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S! ESG

파타고니아 경영 자체가 ESG다

‘착한 기업’ ‘친환경 기업’ ‘지구를 살리는 파수꾼’. 모두 파타고니아를 가리키는 말이다. 미국의 아웃도어 의류 기업 파타고니아는 ESG 경영의 대표기업으로 불린다. 창립자 이본 쉬나드(Yvon Chouinard)는 1973년 창립 당시부터 ‘지구를 되살리는 사업’이라는 경영철학을 내세울 정도로 환경에 관심이 많다. 경영 자체가 ESG인 기업. 파타고니아는 어떻게 ESG를 가장 잘하게 되었을까?
글 _ 김재필(《ESG 혁명이 온다》의 저자)

‘DON’T BUY THIS JACKET(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 2011년 11월, 블랙 프라이데이를 앞두고 미국 뉴욕타임스 전면에 실린 광고다. ‘우리 제품은 싸고 좋습니다. 많이 사주세요’라고 광고를 내도 모자랄 판에 사지 말라는 광고라니. 그것도 1년 중 최고 매출을 낼 수 있는 블랙 프라이데이 시기에 말이다. 더 황당한 것은 이 광고를 낸 건 사진 속 제품을 만든 기업인 파타고니아였다는 것이다. 이유는 바로 환경 보호 때문이다. 재킷 한 벌을 만들기 위해 물, 목화 등의 수많은 원재료와 포장재가 사용되고 배송 과정에서도 많은 양의 탄소가 배출되니 꼭 필요한 옷만 사라는 것이다. 블랙 프라이데이 배송으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은 약 42만 9천 톤이고, 이후 버려지는 전자 폐기물량은 연간 5천만 톤에 달한다. 여기서 나온 납과 수은 등의 독성 화학 물질이 토양으로 누출돼 심각한 환경 오염을 일으킨다. 이런 이유로 자사 제품을 사지 않아도 좋으니 환경 보호를 위해 블랙 프라이데이만이라도 소비를 자제해 달라는 의미였다.

우리는 지구를 지키기 위해 사업한다
이본 쉬나드 회장은 환경을 위한 선언이 말로만 끝나지 않도록 파타고니아의 환경 철학을 다음과 같이 공식화했다.



모든 임직원은 이러한 환경 철학을 습득하고 회사에서 하는 모든 일을 ESG에 근거하여 추진한다. 1993년에는 의류회사 최초로 재활용 폴리에스터로 만든 옷을 판매했으며, 2001년에는 공정노동협회(FLA)에 가입했다. 2007년에는 제품 생산 과정에서 사람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했음을 보증하는 ‘블루사인 시스템’에 공식 가입했다. 그리고 공급망 내에 있는 다른 업체들도 블루사인 시스템을 사용할 것을 독려했다. 이 외에도 파타고니아는 수많은 환경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기부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블루사인 시스템(Bluesignⓡ System) : 제품이 환경, 노동자, 소비자에게 모두 안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인증

21세기 경제의 나침반, 도넛 경제


파타고니아의 경영전략은 ‘도넛 경제(Doughnut 
Economics) 모델’에 기반한다. 영국의 경제학자 케이트 레이워스(Kate Raworth)가 2011년에 발표한 도넛 경제 모델은 인간과 환경을 함께 지키기 위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도넛 모양으로 표현한 것이다. 도넛의 안쪽은 물, 에너지, 교육, 의료 등 개인들의 ‘좋은 삶’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들로 구성되어 있다. 기준선 밑으로는 절대 떨어지지 말아야 한다. 바깥쪽 고리에는 기후, 토양, 바다 등이 자리하는데, 일정 정도를 넘으면 지구 시스템에 위기가 닥치게 된다. 안쪽 고리와 바깥쪽 고리 사이, 즉 도넛에 해당하는 부분이 지구가 베푸는 한계 안에서 균형을 이루며 인간의 필요와 욕구가 충족되는 영역이다. 도넛 경제의 핵심은 성장 중독에서 벗어나 재생과 분배가 경제 설계의 중심 원리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 삶을 달성하려면 성장이 아닌 재생적 · 분배적 경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순환 경제’와도 유사하다. 21세기 경제 개념으로 주목받고 있는 도넛 경제는 파타고니아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생각하는 사회적 기업가, 정치 활동가, 환경 운동가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ESG 경영을 할수록 늘어가는 강력한 팬덤

자사 제품을 사지 말라고 하면 할수록 고객들은 파타고니아의 제품을 더 많이 구매한다. 이 브랜드의 인기 비결은 ‘착한 소비’ ‘의식 있는 소비’에 있다. 파타고니아는 매년 매출의 1%를 지구에 내는 세금 명목으로 환경 단체에 후원하는가 하면, 원재료로 유기농 목화 등 친환경 소재만 고집한다. ESG 경영을 할수록 파타고니아의 충성 고객, 이른바 팬덤은 계속 늘어간다.


이본 쉬나드의 명언 중 하나다. 2022년 9월, 그는 자신과 가족이 소유한 지분 100%를 환경 단체와 비영
리재단에 모두 기부하며 이 말을 행동으로 보여줬다. 쉬나드 일가가 넘긴 지분은 약 30억 달러(4조 1천 800억 원)에 달한다. ESG 경영을 선언한 수많은 기업들 중 과연 이본 쉬나드처럼 할 수 있는 기업이 몇이나 될까?

파타고니아의 인기는 환경을 지키려는 시대 흐름과도 부합한다. 중요한 것은 창립 이후 꾸준히 본연의 미션을 실천해왔다는 것이다. ESG 열풍 이전에도 이미 그렇게 해왔고, 앞으로도 계속해나갈 것이다. 그리고 그 활동들은 굳이 ESG라는 단어로 포장할 필요가 없다. 자연, 지구, 그리고 이 지구에 사는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기업이 해야 할 당연한 일들을 묵묵히 실행하고 있을 뿐이다.

2023-04-03

김재필: KT 수석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며 경영 전략 및 IT 컨설턴트다. 20여 년간 경영전략과 IT 산업분석 및 트렌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 업무를 수행했다. IT와 ESG를 결합한 ESG DX로 환경, 사회, 지배 구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저서로는 《웹 3.0 혁명이 온다》 《ESG 혁명이 온다 2》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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