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Road

태안

글 / 사진 _ 신유진(여행작가)

 

 

유난히 길었던 장마가 지나고, 가을이 시작됐다. 처서가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계절이 바뀌었다. 절기의 힘은 대단하다. 햇살은 여전히 뜨겁지만, 한결 청명해진 하늘과 선선해진 바람이 가을의 시작을 알린다. 아름다운 바다와 자연이 함께 하는 ‘태안의 가을’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이 가을, 지금의 순간을 마음껏 즐겨본다.

 








자연이 만든 거대한 아름다움
신두리 해안사구 

  

궁금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모래언덕이란 말에 호기심이 생겼다. 태안의 신두리 해안사구가 그 주인공이다. 사구는 바람에 의해 모래가 움직여 쌓인 언덕을 말한다. 교과서에서 배우긴 했지만, 실제로 마주하니 새롭다. 여행하다 보면, 직접 가봐야 한다는 말을 실감하게 될 때가 있다. 신두리 해안사구가 그랬다. 사진으로 봤던 것보다 훨씬 더 웅장하다. 눈 앞에 펼쳐진 높은 모래 언덕이 깊은 울림을 전해 준다. 사구는 길이 3.4km, 폭 0.5~1.3km로 해안선을 따라 길게 형성되어 있다. 이곳은 빙하기 이후 약 1만 5천 년의 시간 동안 쌓여 형성되었다. 과거에는 개발로 인해 훼손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탐방로는 A · B · C 코스로 나누어져 있다. 코스별로 30분, 1시간, 2시간 중 선택이 가능하다. 코스마다 사구의 매력이 달라 어떤 코스를 선택해도 좋다. 사구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드넓은 초록의 푸르름이 반긴다. 모래 위로 푸른 풀과 식물들이 공존한다. 조금 더 걸어 들어가니 신두리 해안사구의 백미인 모래언덕이 나온다. 훼손의 위험이 있어 가까이 갈 수는 없지만, 그 웅장함이 느껴진다. 자세히 보면 모래가 바람을 타고 움직인 흔적이 남아있다. 바닷물이 들고 나며 모래에 남는 물결처럼 바람결의 흔적이 남았다. 사구의 모습은 지금도 서서히 바뀌고 있다. 노란색의 모래, 초록의 풀,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신두리 해안사구에서의 시간이 참 아름답다.

 

 

 

  

 



나무의 행복을 생각하는
천리포 수목원

천리포 해안선을 따라 아름다운 수목원이 자리잡고 있다. 천리포 수목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수목원으로 1970년 민병갈 원장이 만든 곳이다. 본래 미국 태생이었던 민병갈 원장은 우리나라에 귀화한 뒤, 척박했던 이곳에 나무를 심고 가꾸기 시작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식물을 수집하고, 뿌리 내리도록 노력한 결과 지금은 1만 6000여 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다. 지난 2000년 국제수목학회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천리포 수목원의 주인은 나무다.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려고 만든 곳이 아닌, 나무의 행복을 생각하는 마음이 참 좋다. 손님의 자격으로 방문하는 우리도 그 행복을 함께 나눌 수 있으니, 마음이 따뜻해진다. 사람의 손길이 닿긴 하지만 자로 잰 듯 반듯하게 가꿔진 모습이 아니라 더 자연스럽다. 계절이 바뀜에 따라 수목원의 풍경도 함께 바뀌어 간다.
천리포 수목원에 올 때는 시간을 넉넉히 두고 오는 것이 좋다. 다양한 종류의 나무와 식물을 보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수목원과 천리포 해변 사이로 찬찬히 걸을 수 있는 산책로도 있다. 파도 소리를 따라 걷는 것만으로도 ‘쉼’ 그 자체이다. 수목원 곳곳에는 벤치가 놓여 있다. 급하게 지나치지 않고 쉬엄쉬엄, 천천히 시간을 누려 본다. 해질녘 노을쉼터 의자에 앉아 수목원에서 보이는 황금빛 바다를 만끽해보자.



 


 

 

태안의 ‘맛’을 찾아서
파전칼국수(칼국수) VS 신태루(육짬뽕)

 





정이 듬뿍 담긴
파전칼국수


파전칼국수’는 태안 서부시장 안에 있다. 전통시장 안에서 할머니 두 분이 운영하는 자그마한 가게다. 맛집으로 소문이 나면서 지역주민뿐만 아니라 여행자들까지 일부러 찾아오는 명소가 됐다. 테이블이 많지 않아 주말에는 줄을 서야 하지만 생각보다 회전율이 빠르다. 이 집의 메뉴는 바지락칼국수 딱 한 가지이다. 주문과 동시에 삶아진 면, 바지락이 가득 들어간 맛있는 칼국수를 먹을 수 있다. 면은 직접 반죽하고, 숙성을 시켜서 만든다고 한다. 칼로 쓱쓱 썰어낸 면은 다른 칼국수에 비해 두툼하다. 식감 좋은 면과 함께 바지락의 시원함이 어우러진다. 무를 얇게 썰어 만든 무김치도 별미이다. 넉넉하게 담겨 있는 김칫국물을 칼국수에 넣어서 먹으니 잘 어울린다. 맛있게,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바지락칼국수 한 그릇의 가격은 단돈 4천 원이다.



