30분에 입장이 마감이니 그 직전에 올라가 보자. 노을 지는 서해가 무척 아름답다.

 



 

서천군의 한산면에서 유래된 우리 모시의 역사는 무려 1500년이다. 한산모시관에서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재로 등재된 장인들의 솜씨와 모시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따뜻한 한산은 서리에 약한 모시풀이 자라기에 딱 맞는 조건이었다. 모시는 습도가 모자라면 끊어져서 더위에도 바람이 통하지 않도록 문을 꼭 닫은 채 짜야 했고, 실을 이로 쪼개서 섬유의 굵기를 일정하게 해야 좋은 품질의 모시를 얻을 수 있었다. 한산모시관을 둘러보면 우리 전통의 여름 옷감이 완성되는 과정 자체가 한 편의 예술임을 깨닫게 된다.
서천에는 2014년에 개관한 국립생태원도 있다. 우리나라가 속한 온대 지역뿐만 아니라 열대, 사막, 극지방, 지중해 지역의 동식물을 한데 모은 거대한 규모의 동식물원이다. 야외에는 수생식물원과 사슴생태원, 분수가 뿜어져 나오는 어린이 놀이터까지 갖추고 있어 가족나들이에 제격이다.
서천에 온 김에 모시를 넣어 만든 고소한 모시전에 모시 된장으로 끓인 된장찌개로 식사를 해보자. 집집마다 개성있게 담그는 한산소곡주와 달콤한 소를 잔뜩 넣은 모시 송편도 맛보지 않으면 아쉬운 서천의 명물이다. 

  

 

2019-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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