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NFT

컬렉터블 NFT 희소성에 열광하는 인간의 욕망

모든 재화는 희소성을 가지고 있다. 경제 주체들은 기회비용을 고려하여 주어진 상황에서 최대의 효용을 얻기 위한 선택을 한다. 희소성을 소유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망은 NFT 시장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컬렉터블 NFT는 인간의 욕망을 가장 극대화하여 보여준다.
글 _ 노경탁(《메타버스로 가는 NFT 로드맵》의 저자)

소유욕을 자극하는 컬렉터블 NFT
컬렉터블 NFT는 NFT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컬렉터블 NFT를 안 사본 사람은 있어도 하나만 사는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풍부한 유동성을 가진 시장이기도 하다. 가장 대표적인 컬렉터블 NFT는 ‘크립토펑크(CryptoPunks)’다.
크립토펑크는 NFT의 시초라고 평가될 만큼 역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 가상자산의 개념을 강화하고, NFT 발행 표준 개발에 영향을 주었으며, NFT 시장을 형성하는 토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크립토펑크는 2017년 6월 뉴욕 소프트웨어 회사 라바 랩스(Larva Labs)가 개발한 이더리움 블록체인 기반 NFT 프로젝트로, 24*24픽셀로 이루어진 얼굴 이미지의 아바타다. 총 1만 개가 발행되었으며 외모, 성격, 스타일 등 다양한 속성으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각 속성은 한정적이어서 희귀한 속성을 많이 가진 크립토펑크일수록 가치는 높아진다.



크립토펑크는 남성, 여성, 좀비, 유인원, 외계인으로 구분할 수 있다. 속성별 발행 수량은 남성 6천39개, 여성 3천849개, 좀비 88개, 유인원 24개, 외계인 9개이다. 외계인 크립토펑크는 가질 수 있는 사람이 전 세계에서 9명밖에 없기 때문에 매우 희귀하다. 이 희귀성이 어떤 이에게는 큰 자부심이 되기도 한다.

대중화로 나아가다
크립토펑크는 가장 유명한 NFT 프로젝트답게 2021년 5월, 세계적인 미술품 경매 회사인 크리스티가 개최한 21세기 이브닝 세일에도 출품됐다. 라바 랩스의 공동 설립자가 보유한 희귀 크립토펑크 9종이 경매 대상이었고, 낙찰가는 예상 가격의 2배인 약 1천700만 달러(약 189억 원)였다. NFT 시장에 엄청난 규모의 돈이 유입되면서 다른 프로젝트의 가격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출처 _ 크리스티 

비자카드 등 유명 글로벌 기업의 참여도 NFT 열풍에 크게 기여했다. 비자카드는 2021년 8월,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크립토펑크 ‘#7610’을 약 15만 달러에 구입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사람들은 글로벌 기업이 크립토펑크를 예술품으로 인정했다고 생각해 크립토펑크 가격이 크게 치솟기도 했다.
NFT 시장에서 거래 가격과 빈도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현실에서 미술품의 거래나 소유권 이동에 대한 정보는 알기 어렵지만, NFT는 다르다. 블록체인상에 모든 것이 기록되므로 소유권 이동 등의 변화가 있을 때 실시간으로 정보 파악이 가능하다. 따라서 내가 원하는 NFT의 최근 거래 가격 등의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는 것은 기존 경제 체제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경험이다. 2022년 2월 기준 가장 높은 가격에 팔렸던 크립토펑크는 외계인 모양의 ‘#5822’으로 약 313억 원에 거래되었다. 이 외에도 최저 가격의 크립토펑크, 크립토펑크를 보유한 지갑 수, 현재까지 총 누적 거래액 등 다양한 통계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

컬렉터블 NFT의 본질은 커뮤니티의 힘
카카오톡, 트위터,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미디어의 프로필 사진으로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아트 NFT를 PFP(Picture For Profile)라고 한다. 빠르게 성장하는 PFP 시장에 발맞춰 트위터는 인증된 NFT를 본인의 프로필 사진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육각형 모양의 프로필 사진 기능을 제공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단순히 프로필 사진으로 사용하기 위해 큰 금액을 주고 NFT를 구매하는 것일까? 물론 그런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특정 커뮤니티의 회원권 혹은 입장권으로 NFT를 사용한다.

크립토펑크를 비롯한 대부분의 PFP NFT는 한정된 수량으로 발행된다. NFT는 비트코인처럼 소수점 단위로 살 수 없으므로 크립토펑크를 소유할 수 있는 사람은 전 세계에서 1만 명을 넘을 수 없다. 이처럼, NFT는 발행 수량을 한정할 수 있기 때문에 희소성이 있으며, 한정된 자원을 가진 사람들 간의 커뮤니티를 형성해 소유욕을 자극한다. NFT 보유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인 ‘디스코드(Discord)’는 인증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이들만이 참여할 수 있는 각각의 커뮤니티가 존재한다. PFP NFT를 구매하는 사람들은 커뮤니티에 소속되기 위해 그에 걸맞은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다.

따라서, NFT의 가격은 그 커뮤니티의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다. 크립토펑크의 최저 가격(1억 5천만 원)과 발행량(1만 개)를 감안하면 크립토펑크의 커뮤니티 가치는 최소 1조 원이라고 할 수 있다. 컬렉터블 NFT의 본질은 그 프로젝트의 일원으로서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고, 공동의 이익을 위해 함께 노력하며, 성장한 커뮤니티의 가치를 함께 나누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2023-05-01

노경탁: 다날 계열사 제프의 블록체인 메타버스 프로젝트 대표. 2014년부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서 기업분석 애널리스트로 활동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산업을 시작으로, 전기전자 및 스마트폰 등 IT 산업의 기술 트렌드 변화와 시장 흐름을 다년간 분석했다. 저서로는 《메타버스로 가는 NFT 로드맵》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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