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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은 공부 중

글 _ 공병훈(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 / 일러스트 _ 이혜헌

 

 

일상 속을 파고든 인공지능

영화 〈그녀(her, 2013,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사만다’는 자의식을 갖고 있는 인공지능 운영체제다.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는 조금 먼 미래라고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의 의식과 지능에 관한 연구가 계속되고 기술 개발이 가속화된다면 ‘사만다’는 곧 현실이 될 것이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한번쯤 생각해봤을 것이다. 사만다처럼 언제 어디에서나 도와주는 비서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개인 일정 관리에서 사물인터넷 디바이스 조절은 물론, 소셜 미디어 활동과 이메일 관리, 음악 재생, 외국어 번역 등은 일도 아니다. 사만다는 궁금한 것을 알려주고 잡담을 나누며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고 공감한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과 같은 글로벌 기업은 물론 삼성전자와 LG전자, 네이버 등은 이미 앞서 말한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 개발에 뛰어들었다. 인공지능 비서는 소프트웨어가 개인의 비서 역할을 해주는 서비스를 뜻한다. 회사에서는 업무를 더욱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해주고, 집에서는 사물 인터넷 디바이스들을 언제 어디에서나 조절해주며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이러한 인공지능 비서는 음성을 통한 사용자와의 상호작용에서부터 시작된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지능, 인공지능
 


인공지능 로봇 ‘샤키’

컴퓨터 과학 분야에서는 오랫동안 인공지능을 연구하고 개발해왔다. 안드레아스 카플란(Andreas Kaplan) 교수는 인공지능에 대해 “구체적인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적응 능력을 지닌 채 데이터들을 정확히 해석하여 학습하도록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지능 시스템”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인공지능이 무엇이냐’는 궁금증에 ‘지능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따라붙는다. 심리학에서 지능은 학습과 적응 능력을 의미한다. 유전적으로 부여된 인간의 중추신경계의 특징들과 경험, 학습, 환경 요인들에 의해 형성되고 발달된 지능의 복합물이다.
존 매카시(John McCarthy) 교수는 컴퓨터가 인간의 고등 인지 기능의 일부나 전부를 모방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1956년 인공지능을 ‘인간들만 풀 수 있던 문제를 풀고 스스로 발전해 나가는 존재’로 처음 정의했다.
1960년대 말 미국의 SRI 인터내셔널 연구소는 컴퓨터 비전, 매핑, 계획, 학습, 오류 복구 등의 기술을 통합해 카트 형태의 자율 주행차인 인공지능 로봇 샤키(Shakey)를 개발했다. 단순하게 정해진 영역에서만 작동하지만, 샤키는 움직이는 물체로 구현된 첫 인공지능 프로그램이었다. 1970년 미국 시사 화보 잡지인 《라이프(Life)》는 샤키를 ‘최초의 전자 인간’이라고 묘사했다.


 
인공지능이란;
구체적인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적응 능력을 지닌 채
데이터들을 정확히 해석하여 학습하도록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지능 시스템

 

인공지능의 학습 방법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The Starry Night)〉과 인공지능이 그린 샌프란시스코 금문교(우)

 

위대한 창조성의 화가로 불리는 빈센트 반 고흐(Vincent Willem van Gogh)는 900여 점의 그림과 1,100여 점의 습작을 남겼다. 하지만 그의 그림은 당시 사람들로부터 전혀 인정받지 못했다. 그가 세상을 떠난 후에야 그의 작품은 대중의 사랑을 받게 된다. 그 중 하나가 〈별이 빛나는 밤(The Starry Night)〉이다.
2015년 베지 연구소(Bethge Lab)는 인공지능의 신경 네트워크 알고리즘을 예술에 적용시켰다. 그리고 스타일과 패턴을 익혀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사진을 고흐의 그림인 〈별이 빛나는 밤(The Starry Night)〉의 느낌을 살려 그리도록 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인공지능의 예술 실력이 고흐의 작품들을 학습해 그 패턴으로 새로운 그림을 그려내는 인간의 창작 활동과 비슷한 과정과 성과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구글은 2016년 1월 신경 네트워크 모델을 활용해 인공지능에 1만 200권을 읽히고 학습시켜 문장과 문장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구글 프랑스에 있는 ‘구글 아트 & 컬처 연구소(Google Arts and Culture Lab, 아트랩)’는 인공지능과 예술 장르를 교차시키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는데, 구글이 개발한 인공지능 프로그램에 ‘art’라는 단어를 입력하자 다음과 같은 시 한편을 지었다고 한다. 

 

Our art is gone.(우리의 예술은 떠나갔다.)
This energy of birds and fountains borne.(새와 분수의 에너지가 태어났다.)

 

 

공부 중인 인공지능, 상상을 초월할 활용범위

 

 IBM은 2009년 미국 퀴즈 프로그램의 우승자를 이기기 위해 ‘코그니토이(CogniToy)’를 개발했다. 코그니토이는 인공지능 컴퓨터 ‘왓슨’을 장난감에 결합시킨 것이다. 왓슨은 인간이 자연어로 묻는 질문에 답하는 것은 물론, 정보 수집, 지식 재현, 사고, 기계학습 기술을 활용해 개방적인 질문에 응답할 수 있다.
코그니토이는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이 완구 산업과 결합된 대표적인 사례다. 아이들이 안을 수 있는 크기의 플라스틱 공룡 인형으로 마이크와 스피커, 무선 인터넷 기능을 가지고 있다. 코그니토이는 아이가 이야기하면 그 데이터를 수집해 왓슨에게 전달한다. 그리고 왓슨은 최적의 답변을 생성해 대답한다. 코그니토이는 아이와 계속 이야기를 나누며 그 아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파악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아이에게 맞는 인격을 형성하고, 아이의 지식 수준에 맞춰 대화할 수 있다.

 

교육 산업과 결합된 경우도 있다. 미국 영어 교육 기업 에드윈(Edwin)은 에드윈AI로 여행, 쇼핑, 뉴스 읽기, 토플 어휘 등에 대해 목표를 설정해 개인에 맞춰진 영어 학습을 제공한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아인슈타인 챗봇(Einstein chatbot)은 페이스북으로 지니어스(Genius)라는 가상의 아인슈타인 아이디를 통해 사용자와 대화하면서 아인슈타인에 대한 정보와 콘텐츠를 알려준다.


스마트폰 실행에서 일정과 정보 관리까지 꼼꼼하게 챙겨주는 인공지능 비서는 물론, 친구가 되어 이야기를 나누고, 개인 수준에 맞춰 공부를 도와주는 인공지능의 활동은 이미 ‘시작된 미래’다.

2019-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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