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공감K

3세대가 슬기롭게 출근하는 법 근태, 과신도 과민도 금물

‘근태(勤怠)’의 의미는 여러 가지다. 세대별로 부여하는 의미가 다르고 각자 편하게 해석한다. 베이비부머세대에게는 ‘부지런함(勤)’과 ‘게으름(怠)’의 기준이다. 게으르면 근태가 좋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X세대는 전반적인 근무 태도이자, 조직 생활의 일부로 본다. MZ세대는 법정 근로시간의 준수 여부 정도로 여기며 근태보단 성과를 중요시한다. 매일 반복되는 출퇴근의 갈림길에서 성실과 근면, 일의 효율은 어떻게 조화를 맞춰야 할까?
글 _ 김성회(CEO리더십연구소장) / 그림 _ 박선호(교원 청년웹툰챌린지 당선 작가)



한 중견기업의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에서 인사 담당자가 말했다. “여러분, 성공하는 직장인은 출근 시간부터 다릅니다. 먼저 출근 시간과 일을 시작하는 시간은 다르다는 걸 알아야 해요. 적어도 10분 전에는 사무실에 나와 일할 준비를 마쳐야 합니다. 자동차도 운전하기 전 미리 워밍업을 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이때, 자동차 지식에 밝은 한 신입사원이 예상치 못한 답변을 했다. “예전 차들은 카뷰레터(기화기)가 있어서 미리 워밍업이 필요했고요. 요즘은 시동 걸면 바로 작동해서 오히려 미리 공회전하는 게 안 좋다고 합니다.” 차가 바뀐 것처럼 시대도 바뀌었음을 말하고 싶었을 테다.

야단치자니 쪼잔하고 안 치자니 불편하고
베이비부머세대는 지각했을 때 회사 복도에서부터 느껴지는 싸한 공기, 바늘 하나만 떨어져도 소리가 날 것 같은 사무실에서 느껴지는 시선이 두렵다. 들어오면서 일부러 서류를 옆구리에 끼고 복사해오는 척하거나, 화장실에 숨겨둔 슬리퍼를 신고 여유 있는 척 들어오는 등 온갖 위장 전술을 쓰곤 했다. 이런 기기묘묘한 잔머리도 ‘근태가 조직 생활에서 중요하다’라고 생각했기에 가능한 성의 있는(?) 행동이었다.
X세대는 근태가 목숨처럼 중요하진 않지만 여전히 중요한 기준이라고 믿는다. 항상 좋은 성과를 내기는 힘들기에, 성과가 나쁠 때를 대비해 마치 보험처럼 관리하는 것이다. 그런 X세대가 당황하는 상황은 MZ세대 후배가 “성과가 좋은데 근태가 뭐가 중요한가요?”라고 반발할 때다. 하지만 지각으로 야단치자니 쪼잔해 보이고, 안 치자니 마음이 불편하다. 그렇다고 제도를 바꾸긴 또 쉽지 않다. 그저 한 직원의 나쁜 근태가 바이러스처럼 퍼져 ‘조직에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구성원 간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지는 않을까’하는 시름만 깊어진다.
베이비부머나 X세대가 근태에 대해 ‘과신’한다면 MZ세대는 ‘과민’하다. MZ세대는 일찍 출근하는 것은 의무라고 하면서 제시간에 퇴근할 권리는 주지 않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칼출’은 ‘칼퇴’와 맞물려야 한다는 논리다. 근태를 과하게 신경 쓰느니 성과를 측정하는 확실한 지표를 마련하거나, 집중 근무제 등 열심히 일하게 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옳고 그름을 떠나 각 세대에 따라 무언가의 정의가 다른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생산성 역시 서로의 정의가 다른 것이다. MZ세대들이 디지털 환경에서 수행하는 작업은 종종 창의성, 혁신성 등을 요하기 때문에 장시간의 회의나 밤샘 컴퓨터 작업 등으로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 수행하는 작업의 유형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여전히 선배세대는 일 못하는 사람은 참아도 근태 나쁜 직원은 참을 수 없다고 말한다. 반면 후배세대는 근태가 사회생활의 기본이라는 것을 구식이라며 불편해한다. 이 간극을 어떻게 좁혀야 할까?



선배 세대를 위한 조언
선배세대는 후배세대에게 ‘왜 근태가 중요한지’ ‘근태의 기준이 무엇인지’ 등 충분히 설명해 납득시키자. ‘배달의 민족’ 앱을 개발한 회사 ‘우아한형제들’은 자율적 조직문화로 유명하다. 하지만 사규에 ‘9시 1분은 9시가 아니다’라고 명시하는 등 지각을 절대로 금지한다. 이렇듯 정확한 기준을 제시해야 MZ세대가 이해할 수 있다. 출근 정시에 회의나 교육을 하는 등 제도보다 문화로 유도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후배 세대를 위한 조언
개인의 성과를 두부 자르듯 100% 객관적으로 평가하기는 정말 어렵다. 물론 축구선수 손흥민은 누가 재촉하지 않아도 알아서 골을 넣어 팀의 성공을 이끌고 그만큼 몸값을 올린다. 하지만 그건 특별한 경우다. 조직의 일 대부분은 개인기가 뛰어난 스타 중심이 아닌 팀 중심으로 돌아간다. 효율이 반드시 수치화 되지 않기 때문에, 근면한 것만이 정답이 아니듯 효율만을 추구하는 것도 정답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근태 강조하는 사람 치고 일 잘하는 사람 없다’ 는 말도 맞지만, 일 잘하는 대부분은 근태도 잘 지킨다.

2022-10-04

김성회: CEO리더십연구소장이자 숙명여대경영대학원 초빙교수를 맡고 있다. 대기업, 공공기관 등에서 조직관리, 리더십 강의를 진행할 때 1순위로 섭외되는 인기 스토리텔러다. 저서로는 《성공하는 CEO의 습관》《센 세대, 낀 세대, 신세대 3세대 전쟁과 평화》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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