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에게 말하다

MJ소비자연구소 장문정 소장

장문정 소장은 LG그룹 · 미국 월마트 · 일본 JVC 같은 굵직한 기업들에서 전략을 기획하고, 영업환경을 구축하던 마케팅 전문가였다. CJ홈쇼핑에서 쇼호스트로 활약할 때는 홈쇼핑 방송 1시간 동안 125억가량의 제품을 팔며 기네스 기록을 세웠다. 지금은 MJ소비자연구소의 소장으로서 기획에서 콘셉트, 마케팅에서 세일즈까지 아우르는 명쾌한 전략가로 일하며, 수많은 기업과 영업 사원들을 상대로 코칭을 하고 있다. 마케팅과 세일즈에는 총체적인 전략과 특별한 설득의 언어가 필요하다는 장문정 소장에게 한 수 배워보자.

글 _ 배나영(자유기고가) / 사진 _ 김흥규

세일즈는 파는 것이 아니라
사게 만드는 것




말을 잘하는 사람이 세일즈를 잘한다?
장문정 소장은 대기업에서 뼈대가 굵은 훈련을 받은 프레젠터다. 똑 부러지는 말투에 자연스러운 어조, 시원시원한 발성을 듣고 있으면 마치 아나운서와 마주 앉은 느낌이다. 그는 내성적인 성격에 낯가림도 심하지만, 방송하거나 협상을 할 때는 전혀 긴장하지 않는다고 했다.

“말솜씨는 타고난 재능이죠. 순발력과 상황 판단력이 필요하거든요.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아무리 노력해도 박태환 선수와 수영 시합에서 이길 수 없는 것과 비슷해요.”

그럼 말솜씨를 타고나지 않은 사람은 세일즈를 할 때 얼마나 더 노력해야 하는 걸까.

“영업은 말솜씨로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플린 효과’라고 들어보셨나요? 고객들은 상품 설명을 들으면서 점점 똑똑해져요. 그래서 오히려 말을 잘하는 영업사원을 잘 믿지 않으려고 하지요. 상대의 지적 수준이 나보다 높다고 생각하는 순간, 심리적인 방어기제가 생기거든요. 세일즈를 잘하기 위해서 꼭 말을 잘할 필요는 없어요.”

장문정 소장은 세일즈를 잘하려면 겉으로 드러나는 말보다 속에 감추어진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건강식품을 판매할 때 “이거 사주세요”가 아니라 “참 맛있네?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고”, “6개월 먹었더니 혈압이 떨어졌어”라고 말하는 것이 오히려 구매 욕구를 부른다는 뜻이다.

“요즘에는 신문에도 직접적인 상품 광고를 하기보다는 기사 형식의 광고를 게재합니다. 마찬가지로 영업할 때도 우회 전략을 써야 해요. ‘하드 세일’이 아니라 ‘소프트 세일’의 전략이 필요하죠. 마치 광고인 듯, 광고 아닌, 광고 같은 그런 것? (웃음)”

장문정 소장은 자신이 하는 일이 이런 일이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꾸준한 공부가 남다른 결과를 낳는다
장문정 소장은 타고난 재능에 안주하지 않는다. 아무리 수려한 말솜씨를 자랑하는 영업사원이라 하더라도, 마케팅 전략에 기반을 둔 그의 세일즈를 따라잡을 수 없는 이유다. 그는 철두철미하게 자기계발을 한다. 저서 《팔지마라 사게하라》를 집필할 때는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수집한 마케팅 관련 자료의 양이 A4용지로 사과 상자 20개를 채울 정도의 분량이었다고 한다.

“제가 어디 가서 학점 이야기를 잘 안 해요. 상대방이 제 학점을 듣고 좋은 반응을 보인 적이 없거든요.(웃음)”

4년 장학생으로 대학에 입학한 그의 학점은 4.5만점에 4.47이다. 대학교 2학년 때부터는 집에 오가는 시간이 아까워서 학교 도서관에서 먹고 잤다. 여름에는 모기장을 치고, 겨울에는 풍로를 틀고 자며 공부해서 조기졸업까지 했다. 석사 학위도 두 개나 있다. 하나는 시그널 프로세스 관련한 공학 석사, 다른 하나는 광고학 석사다. 마케팅 연구소의 일도 바쁘지만 소비심리학 박사 공부도 틈틈이 하고 있다. 그에게 노력은 몸에 밴 습관이다.

“저는 말솜씨를 타고났지만, 제가 하는 일은 말솜씨와는 상관이 없어요. 머리를 쓰는 직업이니까, 공부를 해야 하죠.”

