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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남해군

글 / 사진 _ 신유진(여행작가)



겨울이 되면 바다가 보고 싶어진다. 세상의 색깔이 단순해지는 겨울은 바다를 제대로 볼 수 있는 계절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인지 겨울 바다의 색은 다른 계절보다 깊고 진하게 와 닿는다.
남해는 스치는 풍경에 항상 바다가 함께 한다. 시리도록 푸른 바다와 남해의 포근함은 우리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어준다.







남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보리암


보리암은 금산 자락에 있는 작은 암자다. 보리암에서 15분 정도 떨어진 곳까지 차로 오를 수 있어 초보자도 쉽게 갈 수 있다. 절벽 사이에 지어진 곳으로 아름다운 절경을 자랑한다. 이곳에서는 자주 걸음을 멈추게 되고, 자주 감탄을 쏟아내게 된다. 가장 먼저 보리암을 둘러싼 기암괴석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자연이 만들어낸 아름다움 앞에서 대단함을 느낀다. 암자를 지나면 해수 관세음보살이 있는 곳으로 갈 수 있다. 해수 관세음보살이 바라보는 방향으로 시선을 옮겨 보자. 겨울 햇살을 가득 머금고 있는 남해의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뻥 뚫린 시야에 들어오는 남해의 풍경은 감동이다. 잔잔한 바다에 햇살이 맞닿으니 푸른 바다가 금색으로 빛난다. 금빛 바다 사이로 보이는 섬들이 다정하다. 한걸음 떨어져 바라보는 평온한 바다는 깊은 위로가 된다.

보리암에서 10분 정도 걸으면 쌍홍문에 도착한다. 웅장한 바위 사이로 두 개의 문이 있는데 쌍무지개 같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곳이다. 하늘을 가릴 만큼 커다란 바위 사이를 지나면 절경이 기다리고 있다. 쌍홍문 사이의 남해 바다는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로 하여금 감탄사를 자아낸다. 쌍홍문 외에도 최고의 바다 전경을 바라보며 라면을 먹을 수 있는 금산산장도 있다. SNS에서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멋진 전경을 보며 출출함을 달래고 싶다면 꼭 한번 들러보는 게 좋겠다.




 



겨울 숲과 바다가 어우러진
물건리방조어부림

바다와 맞닿은 아름다운 숲이 남해에 있다. 물건리방조어부림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바다로 향하는 마을 길을 따라 내려가면 도착한다. 물건리방조어부림은 마을 사람들이 나무를 심어서 만들어진 숲이다. 바닷가에 불어오는 바람을 막기 위해, 물고기가 몰려오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300년이 넘는 시간이 쌓여있는 오래된 숲이다. 보통 바닷가 근처에는 소나무를 심어둔 곳들이 많지만, 이곳은 느티나무, 팽나무, 푸조나무, 말채나무 등 다양한 수종이 같이 어우러져 숲을 이뤘다.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다양한 나무를 설명하는 안내문을 만나게 된다. 나무의 이름이 생긴 이유와 특징을 읽으며 걸으니 숲이 더욱 가까워졌다. 바람에 움직이는 나무를 올려다보며 걸음의 속도를 늦춰본다. 나무의 가지 사이로 보이는 바다의 빛깔도 한 폭의 그림이다. 숲을 지나면 바다를 만난다. 눈앞의 풍경에 그 어떤 단어보다 감탄사가 먼저 쏟아진다.

“와, 정말 좋다.”

세상의 파란색을 다 모아 둔 것처럼, 세상에 태어나 푸른 빛깔을 처음 보는 아이처럼 가슴이 두근거렸다. 코끝이 빨개지도록 보고 또 바라본다. 몽돌로 된 해변으로 잔잔히 밀려오는 파도 소리가 마음마저 시원하게 해준다. 겨울을 만나러, 겨울 바다를 보러 오길 정말 잘했다.




 
 

남해의 ‘맛’을 찾아서
우리식당(멸치 쌈밥) VS 바이로이트(독일 음식)
 




남해를 대표하는 음식 멸치쌈밥
우리식당


몇 해 전 지인들과 남해를 여행한 적이 있다. 그때 먹었던 음식을 이야기하곤 하는데,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것이 멸치쌈밥이다. 자작하게 끓여낸 멸치조림을 쌈과 함께 먹었던 맛이 그립다고.
우리식당은 40년이 넘은 오래된 식당이다. 가게 곳곳에 다녀간 사람들의 메시지가 가득하다. 멸치쌈밥의 메인 요리인 멸치조림은 멸치 내장을 제거한 후, 양념장을 넣고 얼큰하게 끓여낸다. 생멸치로 만들어 비주얼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보았던 말린 멸치보다는 리얼하다. 밥과 멸치조림을 상추에 싸서 한입 가득 넣어야 제맛을 느낄 수 있다. 오물오물 먹는 맛이 좋다. 생각보다 멸치도 부드러워서 식감도 나쁘지 않다. 마늘장아찌와 같이 먹으면 맛있다고 사장님께서 귀띔해주셨다. 멸치조림 아래에는 우거지가 들어 있다. 양념이 밴 우거지도 별미다.


