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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레버,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다

전 세계의 전문가들이 인정한 ESG를 가장 잘하는 기업은 ‘유니레버(Unilever)’다. 실제로 매년 산출하는 글로벌 지속 가능 기업 순위에서 유니레버는 파타고니아와 이케아 등을 제치고 늘 1위를 차지한다. 우리에게는 도브(Dove), 립톤(Lipton) 등의 브랜드로 친숙한 유니레버는 어떻게 지속 가능 1위 기업이 될 수 있었을까?
글 _ 김재필(《ESG 혁명이 온다》의 저자)

올바른 일에 사업을 접목하다
1929년에 설립된 유니레버는 영국의 레버 브라더스와 네덜란드의 마가린 유니가 합병하여 만들어진 글로벌 소비재 제조 기업이다. 화장품 브랜드 ‘폰즈’와 비누 브랜드 ‘도브’ 외에도 홍차 브랜드 ‘립톤’, 소스 브랜드 ‘라구’ 등 우리 생활 곳곳에 자리 잡은 유명 브랜드들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이 회사는 ESG 원칙을 가장 적극적으로 실행하는 기업 중 하나다. 유니레버의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은 단순히 올바른 일을 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사업 성장의 중요한 동력이다.
유니레버는 환경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깊이 인식한다. 그 일환으로 2025년까지 종이로 만든 세탁 세제 용기, 재활용할 수 있는 치약 튜브 등 모든 플라스틱 포장을 재활용 가능하게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2030년까지 제조 시설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현재 수준의 절반으로 줄이고, 2039년까지 제품 생애 주기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파리 기후 협약이 설정한 2050년보다 11년이나 앞선 목표치다.




사회적 측면에서는 제품의 품질과 안전뿐만 아니라, 공급망 내의 고용 조건 및 인권 문제에도 주목한다. 유니레버의 아이스크림 브랜드 ‘벤앤제리스’는 공정 무역 재료를 사용하여 소비자에게 고품질의 제품을 제공하는 동시에 생산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한다. 그뿐만 아니라, 지배 구조에서도 투명성과 책임을 중시한다. 독립적인 감사 및 내부 통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주주들은 회사의 경영 성과와 리스크 관리 전략에 대한 투명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유니레버의 ESG 실천 노력은 ‘착한 일’을 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동시에 경제적 가치도 창출한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유니레버를 전 세계에서 가장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인정받게 만들었다.

CSR 부서를 없애다
2000년대 초반까지 유니레버는 업계 1위인 P&G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다. 위기를 극복하고자 2009년에 폴 폴먼(Paul Polman)을 새로운 수장으로 불러왔다. 당시 네슬레 미국 법인의 부사장이던 폴 폴먼은 경쟁사인 P&G에서도 근무한 적이 있었다. 유니레버 최초의 외부 출신 CEO인 그는 ‘선택’과 ‘집중’ 그리고 ‘지속 가능성’이라는 3대 경영 전략 방향을 내세워 유니레버의 혁신을 주도했다.
그가 가장 먼저 한 일 중 하나는 그동안 사회 공헌 활동을 수행해 온 CSR* 전담 부서를 해체한 것이다. 환경이나 빈곤 문제를 CSR 활동으로 분리해 사업과 별개로 운영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사회 문제 해결은 특정 부서가 아니라 유니레버 직원이 모두 사업의 목표로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 이해 당사자들이 기업에 기대하고 요구하는 사회적 의무들을 충족시키기 위해 기업이 수행하는 활동



폴 폴먼의 경영 철학은 아시아 등 신흥시장에서 큰 효과를 거두었다. 인도에서는 손 씻기 캠페인을 벌이면서 해당 지역의 위생을 개선할 뿐 아니라 유니레버 대표 브랜드인 ‘라이프보이’나 ‘선라이트’ 비누 판매도 늘렸다. 인도 법인 힌두스탄 유니레버가 2008년 출시한 정수 필터 ‘퓨어잇’을 판매할 때는 NGO와 손잡고 오염된 물을 마시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리고, 물을 끓여 마시는 것보다 정수 필터를 사용하는 것이 돈과 시간을 절약하는 길이라고 홍보했다.
폴 폴먼의 경영과 사회 공헌 활동이 하나가 된 혁신적인 ESG 경영은 바로 실적으로 나타났다. 취임 첫해 그룹 매출은 전년 대비 30% 이상 늘어난 527억 유로(약 70조 7천억 원)를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50% 넘게 증가했다. 특히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등 신흥국 매출 비중이 크게 늘어 그룹 매출 증대에 많은 기여를 했다.

지속 가능 기업 1위의 토대, USLP
폴 폴먼이 CEO 자리에서 물러나며 유니레버의 ESG 경영이 흔들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CEO가 바뀐 후에도 ESG 경영 철학은 변하지 않았다. 어떤 CEO가 와도 유니레버의 ESG 경영에 흔들림이 없던 배경에는 ‘USLP(Unilever Sustainable Living Plan)’라는 장기 계획이 있었다.




2010년, 폴 폴먼의 경영 철학을 토대로 만든 USLP는 회사가 성장을 거듭하면서도 환경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지 않고, 긍정적인 사회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내용이 골자를 이룬다. USLP 추진으로 지금까지 총 6억 1백만 명의 소비자들이 유니레버의 손 씻기, 위생, 구강건강 및 안전한 음용수 확보 프로그램으로부터 혜택을 받았다.
USLP는 유니레버가 지속 가능한 삶을 80억 세계인의 일상으로 만들려는 약속을 거듭 다짐하고, 사회적 불평등과 기후 위기가 등한시되지 않도록 보장하기 위한 사회적 계약과도 같다. 이는 유니레버가 무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ESG 경영을 지속해 왔으며, 이제는 지속가능성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2023-10-01

김재필 : KT 수석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며 경영 전략 및 IT 컨설턴트다. 20여 년간 경영전략과 IT 산업분석 및 트렌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 업무를 수행 했다. IT와 ESG를 결합한 ESG DX로 환경, 사회, 지배 구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저서로는 《웹 3.0 혁명이 온다》 《ESG 혁명 이 온다 2》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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