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Road

전라북도 전주

우리는 일상을 살아간다. 빡빡한 계획과 시간에 맞춰 움직이는 일상이 갑자기 버겁게 다가올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무언가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 시간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어진다. 특별한 계획 없이, 발길이 닿는 대로 걷다보면 그 무게가 조금씩 줄어든다. 전주 한옥마을에서는 걸음걸음이 모여 자연스럽게 여행이 된다.
글 / 사진 _ 신유진(여행작가)





걷는 즐거움이 있는
한옥마을 


나지막한 담과 담 사이를 따라 걸으며 만나는 한옥의 정겨움이 좋다. 오랜 시간의 흔적이 남아있는 공간 속에 현재의 시간이 담겨 공존한다. 한옥 사이로 아기자기한 소품가게, 잘 꾸며진 카페 등 예쁜 가게들이 많다. 보는 즐거움이 가득하다. 한옥마을을 걷다 보면 소설 《혼불》의 저자 최명희 작가의 문학관을 만나게 된다. 문학관 담장 위에 적혀 있는 ‘사람은 누구라도 앞모습보다 뒷모습이 실해야 한다’라는 글귀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한참을 서서 글자를 꾹꾹 눌러 읽어 본다. 새롭게 시작한 한 해의 시간 속에서 좋은 울림이 될 것 같다.

야트막한 언덕배기에 있는 오목대로 향했다. 한옥마을의 필수 코스로 꼽히는 곳이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오목대로 오르는 길목에 한옥마을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도착지다. 이곳에 서면 700여 채 정도의 한옥이 어우러진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기와지붕이 서로 마주하고 있는 풍경은 절로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만든다. 오늘 하루를 걸으며 만난 한옥마을의 시간이 함께 쌓여 있어 더 정겹다. 최근 한옥마을에 많은 사람이 찾아오다 보니, 고즈넉한 모습이 흐려져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한걸음 떨어져 바라보는 정취는 아쉬움을 달래기에 충분하다.
 


 



경기전에서의
여유로운 시간

한옥마을에는 경기전이라는 역사적인 곳이 있다. 조선 태조 이성계의 어진이 모셔진 곳이며, 임진왜란 때 조선왕조실록이 유일하게 불타지 않았던 전주사고가 이곳에 있다. 역사적 의미만으로도 할 이야기가 가득한 곳이지만, 내가 이곳을 좋아하는 이유는 또 있다. 오랜 시간과 어우러진 아름드리나무들 때문이다. 몇 해 전 경기전에서 느꼈던 고요한 편안함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생각나게 했다. 일단 경기전은 전동성당을 찾으면 쉽게 찾아갈 수 있다. 한옥마을에서 유일하게 높은 건물이 전동성당이라 어디서든 눈에 띈다. 성당의 맞은편에 있는 경기전에 들어서면 홍살문이 잔잔한 경건함으로 반긴다. 신기하게도 담 하나를 두고 북적거림이 사라진다.
전주사고가 있는 근처에는 자그마한 대나무 숲이 있다. 숲이라 부르기엔 규모가 작지만, 하늘을 가릴 만큼 울창하다. 겨울이 무색하도록 푸른 대나무가 마음마저 상큼하게 만들어준다. 잠시 멈춰 바람을 기다려본다. 겨울바람에 잎사귀 부딪치는 소리가 좋다. 인생 사진을 남기기에도 좋은 곳이니 카메라를 꼭 챙겨가자. 대나무 숲길을 지나 나무 사이 벤치에 앉았다. 때마침 관람객들도 발길이 잦아들어 고요한 시간을 누려본다. 시리도록 파란 하늘 아래, 겨울나무의 모습이 참 좋다.
어진박물관에서 입구로 향하는 길을 따라 담장 너머로 전동성당이 보인다. 기와지붕과 어우러진 풍경이 산책길을 더욱 운치 있게 만들어준다. 전동성당을 지을 때, 경기전과 풍남문 등 주변을 고려해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를 했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전주의 ‘맛’을 찾아서
현대옥(콩나물국밥) VS 하숙영가마솥비빔밥(전주비빔밥)
 



담백한 콩나물국밥
현대옥 남부시장점


전주에 왔으니, 콩나물국밥 한 그릇은 먹어야 예의가 아닐까 싶다. 입김이 뽀얗게 나오는 겨울에는 따뜻한 국밥 한 그릇이 제격이다. 담백한 국물과 깔끔한 맛이 매력적인 콩나물국밥은 가볍게 먹기에 좋다. 화려하지 않아 오히려 정이 가는 음식이다. 특히 남부시장식 국밥은 데워진 국물에 밥을 말아 내는 것이 특징이다. 국밥을 받자마자 크게 한술 떠 입안에 넣기에도 적당한 온도다. 콩나물이 가득 들어간 국밥 한 그릇을 먹고 나니 든든하다. 콩나물국밥과 함께 나오는 수란은 부드럽게 입맛을 돋워준다. 김 가루를 솔솔 뿌려 먹으면 그만이다. 콩나물국밥은 순한맛, 보통맛, 매운맛 세 단계로 선택이 가능하니 입맛에 맞춰 주문하면 된다. 콩나물국밥만으로는 부족할 듯하면 오징어를 추가해 먹을 수도 있다.

