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S! ESG

SONY ESG 기업으로 전환하다

과거와 비교해 ESG 경영을 가장 많이 발전시킨 기업은 어디일까? 평가 기관마다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기업이 바로 일본의 소니(SONY)다. 소니는 2023년 3월 한 글로벌 기업 윤리 연구소에서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윤리적인 기업 중 하나로 5년 연속 선정되었다. 글로벌 3대 ESG 평가 기관인 MSCI ESG 평가에서는 4년 연속 최고 등급을 받았다. 2020년에는 경제 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 선정 지속 가능한 세계 100대 기업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글 _ 김재필(《ESG 혁명이 온다》의 저자)

SONY, 환골탈태하다
1980년대, 카세트 플레이어 ‘워크맨’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소니는 ESG와는 거리가 먼 기업이었다. 제조업을 대표하던 소니가 어떻게 ESG를 가장 잘하는 기업으로 변신할 수 있었을까? 수많은 글로벌 기업을 제치고 소니가 지속 가능한 세계 100대 기업 1위에 선정된 이유 중 하나는 ‘사업모델 및 혁신’이다. 소니는 뼈를 깎는 노력으로 워크맨의 성공 신화에서 탈피해 환경 오염에 비교적 영향이 적은 소프트웨어 · 미디어 기업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소니는 워크맨의 세계적인 성공에 힘입어 글로벌 기업으로 급부상했다. 이후 브라비아TV, 노트북 등 고품질의 가전제품을 출시하며 명실상부 일본을 대표하는 가전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한국과 중국 기업들에 밀리며 위기를 맞았다. 이를 극복하고자 TV, 노트북 사업이 부진하던 2000년대 중반, 소니는 게임과 영상 사업을 키우겠다고 선언했지만 주위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2011년에는 역대 최악인 4천6백억 엔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소니는 1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차근차근 기술력과 콘텐츠를 융합해 하나의 콘텐츠를 가전, 스마트폰, 게임기에서 모두 사용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이른바 ‘원 소스 멀티 유즈(One-Source-Multi Use)’ 전략으로 반전을 모색했다.



2020년 소니는 게임 31%, 전자 22%, 음악 19%의 매출 비중을 달성하며 완벽하게 소프트웨어 · 미디어 기업으로 변신했다. 소니가 제작한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제치고 역대 일본 영화 흥행 1위에 올랐다. 적자까지 기록했던 순이익은 1조 엔을 달성했다. 이는 1946년 창립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업의 전환은 실적뿐만 아니라 ESG 평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탄소 배출이 많을 수밖에 없는 제조업에서 상대적으로 탄소 배출이 적은 콘텐츠 업으로 체질이 변하면서 ESG 등급도 A등급에서 AA를 거쳐 마침내 최고 등급인 AAA로 상승했다.

혁신 기술을 이용한 친환경 활동 추진
소니는 환경 활동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로드투제로(Road to Zero)’라는 목표를 수립해 실행하고 있다. 로드투제로는 4가지 환경 측면(기후 변화, 자원, 생물 다양성, 화학물질)에 대한 각각의 목표를 설정하여, 제품과 비즈니스 활동에 있어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2050년까지 ‘0’으로 달성하기 위한 글로벌 환경 계획이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으로 ‘그린 매니지먼트 2025’를 설정했다. 주요 내용은 ‘제품 1대 당 플라스틱 사용량 10% 줄이기’ ‘신규 설계 소형 제품의 플라스틱 포장재 전면 폐지’ ‘사무소의 온실가스 배출량 5% 줄이기’ ‘총 전력 사용량 중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15% 이상 높이기’ 등이 있다.



환경을 지키기 위한 신기술 개발도 남다르다. 재생 플라스틱을 개발해 재활용이 불가능한 자원 사용을 최소화하고 있다. 전자제품에 재활용 플라스틱을 도입하는 경우 난연제를 더해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 때문에 재활용 플라스틱의 경우 재활용 재료의 사용 비율은 약 30% 정도에 지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소니는 1% 미만의 첨가량으로 기존과 동등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유황계 난연제를 개발하여 재활용 재료 사용 비율을 최대 99%까지 높였다. 이렇게 개발된 플라스틱이 ‘SORPLAS(Sustainable Oriented Recycled Plastic)’다. SORPLAS는 제조 공정에서의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일반 난연성 폴리카보네이트 수지에 비해 최대 80%를 감소시킨다. 실제로 소니의 제품인 브라비아 TV 제조에도 사용해 생산 중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크게 감소했다. 또한, 공장에서 배출되는 폐 디스크나 시트, 공병 등을 재원료화 하여 만든 ‘포스트 컨슈머 재료’를 적극 활용하여 자원 순환에도 기여하고 있다.




과감한 직원 복지로 사회 영역 평가도 향상

소니는 저출산이라는 사회 문제 해결 및 직원들의 근무 환경 향상을 위해 직원의 불임 치료 지원 제도를 도입했다. 성별에 관계없이 전 직원 및 배우자까지 지원한다. 일본 후생노동성 조사에 따르면 불임 치료를 경험한 사람의 16%가 일과 치료의 병행이 어려워 직장을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 우수한 직원이 회사를 그만두면 회사 생산성이 저하되기 때문에 소니는 비용 지원을 비롯해 휴가와 단축 근무 등의 사용을 용이하게 해 직원의 이직을 방지한다. 덕분에 ESG의 S(Social, 사회) 영역의 평가도 매우 높다.



소니는 2014년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로부터 투자부적격을 의미하는 ‘정크’를 선고받기도 했다. 더 이상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지 못할 것이라는 비판과 회생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소니는 과거의 성공 방식을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길을 택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사업 모델을 혁신한 소니의 ESG 경영은 결국 타사가 모방할 수 없는 경쟁 우위를 만들었다. 이제 소니는 세계에서 ESG 경영을 가장 잘하는 기업으로 손꼽힌다.

2023-06-01

김재필: KT 수석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며 경영 전략 및 IT 컨설턴트다. 20여 년간 경영전략과 IT 산업분석 및 트렌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 업무를 수행했다. IT와 ESG를 결합한 ESG DX로 환경, 사회, 지배 구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저서로는 《웹 3.0 혁명이 온다》 《ESG 혁명이 온다 2》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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