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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 최윤식 소장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 최윤식 소장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미래학자다. 미래학의 세계적 거장들에게 교육받았고, 미래학에서 독보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휴스턴 대학교 미래학부에서 학위를 받았다. 미래 기술과 산업 방향을 예측하고 미래 사회를 연구하며, 세계 미래학자 모임인 ‘세계전문미래학자협회(APF)’의 임원으로 활동 중이다. ‘메타버스’의 유행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메타(Meta)’. ‘메타도구의 시대’를 강조하는 그와 이야기 나눠봤다.
글 _ 배나영

미래를 이끌려면
세 가지 메타도구를 활용하라




미래학자의 시나리오
 

미래학자는 과거와 현재를 분석해 미래의 변화를 읽어낸다. 미래학자 최윤식 소장에게 미래는 신비로운 개념이 아니라 객관적이고 논리적으로 설명이 가능한, 합리적으로 예측가능한 시나리오다.
“미래학자는 미래의 특정 시간과 공간에 대해 설명합니다. 5년 후에는 누구나 인공지능 비서를 데리고 다닐 것이고, 10년 후에는 완전 자율주행차를 타고 다닐 것이라는 예측처럼요. 그리고 그런 미래가 오게 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미래는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 속에서 만들어지거든요.”
최윤식 소장은 정치 · 환경 · 기술 등 다양한 영역에서 미래를 만들어가는 힘을 분석한다. 특히 그 중에서도 기술영역을 이끄는 ‘힘’에 주목한다.
“메타도구는 우리 사회의 기술영역에서 가장 근본에 있는 힘입니다. 메타(Meta)는 ‘더 높은’ ‘초월한’ 등의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어요. 초월이고, 너머에 있는 것이고, 원천적인 것이죠. 즉 ‘메타도구’는 도구를 만드는 도구에요. 쉽게 말해 새로운 도구의 이면에 있는 원리나 근원 기술을 뜻합니다.”
세계적인 학자들이 4차 산업혁명을 말할 때,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것이 있다. 바로 ‘도구 혁명’이다. 새로운 미래는 도구 혁명부터 시작된다. 미래학자 최윤식 소장이 메타도구에 주목하는 이유다.


4차 산업혁명의 3가지 메타도구

 

인류의 역사는 생산방식의 패러다임이 바뀔 때마다 문명의 전환을 이루었다. 최윤식 소장은 4차 산업혁명이 메타도구를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메타도구 때문에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난다고 말한다. 그리고 수많은 메타도구 중에서도 인공지능, 나노기술, 3D프린터를 4차 산업혁명의 핵심적인 메타도구로 꼽았다.
“3가지를 핵심 도구로 꼽은 이유는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는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점진적인 발전이 아니라 혁명적인, 퀀텀점프(Quantum Jump : 사업구조나 방식 등의 변화를 통해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것)를 이끄는 도구입니다.”
그는 이 3가지 기술이 ‘생산의 개념 자체를 변화시키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인공지능은 ‘기계가 지능을 갖게 되는 기술’이죠. 나노기술은 지구상의 모든 도구를 나노 단위에서 재생산하게 해주는 기술입니다. 지금까지의 개념을 완전히 뛰어넘는 기술이에요. 3D프린터도 마찬가지입니다. 생산의 개념 자체를 변화시켰습니다. 인간은 수천 년 동안 나무나 금속을 깎아서 도구를 만들었어요. 그런데 3D프린터는 깎지 않고 쌓아 올립니다. 재료가 아니라 하나의 완성품이 나오죠. 생산의 개념 자체가 퀀텀점프를 한거예요.”


※ 현재 최윤식 소장이 미국에 머무는 관계로, 이번달 〈Zoom 人〉 인터뷰는 화상으로 진행했습니다.


