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Road

파도 따라 바람 따라 겨울 제주가 부르는 그곳으로

글 _ 장홍석 / 사진 _ 김흥규

제주도의 길

 




 

제주시 조천읍 신촌리에 위치한 닭머르해안길은 제주의 겨울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우거진 억새와 푸른 바다, 하늘이 어우러진 닭머르해안길은 마치 닭이 흙을 파헤치고 있는 형상과 비슷하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졌다.
억새 사이로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 소리를 따라 억새밭 한가운데로 들어서면, 파도가 치는 방향을 따라 고개 숙인 억새가 우리와 마주한다. 바다, 억새, 하늘을 즐기다 보면 길의 끝에 고즈넉이 자리잡은 정자가 눈에 띈다. 바닥이 나무데크로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고, 경사도 심하지 않아 누구나 편안하게 오를 수 있다.
정자에 오르니 정면으론 푸른 바다가 펼쳐지고, 뒤를 도니 넓은 억새밭이 한눈에 들어온다. 정자에 앉아 탁 트인 경관과 마주하자, 겨울 바다의 바람이 더욱 살갑게 온몸을 휘감는다. 세찬 겨울바람이 옷깃을 여밀게 만들지만, 반대로 눈동자는 커진다. 사람들에게 겨울 바다, 억새의 매력이 이런 것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닭머르해안길을 빠져 나오는 골목으로는 제주의 옛스러운 마을이 자리잡고 있다. 도심에선 볼 수 없었던 아기자기한 골목길의 풍경도 놓치지 말길.
 

 


최근 들어 제주의 초록빛 길은 사려니숲길, 비자림 등이 대세지만, 한라수목원의 산책로도 이에 견줄 만하다. 한라수목원에는 생태체험학습관, 희귀식물전시실 등 곳곳에 볼거리가 가득하다. 그중 수목원 한가운데 자리잡은 죽림원에선 대나무의 짙은 초록빛을 사시사철 만끽할 수 있다.
대나무 숲 사이로 들어선 산책로를 걸어보자. 눈길이 닿는 곳마다 대나무가 가득하고 그 사이사이로 햇빛이 떨어진다. 대나무 숲을 배경으로 플래시를 터뜨려도, 카메라 렌즈를 하늘로 향해도 언제나 초록 숨결이 가득 담긴다. 높이 솟은 대나무가 차가운 겨울 바람을 잠시 막아줘, 한가로이 쉬어가기 좋다. 미세먼지가 가득한 날에도 왠지 이곳만큼은 상쾌할 것 같다.
한라수목원은 제주공항 근처에 자리잡아 가볍게 들러보기 딱 좋다. 추운 겨울임에도 한라수목원만큼은 여름의 싱그러움이 남아있는 듯하다. 겨울의 제주를 느끼러 왔지만, ‘제주라면 역시 여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사람들 마음속에 제주도를 품게 만든 예능 프로그램 〈효리네 민박〉. 방송에 등장한 제주도의 수많은 명소 중 SNS에 가장 많이 회자되는 곳이 바로 구제주다.
특별히 입구랄 게 없는 곳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퉁이옷장을 시작으로 구제주를 거닌다. 청록색과 핑크빛 외관에 저절로 눈길이 간다. 이국적인 느낌을 풍기는 건물의 외벽, 그 주위를 둘러싼 돌담이 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사실 모퉁이옷장의 매력은 정면이 아니라 측면에 있다. 가래떡처럼 얇고 길게 들어선 독특한 모양의 건물이 이 집의 매력포인트이다. 가게 안에는 여성의류와 빈티지 소품들을 판매하고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모퉁이옷장을 지나 돌담길을 따라 걷다 보면, 옛날 정미소를 개조해서 만든 ‘쌀카페’, 백 년 된 가옥에 자리잡은 ‘순아커피’ 등 SNS에 올리고 싶은 예쁜 카페들이 가득하다. 골목을 가득 채운 차량 때문에 혼잡한 것은 조금 아쉽지만, 곳곳에 가득한 제주의 정취를 느끼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제주의 과거와 현대를 동시에 보고 싶다면, 이만한 곳이 없다.

 

 

 


제주 북서쪽에 자리잡은 신창풍차해안도로는 제주의 수많은 해안도로 중에서도 그 경관이 손꼽히는
곳이다. 잘 갖춰진 주차장에 차를 대고, 풍차와 바다 사이를 직접 걸어 다닐 수 있다. 어마어마한 바닷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정돈하느라 살짝 짜증이 날 때쯤, ‘아, 이렇게 바람이 부니까 풍차가 있겠지’라는 당연한 논리에 대충 모자를 뒤집어쓰게 된다. 그래도 거친 바람 덕분에 힘차게 돌아가는 풍차를 맘껏 구경할 수 있다. 풍차 가까이에 다가가면, ‘휭~ 휭~’ 매서운 소리에 저절로 몸을 움츠리게 된다. 흔히 생각하는 제주도의 고요한 해안도로와 달리 한껏 역동적인 매력이 가득한 곳이다.
풍차와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진 바닷길 구석구석을 빼놓지 말고 돌아보자. 바닷길 중간에 자리잡은 낡은 등대는 사람들의 포토스팟이 되었고, 그 주변으로는 작은 돌탑 여러 개가 올라서 있다. 풍차를 돌릴 만큼 거센 바람이라면, 돌탑에 담긴 사람들의 바람도 금방 하늘에 전달해주지 않을까. ‘바람의 바람’ 사이에 솟아오른 돌탑 위로 작은 돌멩이를 올려보는 것도 좋겠다.

 

2019-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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