주소: 경남 남해군 삼동면 동부대로 1876번길 7
전화번호: 055-867-0074
Open: am 7시~ pm 8시
대표메뉴: 멸치쌈밥 1만 원 / 갈치찌개 1만 5000원



 

남해에서 즐기는 독일 음식

바이로이트


남해에는 1960년대 독일로 떠났던 광부, 간호사들이 은퇴 후 사는 독일마을이 있다. 주황색 지붕의 예쁜 집들이 모여 있는 이국적인 풍경 덕에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바이로이트는 독일마을에 있는 독일 음식 전문점이다. 메뉴판에는 발음하기도 쉽지 않은 독일 음식이 가득하다. 다행히 설명이 간단히 적혀 있어 주문하기엔 어렵지 않다. 이름도 생소한 브랏부어스트는 독일에서 먹는 기본적인 그릴 소시지다. 훈연하지 않은 소시지로 짜지 않고 담백하다. 우리가 보통 마트에서 사서 먹던 소시지보다 훨씬 부드럽다. 다양한 맛의 소시지와 빵, 감자구이, 독일 김치 등을 같이 먹는 재미가 있다. 슈니첼은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먹는 돈가스다. 바삭바삭한 슈니첼을 딸기잼에 찍어 먹으니 달콤하게 맛있다. 독일 맥주도 함께 곁들이니 훌륭한 한 끼가 된다. 접하기 쉽지 않은 다양한 독일 맥주도 맛볼 수 있다.

주소: 경남 남해군 삼동면 독일로 89-7 파독전시관 광장 내 위치
전화번호: 055-867-3326
Open: am 9시 30분 ~ pm 9시
대표메뉴: 브랏부어스트 2만 8000원 / 슈니첼 2만 5000원 / 슈바인학센 4만 원







 

남해의 ‘향’을 찾아서
돌창고프로젝트 VS 화소반





창고였던 곳이 복합문화 공간으로
돌창고프로젝트


불변의 명사 같은 건물도 사용하는 이에 따라 그 역할이 바뀐다. 남해 삼동면 마을 어귀에 있는 돌창고프로젝트는 건물의 역할이 바뀐 곳 중 하나다. 창고로 사용했던 공간과 이층의 주택이었던 곳은 이제 문화의 공간이자 카페가 되었다. 남해로 여행 온 사람들이라면 꼭 들릴 만큼 인기가 많다. 돌창고프로젝트에서 인기메뉴는 어머니 미숫가루다. 커피 맛이 없어서가 아니라, 미숫가루가 특히 맛있다. 하동 악양 평사리에서 생산된 곡물로 만든 미숫가루는 텁텁한 맛이 없고, 적당히 달큼하다. 가래떡구이와 함께 먹으니 조화가 정겹다. 가래떡구이 위에 뿌려진 유자청의 향긋함이 입안 가득 퍼진다. 부드러운 우유와 쌉쌀한 커피가 잘 어울리는 플랫화이트도 여행자의 피로를 풀어주기에 좋다. 카페 창으로 들어오는 따뜻한 겨울 햇빛 아래에서 쉬어가는 시간이 편안하다.

주소: 경남 남해군 삼동면 봉화로 538-1
전화번호: 055-867-1965
운영시간: am 10시 ~ pm 6시
대표메뉴: 어머니 미숫가루 5000원 / 가래떡구이 3500원 / 플랫화이트 4500원 / 아메리카노 4000원




 

시골의 촌집이 소담한 카페로

화소반


상주은모래비치 근처에 있는 화소반. 70년 된 오래된 집이 멋진 카페로 탈바꿈했다. 오랫동안 비어있던 촌집은 커피 향 가득한 공간이 되었다. 카페로 들어서면 넓은 마당과 소담한 공간이 반긴다. 화소반에서는 드립커피를 마실 수 있다. 헤밍웨이의 커피와 고종의 커피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헤밍웨이의 커피는 작가 헤밍웨이가 즐겨 마셨다는 쿠바크리스탈마운틴 원두를 사용한다. 바디감이 부드러워 마시기에 좋다. 비록 쿠바의 바다는 아니지만 남해의 바다에서 헤밍웨이를 떠올리며 마시는 커피가 꽤 오래 기억될 것 같다. 헤밍웨이 커피와 반대의 바디감을 가진 고종 커피는 고종이 마셨을 거라고 추정되는 인도네시아만델링으로 내린다. 묵직한 만큼 깊은 맛을 가지고 있다. 엔티크한 화소반의 분위기와 커피가 참 잘 어울린다.

주소: 경남 남해군 상주면 상주로 74번길 6
전화번호: 010-5088-8888
운영시간: pm 12시 ~ pm 6시
대표메뉴: 헤밍웨이의 커피 5000원 / 고종의 커피 5000원 / 레몬생강차 5000원

2020-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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