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S! ESG

노보 노디스크 순환 경제로 환경오염 제로를 만들다

덴마크 제약회사인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는 우리나라에서 잘 알려진 기업은 아니다. 하지만 노보 노디스크는 90년간 인슐린을 생산하며 수많은 당뇨병 환자들을 구한 인슐린 시장 세계 1위의 제약회사다. 인슐린 외에도 비만, 혈우병, 호르몬 등 만성질환을 위한 치료제를 생산한다. 신약 개발을 통해 인류의 건강을 지키는데 앞장서는 노보 노디스크는 ESG 경영에서도 두각을 나타낸다.
글 _ 김재필(《ESG 혁명이 온다》의 저자)

고객 안전을 최우선으로
노보 노디스크는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덴마크 의사 아우구스트 크로그가 1923년에 설립한 회사다. 인슐린 판매로 글로벌 제약회사로서의 입지를 다진 노보 노디스크는 연간 약 20조 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는 의약품을 시장에 내놓기 전 안전성을 철저히 검증하는 기업으로도 유명하다. 1990년대에는 새롭게 개발한 인슐린을 처방받은 동물에 종양이 생기자 3년 동안 관련된 모든 개발을 중단했고, 종양 발생 원인을 확실히 밝히고 나서야 개발을 재개했다. ‘건강, 생명과 연관된 제품을 만드는 회사에서는 그 어떤 이슈도 안전보다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언제나 안전 문제에 신경 쓰고 주의한다’라는 기업의 철학이 경영에도 철저히 반영된 것이다.
제품의 연구, 개발에서도 보다 엄격한 평가 기준을 적용한다. 심지어는 모든 프로젝트를 더 철저히 조사하고 상업적 성공 가능성도 더욱 높은 기준으로 평가하겠다고 선언했다. 수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이 상업적 성공을 뒤로하고 안전성을 더 우선시한다고 하는 것은 주주나 투자자 입장에서 불만족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경영진은 ‘고객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신념 하에 제품의 안전성을 철저하게 추구했고 이는 결과적으로 회사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순환 경제로 실천하는 ESG
노보 노디스크는 우수한 사업 성과만큼 ESG 활동도 적극적이다. 이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 곧 수익으로 연결된다는 강한 신념에서 비롯한다. 반(反)사회, 반환경 기업 활동은 결국 정부 규제로 이어지고, 규제는 다시 기업의 비용 증가로 귀결되기 때문에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 기업 실적에도 도움이 된다는 논리이다. 이러한 논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경영 이념이 바로 ‘Circular for Zero’다. 이는 ‘순환 경제(Circular Economy)’에 기반한 전략이다. 순환 경제란 자원 절약과 재활용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친환경 경제 모델을 말한다. ‘자원 채취-대량생산-폐기’가 중심인 기존 ‘선형 경제’의 대안으로, 폐기물 최소화에 집중하는 자원순환에서 그치지 않고 '채취-생산-소비-재활용'의 선순환 구조를 이루어 환경 오염 방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Circular for Zero’의 시작은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보 노디스크는 1975년에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수, 소음, 냄새를 측정하기 위한 독립적인 환경팀을 설립했고, 1994년에는 덴마크에서 최초로 회사의 자원 소비, 배출, 실험동물 이용을 설명하는 환경 보고서를 만들어 공개했다. 이후 매년 새로운 환경 목표를 세웠는데, 이 목표에는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 실험동물 이용의 최소화 등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수자원의 재사용을 통해 환경 보전에 기여한다. 인슐린 생산은 물에 의존하고 있고, 제품의 품질을 유지하려면 매우 높은 수질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많은 수처리 단계가 필요하지만, 수자원 보존의 오랜 전통을 가진 노보 노디스크는 가능한 한 물을 재사용한다. 전 세계 모든 생산 현장에서 물 소비량을 모니터링하고 생산 공정을 최적화함에 따라 전체 물 사용량이 감소했다.

CEO부터 앞장선 노보 노디스크의 ESG 경영
노보 노디스크는 사회 공헌 활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2009년부터 개발도상국의 당뇨병 소아 환자들을 대상으로 인슐린을 무상 제공하는 프로그램인 ‘Changing Diabetes’를 실시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2만여 명 이상의 환자들에게 약품과 의료 서비스가 제공되었다. 노보 노디스크의 선순환 전략은 비영리기구인 ‘세계 당뇨병 재단’ 설립으로까지 이어졌다. 이 재단의 목표는 당뇨병 치료 인프라가 취약한 동남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등의 지역을 지원하고 치료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다.




노보 노디스크의 ESG 경영에는 CEO의 리더십도 큰 역할을 했다. 노보 노디스크의 前 CEO 라스 레비엔 소렌슨(Lars Rebien Sørensen)은 경영학 월간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가 선정한 세계 최고 CEO 순위에서 2015년, 2016년 2년 연속으로 1위를 차지한 인물이다. 그리고 그 어떤 CEO보다 ESG에 대한 신념과 비전이 뚜렷했다. 그는 글로벌 기업의 총수이지만 전용기를 거부하고 낮은 연봉을 받았다. 의사 결정에 있어서도 CEO 독단보다는 합의를 통해 결정을 내렸다. 이는 수평적인 문화와 협업,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스칸디나비아식 경영에 기반했기 때문이다.


노보 노디스크는 2022년 MSCI ESG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AAA를 받았다. 환경을 생각하고 직원을 배려
하며 의료 취약 국가들을 지원하는 행보를 보면 왜 이 기업이 높은 등급을 받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노보 노디스크는 우리 기업들에게 성과와 ESG,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다.

2023-08-01

김재필 KT 수석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며 경영 전략 및 IT 컨설턴트다. 20여 년간 경영전략과 IT 산업분석 및 트렌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 업무를 수행 했다. IT와 ESG를 결합한 ESG DX로 환경, 사회, 지배 구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저서로는 《웹 3.0 혁명이 온다》 《ESG 혁명 이 온다 2》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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