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처방전

내 몸을 건강하게! 올바른 커피 섭취법

대한민국은 ‘커피 강국’이다. 주위만 둘러봐도 유명 프렌차이즈 카페가 수두룩하고,카페 없는 동네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우리나라의 1인당 커피 소비량은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전 세계 평균 소비량의 2배를 훌쩍 뛰어넘었다. 그렇다. 우리는 출근해서 한 잔, 또, 점심 먹고 한 잔 커피를 마신다.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커피, 과연 몸에 괜찮은 걸까?
글 _ 정가영(책 《면역력을 처방합니다》의 저자, 히포크라타의원 원장)

커피가 아연 결핍을
인터넷 뉴스를 보면 종종 커피가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기사를 확인할 수 있다. 필자도 커피의 향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커피를 절대 피해야 할 음료라고 주장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커피를 자주, 특히 식사 직후 마시는 사람들은 아연(Zn)이 부족해지기 쉽다.
아연은 영양 미네랄의 한 종류로 체내에서 에너지 생성이나 해독 등 대사에 도움이 되는 필수 역할을 담당한다. 아연이 부족해진다면 성장 지연이나 면역 저하 등 여러 가지 건강상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한데, 아연 결핍은 생각보다 매우 흔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178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아연 섭취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아연 섭취가 부족한 상황에서, 커피는 아연의 체내 흡수율을 50%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

아연, 왜 중요할까
아연은 누구에게나 꼭 필요한 미네랄이다. 성장과 발달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기도 하다. 한창 세포분열이 이루어져야 할 태아를 임신한 임산부, 그리고 성장기에 있는 영유아부터 청소년은 꼭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그래서 이 시기에는 커피를 피하는 것이 좋다. 또, 아연은 성호르몬의 생성에 필수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임신의 성공을 위해서도, 임신한 태아를 위해서도 아연은 꼭 챙겨야 하는 영양소인 셈이다. 마지막으로, 아연은 면역력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아연이 부족하다면 식욕 감퇴, 피부 변화 등 면역세포가 성숙하는 과정에서 면역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아연은 어떻게 섭취해야 할까? 단위 그램(g)당 아연이 가장 많이 들어 있는 음식은 단연 굴이다. 그 외에 조개, 해산물에도 풍부하게 들어있다. 아연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섭취한 아연이 잘 흡수되도록 신경을 쓸 필요도 있다. 위산이 부족하거나 장의 흡수능력이 떨어지는 경우, 아연을 섭취하더라도 체내에서 부족해지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모발 미네랄 검사나 혈중 아연 농도 등을 수시로 체크해 보는 것도 우리의 건강 관리를 위해 중요하다.


커피는 만성피로에 쥐약이다
커피는 폴리페놀과 같은 항산화 성분들을 함유하고 있어서 성인병 예방 등 건강에 유익한 점들도 있다. 그렇다고 커피를 꼭 챙겨 먹으라는 뜻은 아니다. 우리는 커피에 들어 있는 ‘카페인’에 주의해야 한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카페인의 각성 효과 때문에 졸린 오후 시간에 정신 차리고 일하려고 커피를 마시기도 한다.
각성 효과가 나타나는 원리는 카페인이 체내의 부신을 자극해서 스트레스 호르몬, 코티솔(Cortisol)의 분비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코티솔이 분비되면 일시적으로 에너지가 생성된다. 그래서 만성피로를 호소하는 사람들일수록 각성 효과 때문에 커피를 더 섭취하고, 부신의 기능이 더 악화되어 커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상습적이고 과도한 카페인 섭취는 우리를 악순환의 늪에 빠지게 만든다.
코티솔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량이 급증한다. 그런데 스트레스가 너무 과도하거나 만성적으로 지속되면 코티솔을 분비하는 부신이 탈진해버린다. 이러한 부신 기능 저하가 바로 만성피로의 원인이다. 앞서 말했듯, 카페인을 통해 부신을 인위적으로 자극해서 코티솔을 쥐어 짜내게 되면 일시적이나마 각성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론 지쳐있는 부신을 깨워 흔들기 때문에 가뜩이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 부신의 회복과정을 방해하는 셈이다. 부신의 탈진으로 인한 만성피로를 흔히 부신 피로라고 부른다. 많은 만성피로 환자들은 자신이 부신 피로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지만, 이런 경우에는 커피를 통해 부신을 자극하는 일을 중단하고 휴식 시간을 늘려야 한다. 또, 부신의 회복을 돕는 비타민C를 비롯한 다양한 영양소를 복용해야 한다.

 

 

 

건강하게 커피 즐기기
그렇다면 커피는 언제, 어떻게 마셔야 할까? 우선, 가능하면 식사와 간격을 두고 마시길 권한다. 식사 직후 커피를 마시면 체내 아연 흡수를 저하하기 때문이다. 디카페인 커피를 마시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겠다. 커피를 마시면서 불면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커피를 중단하는 것만으로도 숙면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간혹 일부 사람들의 경우, 커피를 아무리 밤늦게 마셔도 잠자는 데에 지장이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들 중 아침에만 커피를 마시거나, 디카페인으로 바꾸고 나서 수면의 질이 한층 더 좋아지는 것을 경험하는 사례도 많다. 면역력을 높이는 기본이 ‘충분한 수면’임을 생각할 때 무분별한 카페인 섭취가 결국 면역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커피가 몸에 좋다는 주장도 있지만, 사실 커피는 어디까지나 기호식품이다. 앞서 알아본 바와 같이 커피는 아연의 흡수율에 영향을 주며, 코티솔 호르몬의 분비를 자극하고, 숙면을 방해한다. 특히 임산부, 어린이, 청소년기에는 절대적으로 커피나 카페인이 들어간 음료의 섭취를 금해야 하며, 성인들도 만성피로나 불면증이 있다면 커피를 끊거나 디카페인 커피 등으로 대체해야 한다. 모든 것에 앞서 가장 중요한 것은 커피의 맛과 습관적인 섭취가 아니라, 건강이다.

2021-04-01

정가영: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의학과를 졸업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현재 히포크라타의원의 원장이다. 국제기능의학회 · 대한가정의학회 · 대한임상암대사의학회의 정회원이며 환자들의 주체적인 건강 관리를 위한 건강 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면역력을 처방합니다》, 역서로는 《암은 대사질환이다》 등이 있다. 홈페이지: hippocrata.com/ 블로그: blog.naver.com/dr_natur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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