메타도구가 이끄는 미래

 

최윤식 소장은 최근 많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메타버스(Metaverse)’ 역시, 메타도구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한다. 메타도구로부터 파생된 AR과 VR이 메타버스의 핵심 기술로 사용됐고, 우리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준 것이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스마트폰 역시 메타도구의 산물이다. 한데 이 스마트폰도 새로운 메타도구의 출현으로 곧 사라지거나 새로운 형태로 바뀔지 모른다고 말한다.
“스마트폰은 ‘소통’이라는 기능을 담당합니다. 과거에도 전보, 전신, 피처폰처럼 소통을 위한 도구들은 늘 있었어요. 소통의 기능을 담당하는 새로운 도구가 나오면 기존의 도구들은 사라졌을 뿐이죠. 결국 스마트폰도 이 시대의 기술이, 이 시대의 도구가 만든 제품입니다. 그러니 새로운 도구가 출현한다면 스마트폰도 없어질 거예요. 나노기술로 칩을 더 작게 만든다든지, 몸에 심는다든지, 혹은 인공지능이 어디서든 구현된다면 지금의 스마트폰과 같은 디바이스가 필요 없겠죠. 소통이라는 기능을 다른 디바이스로 구현할 수 있게 만드는 것, 이게 바로 메타도구의 힘입니다.”
최윤식 소장은 메타도구로 인해 기존의 제품들이 사라지는 것에 주목해야한다고 이야기한다. 기능은 그대로 남지만 제품이나 도구는 변화하는 것 말이다.
“인간이 사용하는 제품과 서비스가 바뀌면 인간의 생각과 라이프스타일이 바뀝니다. 우리의 일상이 바뀌는거죠. 메타도구로 만들어지는 세상의 변화에 주목하고 새로운 도구를 어떻게 활용할지 지금부터 고민해야 합니다.”




개인이 준비해야 할 미래

 

지금까지 메타도구의 개발은 과학자들의 영역이었고, 메타도구를 현실 세계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기업들의 영역이었다. 한데 최윤식 소장은 이제 개인이 메타도구에 관심을 가져야 할 시점임을 강조한다.
“메타도구는 인공지능, 3D프린터, 나노기술 순으로 우리에게 친숙해 질 겁니다. 그러니까 순서대로 인공지능부터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잘 알고 계신 것처럼 인공지능은 이미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들어왔습니다. 3D프린터 또한 2030년 정도면 인공지능을 탑재한 수준으로 발전할 겁니다. 다음에 나노기술이 발전하겠죠.”
최윤식 소장은 프린터가 처음 등장했을 때의 예를 들었다. 수백 년 동안 발전했던 인쇄 기술에 비해 조악한 퀄리티의 프린터를 선보였을 당시 프린터는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프린터를 집집마다 사용하며, 개인 출판의 시대를 열었다.
“3D프린터는 2030년 정도면 상용화가 되어 신발이든, 음식이든, 장난감이든, 자동차 부품이든, 개인이 필요한 단위의 완성품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겁니다. 우리가 현재 돈을 주고 구매하는 제품의 퀄리티로요. 그리고 이 3D프린터에 인공지능이 탑재되면 우리는 프린터와 대화를 하면서 원하는 제품의 도면과 디자인을 의논하고 만들어낼 수 있겠죠. 어떤가요? 먼 미래의 이야기 같나요? 아닙니다. 곧 현실이 될 거예요.”

미래의 리더가 되기 위하여 

“일을 한다는 것은 무언가 생산물을 만드는 행위죠. 앞으로는 물리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 때 메타도구, 혹은 메타도구로 만든 도구의 활용도가 갈수록 커질 겁니다. 메타도구가 우리의 일상으로 더욱 가까이 다가오는 것이죠.”
최윤식 소장은 메타도구 덕분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날 것이라고 긍정적인 전망을 펼친다. 인공지능 시대, 로봇 시대의 일자리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희망을 준다.
“많은 사람들이 로봇 때문에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며 불안해 합니다. 산업혁명이 일어났을 때도 사람들은 불안해했죠. 실제로 그 시대의 일자리는 거의 다 없어졌어요. 하지만 사람들은 새로 생긴 일자리에서 일하게 됐습니다. 새로운 도구는 기존의 일자리를 없애겠지만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기도 해요. 메타도구가 만들어낸 도구들이 지금은 못하는 것들을 하게 하고, 지금은 갈 수 없는 곳을 가게 하고, 지금 인간이 생각해낼 수 없는 것을 하게끔 만들 겁니다.”
최윤식 소장은 지금 당장 메타도구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미래 시장의 승자가 되려면 새로운 도구의 출현과 발전을 주도하든지, 주도할 수 없다면 최대한 빨리 흐름에 뛰어들어야 한다.
“미래 시대의 소비자로 남으실 겁니까, 메타도구를 활용하는 리더가 되실 겁니까?” 그의 질문이 의미심장하다.

2021-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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