주소: 충남 태안군 태안읍 시장1길 34

전화번호: 041-673-2772

운영시간: am 9시 ~ pm 6시

대표메뉴: 칼국수 4000원




  



육짬뽕의 진수를 맛보다

신태루


오픈 시간인 10시가 지나니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아침이라고 하기에도, 점심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시간인데 가게 안이 금세 가득 찼다. 신태루는 TV프로그램에 소개되며 전국구로 유명세를 탔지만, 사실 이 지역 사람들에게 이미 70년이 넘도록 사랑받아온 노포이다. 건물에서부터 시간의 흐름이 느껴진다. 신태루는 짬뽕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돼지고기와 조개가 들어가 있는 ‘육짬뽕’이 메인이다.
재료는 그날 들어온 신선한 조개와 고기를 사용한다. 진한 국물은 다른 곳에서 먹던 짬뽕과 맛이 다르다. 불맛이 적당히 더해져 묵직하면서도 칼칼하다. 돼지고기가 들어가 있어도 기름진 느낌 없이 깔끔하다. 태안의 바자락도 듬뿍 들어가 있다. 진한 짬뽕이 생각나는 날엔 신태루가 답이다. 짬뽕 외에도 다양한 음식들이 있으나, 메뉴가 매일 조금씩 바뀐다. 당일 제공되는 음식 메뉴판이 따로 준비되어 있으니 참고하자.



주소: 충남 태안군 태안읍 시장5길 43

전화번호: 041-673-8901

운영시간: am 10시 ~ pm 7시 30분 (매주 화요일 휴무)

대표메뉴: 짬뽕 6000원 짜장면 5000원 탕수육 1만 7000원







 

태안의 ‘향’을 찾아서
오션인 VS 피노카페







서해가 펼쳐지는
오션인


신두리 해안사구에서 차로 5분 정도 거리에 ‘오션인’ 카페가 있다. 하얀 벽과 갈색 지붕의 이색적인 분위기가 반겨준다. 카페의 전반적인 인테리어는 ‘깔끔’ 그 자체이다. 메인 카페인 하얀 건물과 야자나무부터, 빈백이 있는 서브 공간, 바다가 보이는 카페 곳곳이 모두 매력적이다.
오션인 카페는 오션뷰로도 유명하다. 카페 뒤편으로 신두리 해변이 펼쳐진다. 물때에 따라 풍경이 달라지는 서해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바닷물이 들어왔을 때는 잔잔한 바다의 풍경이 함께하고, 썰물의 바다는 고요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커피는 ‘라바짜’라는 원두를 사용한다. 산미가 살짝 있지만, 호불호 없이 누구나 즐기기에 좋을 맛이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니 정신이 번쩍 든다. 이곳에서의 커피 한잔과 함께라면 여행의 피로도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다.


주소: 충남 태안군 원북면 신두해변길 87

전화번호: 010-3017-9775

운영시간: am 11시 ~ pm 6시(평일) am 11시 ~ pm 8시(주말)

대표메뉴: 아메리카노 5500원 카페라떼 6500원 말차라떼 6500원







 

만리포 해변을 바라보며
피노카페


만리포 해변 근처에 피노카페가 있다. 만리포 해변을 산책하다 들리는 사람, 서핑 하고 오는 사람 등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해변에서 오는 사람들을 위해 들어오는 입구에는 모래를 씻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만리포 해변이 보이는 예쁜 테라스와 플랜테리어로 꾸며진 실내 인테리어 덕분에 오묘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는 태안슈페너이다. 태안의 지명을 딴 이름이 귀엽다. 쌉쌀한 에스프레소, 진한 녹차, 부드러운 우유 그리고 달콤한 크림이 적절한 조화를 이룬다. 보통 아메리카노를 선호하지만, 태안슈페너도 꽤 매력적이다. 역시 시그니처 메뉴인 데는 이유가 있다. 사진을 남기듯, 여행지의 커피를 기억하는 것도 여행을 즐기는 좋은 방법 중 하나이다. 피노카페라면 태안 여행의 한 장면으로 손색이 없겠다.

 

 

주소: 충남 태안군 소원면 만리포2길 184

운영시간: am 11시 ~ pm 8시 (월요일 휴무, 주말 운영시간 상이) 

대표메뉴: 태안슈페너 7900원 아메리카노 5500원 만리또에이드 8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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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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