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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북도 충주

글 · 사진 _ 배나영(여행작가)

역사에 스미고
풍경에 물드는 충주




속리산에서 흘러내린 달천이 충주의 서쪽을 지나 남한강으로 합쳐지고, 강원도에서 흘러내린 남한강이 충주의 북쪽을 지나 충주호로 스며든다. 우리 땅의 중심이라 여겼던 중원의 중앙탑과 충주박물관, 신라의 악성 우륵이 가야금을 타던 탄금대, 임진왜란의 격전지였던 열두대가 물길을 따라 굽이굽이 펼쳐진다.




 
 

남한강이 절벽을 휘감으며 달천과 만나는 곳에 나지막한 대문산이 솟았다. 울창한 소나무 숲을 지나 대문산 절벽에 서면 내려다보이는 강풍경이 그윽하다. 한강 8경 중 하나인 탄금경이다. 악성(樂聖) 우륵이 가야를 떠나 신라에 올 때 탄금경을 내려다보며 가야금을 탔다고 하여 탄금대라고 부른다. 아름다운 경치는 아름다운 소리를 부르기 마련인지, 우륵의 가야금 소리에 이끌린 사람들이 모여들어 마을을 이루었다고 한다.
탄금정 아래에는 열두대라는 이름의 커다란 바위가 있다. 임진왜란 때 충주성을 지키던 신립 장군이 탄금대 전투를 벌이다가 뜨거워진 활시위를 식히기 위해 강 아래까지 열두 번을 오르내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신립 장군은 배수진을 치고 왜군을 상대했으나 결국 패하고 강물로 뛰어들어 스스로 목숨을 거두었다. 충주 읍성에는 신립 장군을 믿고 피난을 가지 않은 백성들이 그렇게 많았다는데.
난간 아래를 빼꼼히 내려다보면 깎아지른 절벽 아래 흐르는 물이 망망하다. 고개를 들면 충주 시내가 멀리서 평온하고, 초록이 우거진 용섬이 그저 고요하다. 고향을 그리며 가야금을 뜯었던 우륵에게도, 나라를 지키지 못하고 목숨을 던져야 했던 신립에게도 아름답지만 처연했을 풍경이리라. 탄금대 공원을 돌아 나오는 길, 멀리서 들려오는 새소리가 얼핏 구슬픈 가야금 소리인 듯했다. 
 




   



중원은 넓은 들판의 한가운데라는 뜻이자 천하의 중심을 이른다. 삼국시대에도 백제, 고구려, 신라가 중원을 차지하기 위해 다투었고, 중원을 차지하는 나라가 패권을 장악했다. 한반도의 중원이 바로 지금의 충주다. 통일신라는 한반도의 배꼽이라는 이곳을 중원경이라고 불렀으며 뒤이은 고려는 중원경을 충주라고 바꾸어 불렀다. 그러니 국보 6호인 충주 탑평리 7층 석탑은 중원을 차지한 통일신라의 자부심이다. 지금까지 남아있는 통일신라 석탑 중에서 가장 크고 높다. 날씬하게 하늘을 향해 뻗은 중앙탑의 형상은 당장이라도 비상하고픈 신라인들의 마음을 표현하듯 역동적이다. 

 

 
 

중앙탑을 둘러싼 조각공원이 싱그럽다. 나무들과 조각들이 호수를 배경으로 어울린다. 공원 옆에는 충주박물관이 있다. 1관과 2관이 내부에서 이어진다. 전시실을 둘러보면 삼국이 이곳을 차지하려고 각축을 벌인 이유는 유리한 교통망과 지리적 요건뿐만 아니라 철 생산지였기 때문이라는 걸 깨닫는다. 2관의 충주항쟁실에서는 충의의 고장으로 불리는 충주의 자랑스러움을 엿본다. 몽고군이 여러번 침입했을 때도 처음부터 끝까지 성을 지켜낸 김윤후 장군, 임진왜란 때 배수의 진을 친 신립 장군의 영정 사진과 기록을 살피면 경건한 마음이 든다.
 

 


 

중앙탑 근처에는 관광지답게 식당들이 가득하다. 점심시간에 맞춰가면 주차할 자리도 없거니와 오랜 시간 줄을 서야 할 정도. 그중에서도 막국수 맛집들이 인기다. 독특하게도 충주의 메밀 막국수 집에서는 닭튀김을 곁들여 먹는다. 서울에서는 웬만한 평양냉면 한 그릇에 1만 원이 넘어가는데 막국수 한 그릇에 6000원이라니, 가격을 생각하면 사리까지 공짜로 주는 막국수가 두 배로 맛있어진다. 뒷맛이 꽤나 매콤하고, 살얼음이 동동 낀 육수가 시원하다.
충주댐 옆에는 물문화관이 들어섰다. 넓은 잔디광장을 끼고 선 건물 옆으로 물레방아와 폭포, 정원을 꾸며 두었다. 물문화관 안에서는 충주댐의 역할과 원리에 대해 알아볼 수 있고, 충주호의 변천사, 충주의 옛 모습을 사진으로 엿볼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멀티미디어를 이용해 물과 관련된 노래를 듣거나 화면을 터치해서 충주의 구석구석을 여행하듯 즐겨볼 수도 있겠다. 영상실에는 푹신한 빈백을 마련해 두어 편안하다.
 

 

 

 

2019-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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