대부분의 사람들이 월요일에 일을 시작하지만, 장문정 소장은 일요일부터 일을 시작한다. 월요일에 회의가 있다면, 일요일에 모든 내용을 숙지하기 위해서다.

“마케팅을 하려면 상대와 만날 때 제품에 대해 이 정도 준비는 해 가야죠.”

재능에 노력을 더하면 빛나는 결과를 낳는다. 장문정 소장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제품보다 중요한 언어 포장의 기술
장문정 소장은 기업에서 상품을 의뢰하면 상품을 판매해 회사의 매출을 높이는 일을 한다. 제품의 총체적인 마케팅 전략을 짜는 일에서부터 영업사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세일즈 코칭까지, 그의 손을 거치면 마술처럼 매출이 높아진다.

최근에는 해외리조트 컨설팅 업무를 맡았다. 마케팅 콘셉트를 잡고, 네이밍·광고 카피·영상 촬영·사업설명회까지 진행했다. 그는 사업설명회에서 한 시간 동안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그 자리에서만 210억의 매출을 올렸다. 부동산 컨설팅 회사의 영업사원 500명이 한 달 동안 판매한 매출보다도 높았다. 어느 화장품 회사에서도 마케팅을 의뢰했다. 두 달 후에 있을 엑스포에 출품해서 해외 바이어에게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브랜드 네이밍·용기 디자인·영상 촬영까지 도맡았다. 엑스포에서 해외 바이어 100여 명을 만나 100억 대의 계약을 따냈다.

“제가 영어교재를 만드는 회사에서 3년째 컨설팅을 하고 있는데, 이 회사가 1년에 22%씩 성장하고 있어요.” 비결이 뭐냐고 물었더니 그는 명쾌하게 대답했다. “제품보다 영업이 중요해요. 엄마들이 거절하거나 생각해보겠다고 할 때, 표준화된 매뉴얼에 따라 응대할 수 있어야 해요. 제가 그런 부분을 코칭해드리지요.”

장문정 소장은 척척 예를 들었다. 이미 하고 있는 학습지가 있다면서 거절할 때는 어떻게 할까. “마트에 가서 우유 고를 때도 똑같은 하얀 우유 앞에서 요모조모 따져보고 고르는데, 자녀의 미래가 달린 학습지를 따져보지 않는 건 말이 안 됩니다.” 이런 식으로 적절한 예시와 대답이 툭 튀어나왔다.

“엄마들이 학습지를 거절할 때의 핑계는 뻔해요. 집에 가서 생각해 보겠다, 아이 아빠랑 의논해 보겠다, 지금 공부하는 게 있다, 바쁘다, 다음에 하겠다,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지죠. 그때 그때 바로 설득할 수 있는 매뉴얼이 머릿속에 있어야 합니다.”


발로 뛰면서 머리로 생각하기
장문정 소장은 직접 현장에 나간다. 필드에서 직접 발로 뛰어봐야 설득력이 있는 마케팅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농심에서 출시된 새로운 조미료를 의뢰받았을 때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음식점을 방문했고, 학습지의 세일즈 코칭을 의뢰받았을 때는 선생님과 동행해서 온종일 학부모를 만났다.

“살아있는 전략을 짜기 위해선 발로 뛰어야 합니다.”

“홈쇼핑에서 보험 상품이나 팔던 사람이 뭘 알겠어”하고 수군거리는 보험 영업사원들과 함께 보험상품을 팔러 다닐 때, 그가 법인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면 청약가입률이 40%가 넘었다. 두 명 중의 한 명은 가입했다는 뜻이다. 장문정 소장은 이것이 직접 발로 뛴 사람의 힘이라고 말한다.

“대수(大數)의 법칙이라는 게 있어요. 확률상 동전을 10번 던지면 앞면이 5번, 뒷면이 5번 나와야 하죠. 그런데 우리가 동전을 10번 던지면 앞면이 7번 나올 때도 있고, 심지어 앞면만 10번 나올 때도 있어요. 그럴 땐 좌절하겠죠. 하지만 100만 번을 던지면 틀림없이 50만대 50만이 나올 겁니다. 많이 부딪히면 부딪힐수록 가능성이 점점 커진다는 뜻이죠. 그러니 조급함을 버리고, 고민할 시간에 더 많이 부딪히세요.”

장문정 소장은 고민할 시간에 차라리 세일즈 연습을 하라고 조언했다. 사무실에 앉아서 이번 달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 회사를 그만둬야 하나 고민하지 말고 ‘학부모를 만나면 이렇게 말해봐야지’하고 연습하는 편이 결과가 좋다는 뜻이다.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유연하게 준비한다면, 연습하고 연습할수록 가능성이 커지는 대수의 법칙이 작용한다는 그의 말이 미덥다.

2017-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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