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슐랭 가이드

북성숯불구이

시원한 비가 무더위를 한차례 씻어 낸 요즘, 여름의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식도락의 즐거움을 찾아 떠나보는 건 어떨까.
물론 마스크는 꼭 착용하고 말이다!
7월 교슐랭의 주인공은 구몬 북포항지국 주영하 지구장이다.
주영하 지구장의 어머님은 스위트호텔 경주 및 드림센터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위치한 ‘북성숯불구이’를 운영하고 있다.



경상북도 경주시 봉황로 130
 

경주의 낯선 골목에서 우연인 듯 ‘북성숯불구이’를 마주했다.
꾸미지 않은 옛스런 외관에서 수수함이 느껴지고, 내부의 소박함에서 음식 맛에 대한 은근한 자신감이 느껴진다.
 

'편안함에서 느껴지는 스웨그'

북성숯불구이와의 첫 대면에 대한 한 줄이다.
소박하지만 살뜰히 꾸며놓은 듯한 이곳. 마치 명절을 맞아 큰 집에 놀러 온 듯한 정겨움이 느껴진다.

 



 


 
화사한 장미장식이 눈길을 끄는 메뉴판!
원래 맛집일수록 메뉴판은 단조로운 법이다.
북성숯불구이의 메뉴는 육류로 이뤄진 식사류와 주류가 전부이다.
우리는 어떤 고기에 어떤 음료가 어울릴지만 고민하면 된다.





 

별 고민 없이 오리지널 소갈비살 소금구이를 주문했다.
분주해진 어머니의 손길.
곱고 여린 인상과 달리 주문과 동시에 두툼한 근고기를 꺼내 손질하는 모습이 터프하다.
칼질에서 프로페셔널 함이 절로 느껴진다. 그 모습에 이끌려 한참을 구경할 수밖에 없었다.
도마 위 소갈비살은 그의 손길 아래 눈 깜빡할 사이 먹기 좋게 썰려 나왔다.




 

 

 

이게 바로 5만 원의 행복!(사실 5만 원도 채 되지 않는다)
역시 좋은 건 크게 봐야 한다.
푸짐하게 담긴 갈비살의 핑크빛 자태에 나도 모르게 기쁜 함박웃음이 지어진다.




  

 

 
고기구이의 맛을 결정하는 3요소는 고기의 품질, 센 화력, 고기를 굽는 사람의 순발력이다.
북성숯불구이의 모든 고기는 어머니의 지인이 운영하는 육류공장에서 공수해온다.

참숯불에 금새 달궈진 그릴 위에 고기를 올리자, 기다렸다는 듯 불씨가 고기를 껴안는다.
‘완벽한 숯불, 완벽한 고기를 두고 단 한 점도 헛되게 구울 수 없다’라는 경건한 마음으로
짙은 갈색빛이 된 고기의 찰나를 놓치지 않고 양면을 1회씩만 굽는다.

방금 구워진 고기를 입안에 넣자 사르르 녹아서 사라졌다.
고기의 맛에서는 가게의 소박함을 느낄 수 없다.
육즙이 알맞게 가둬진 소갈비살은 적절한 불향과 함께 부드러운 세련미가 느껴진다.

본래의 맛으로 양념 없이 먹다가 지루해지면 매운 청양고추채가 들어간 비밀 간장소스와 먹어보자.
알싸한 매력에 다시 한번 식욕이 오른다.







온갖 맛있다는 제스처와 함께 소갈비살을 즐기곤, 삼겹살을 추가로 주문해봤다.
생상겹살 근고기를 손질해온 어머니가 유쾌한 웃음을 지으셨다.
들어보니 소고기를 맛보고 그 맛에 반해, 돼지고기까지 먹는 손님이 많다고 한다.
그 덕에 삽겹살은 소갈비살과 함께 북성숯불구이의 베스트 메뉴가 되었다고.
 
북성숯불구이는 근고기를 그 자리에서 썰어 신선함을 더해서인지
쌈장보다 소금에 찍어 본래의 맛이 살리는 게 더 좋다.
손수 담근 묵은지를 구워 삼겹살과 함께 한입 가득 넣으니 도무지 느끼함이 들어올 틈이 없다.
북성숯불구이의 삼겹살을 꼭 먹어봐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버섯과 함께 사이드로 나오는 어묵이 그 주인공이다.

생소해 보이는 조합에 망설여졌지만, 막상 맛을 보니 “와”라는 감탄이 절로난다.
돼지기름 위에서 노릇하게 구워진 달짝한 어묵은 쫄깃하고, 바삭한 식감이 일품이다.
이제부터 삼겹살의 친구는 어묵이다.







삼겹살까지 영접하고 나니,
이곳의 고기들을 어떠한 음료와 함께해야 하는지 단번에 결정할 수 있었다.
서울에서 볼 수 없는 경주의 지역소주를 마주하니 이리 반가울 수가 없다.

주문하고 음식을 즐기는 내내 어머니는 분주했다.
주문과 동시에 무친 아삭한 채소절임은 그 식감이 일품이다.
직접 담근 물김치는 때마다 보관통에서 꺼내와 살얼음이 동동 떠있다.
그 덕에 고기 먹고 후식으로 즐겨 찾던 냉면이 떠오르질 않는다.
입맛을 살리는 정성 가득한 밑반찬들이 그 자릴 훌륭하게 대신한다.




?

북성숯불구이에서 반드시 먹어봐야 할 게 또 있다. 바로 천 원짜리 된장찌개이다.
서울에서 7000원은 주고 먹었던 차돌된장찌개 이상의 맛이 느껴진다.

집에서 직접 쑨 메주로 담근 된장을 베이스로,
소갈비 뼈에 묻은 근경이라는 부위를 아낌없이 넣어 펄펄 끓였다.
찌개를 한 수저 들 때마다 쫄깃한 근경이 수저 가득 건져지니, 찌개를 메인메뉴로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의문이 들 정도이다.





어머니의 ‘그냥 뭐’라는 수식어와 달리, 음식은 어느 것 하나 '그냥 뭐'하는 맛이 아니다.
수줍음이 많고 고운 성격인 어머니의 겸손이 담겨있을 뿐이다.
정성 어린 손길 속 듬뿍 담긴 깊은 맛의 음식들이 그것을 증명한다.






가게 주방 입구에는 지인에게 선물 받았다는 100,000마리의 종이학이 놓여있다.
그 안에 스며있는 염원처럼 건강하고 정직한 고기를 맛보고 싶다면 북성숯불갈비로 가자.
빛나는 북두칠성처럼 즐비한 고깃집들 중 최고의 고기를 선사해줄 것이다.






 

2020-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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