주소: 전북 전주시 완산구 풍남문2길 63
전화번호: 063-282-7214
Open: am 6시 ~ pm 2시
대표메뉴: 나물국밥 6000원 / 오징어 추가 2000원



 

포만감 가득한 전주비빔밥

하숙영가마솥비빔밥


잘 차려진 밥상 하나만으로도 여행은 풍성해진다. 온종일 여행으로 지친 여행자에게 전주비빔밥은 맛있는 한끼를 먹을 수 있는 좋은 메뉴다. 집집마다 조금씩 다른 매력의 비빔밥을 찾아다니며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숙영가마솥비빔밥은 돌솥밥이 특징인데, 밥맛이 참 좋다. 비빔밥에 넣기 전에 한입 맛을 보니 단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밥맛이 이렇게 좋으니, 다른 재료와 한데 어우러짐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밥을 넣어 엉성하게 비비고 있으면 직원이 찾아와 능숙한 솜씨로 재료를 비벼서 건넨다. 맛깔스럽게 비벼진 비빔밥은 최고의 만찬이다. 제법 많은 양을 보고 다 먹을 수 있을까 싶었지만, 기우였다. 한 그릇 뚝딱 먹고 나니 기분 좋은 포만감이 돈다. 비빔밥을 먹는 동안 끓여진 누룽지로 마무리하면 맛있는 한끼가 마무리된다.

주소: 전북 전주시 완사구 전라감영5길 19-3
전화번호: 063-285-8288
Open: am 11시 ~ pm 8시
대표메뉴: 옛날가마솥비빔밥 1만 2000원 / 옛날가마솥육회비빔밥 1만 5000원



 

전주의 감성이 담긴 카페를 찾는다면
꽃가마 VS 전망
 




한옥의 아늑함을 느낄 수 있는
꽃가마


나지막한 담과 나무대문은 지나가던 사람들의 걸음을 자연스럽게 멈추게 만든다. 꽃가마는 한옥마을에 있는 카페답게 한옥의 정취를 느끼기에 좋은 곳이다. 마당을 지나 카페 안으로 들어가니 따뜻한 공간이 반긴다. 소담한 유리창으로 들어오는 겨울 햇살의 온기가 한옥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특히 마루가 있는 공간은 이곳의 매력을 듬뿍 담고 있다. 꽤나 눈치싸움을 해야 이 자리를 잡을 수 있다. 전체적으로 테이블 간격이 넓어 편안하게 이야기하기에도 좋다. 공간의 분위기 때문인지 이곳에서는 커피보단 전통차가 더 잘 어울렸다. 대추차는 겨울바람에 얼었던 몸을 따뜻하게 녹여줬다. 팥빙수는 꽃가마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메뉴다. 맛있는 팥과 부드러운 얼음이 어우러져 함께 온 이들과의 수다가 더욱 달달했다. 허나 커피 맛은 살짝 아쉬움이 남는다.

주소: 전북 전주시 완산구 경기전길 167
전화번호: 063-285-6375
운영시간: am 9시 ~ pm 9시 30분(주말: am 9시 ~ pm 10시)
대표메뉴: 수제팥빙수 1만 원 / 대추차 6000원 / 아메리카노 4000원




 

한옥마을이 한눈에

전망


최근 전주의 한옥마을에 위치한 카페 중 가장 ‘핫’하다는 곳이다. 카페 전망은 가는 길부터 남다른데, 일단 엘리베이터를 타야 한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진한 커피 향이 반긴다. 건물의 4층과 5층에 위치하고 있는 이곳은 한옥마을을 한눈에 내려다보기에 그만이다. 오목대에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한옥마을이 펼쳐진다. 실외 테라스와 실내 공간으로 나눠져 있어 다양한 시선으로 한옥마을을 즐길 수 있다. 일단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 자리를 잡기가 쉽지 않고, 어쩔 수 없는 북적거림은 고려해야 한다. 한옥마을을 전경으로 커피 한잔 할 수 있다는 큰 매력이 있으니 도전해볼 만하다. 해가 질 무렵, 커피를 마시며 바라본 한옥마을의 야경은 또 하나의 추억이 되었다. 커피는 진한 맛과 연한 맛을 선택할 수 있고, 음료 종류도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주소: 전북 전주시 완산구 한지길 89 전주한옥마을 전망
전화번호: 063-232-6106
운영시간: am 9시 ~ pm 11시
대표메뉴: 아메리카노 5000원 / 에스프레소 콘파냐 5000원 / 스파클링에이드 7500원

2020-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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