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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숙의 공간미학’ 정희숙 대표

정희숙 대표는 ‘정희숙의 공간미학’을 이끌며, 한국정리컨설팅협회장으로 일한다. 지금까지 3천 가구 이상의 정리 컨설팅을 담당했고, ‘정리의 여왕’ ‘정리의 달인’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TV 및 라디오 프로그램, 유튜브 채널은 물론, 《최고의 인테리어는 정리입니다》라는 책으로 자신만의 노하우를 전하고 있다.
글 _ 배나영

정리하면

풍요로워집니다




마흔을 넘어 시작한 내 일

 

정희숙 대표는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다. 육아와 살림을 하느라 바빠도, 방바닥에 머리카락 하나 없이 깨끗하게 살았다. 늘 쓸고 닦고 정리하니 집안은 언제나 반짝였지만, 남편이나 주변 사람들은 ‘왜 그렇게 피곤하게 사느냐’고 타박을 했다. 인정받지 못하는 기분에 우울해졌다. 집 근처의 건강가정지원센터에 찾아갔더니 집에만 있지 말고 일을 해보라는 솔루션을 처방 받았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직장을 가지려고 애썼지만 마흔이 넘은 경력 단절 여성이 이력서를 낼 만한 곳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조카가 “이모, 정리하는 직업이 있대. 한 번 알아봐”라고 권했다. 처음엔 ‘정리가 무슨 직업이 되겠냐’고 생각했지만 강의를 듣고 일을 할수록 맞춤옷을 입은 듯 적성에 딱 맞았다.
“전에는 ‘애들 키우면서 대충 살지 뭘 그렇게 깔끔을 떠냐’는 말만 들었어요. 아무도 저를 칭찬해 주지 않았죠. 그런데 정리를 직업으로 삼게 되니까 다들 저를 칭찬하고 고마워하더라고요. 일을 시작한 어느 날, 차를 몰고 고객님 댁으로 가는데 갑자기 너무나 행복한 거예요.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겁이 날 정도로요. 내 일을 한다는 게 참 행복했어요(웃음).”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에서 오롯이 정희숙이 되는 순간이었다. 마흔이 넘은 경력 단절 여성이 아닌, 정리를 잘하는 정희숙으로 인정받아서 참 행복했다. 그의 정리 컨설팅은 그렇게 시작됐다.






삶이 괴로울 땐 정리를 추천합니다

 

요즘에는 정리 컨설팅 업체도 많이 생기고, 정리 컨설턴트가 출연하는 방송 프로그램도 많아졌지만 10년 전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정리 컨설턴트라는 직업 자체도 생소했고,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 프로세스도 불명확했다. 때문에 정희숙 대표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고객에게 피드백을 받고, 그만의 정리법을 업그레이드해 나갔다. 그는 이 과정을 통해 변한 점이 있다. 예전에는 의뢰를 받으면 공간을 분석하기 바빴지만 이제는 고객, 사람을 먼저 보게 됐다.

“처음에는 ‘왜 이렇게 해놓고 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는데, 이제는 공간에 놓인 고객의 마음을 보려고 해요. 왜 정리를 하고 싶은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를 먼저 듣습니다. 그래야 고객이 원하는 ‘정리’가 뭔지 알 수 있어요.”

과거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옛 물건을 끌어안고 산다. 지금과 달리 날씬했던 시절에 입던 옷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고,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뒤 삶의 의욕마저 잃고 모든 물건을 방치한 채 사는 사람들도 있다. 이와 반대로 불안한 사람들은 오지도 않은 미래에 현재를 저당잡힌다. 몇 년을 먹어도 다 먹지 못할 쌀 포대와 라면박스는 물론, 방독면이나 비상식량 같이 생존 배낭을 쌓아놓는 경우도 있다.

“정리를 못 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과거에 집착하거나 미래가 불안한 사람들이에요. 현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과거나 미래보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죠. 저는 정리를 통해 ‘오늘의 내가 살아가는 공간’을 만들어 드리려고 노력해요.”

그의 고객 중에는 아이를 키우느라 힘들어서 본인을 돌보지 못하거나, 우울증 때문에 정리할 의욕을 잃은 사람들도 많다. 이들도 정희숙 대표의 손길을 거치고 나면, 삶의 의욕을 되찾는다. 그래서 일까. 정희숙 대표는 삶이 괴로울 때, 정리를 해보라고 권한다.

“집이 깔끔하게 정리되고 나면 그동안 보지 못했던 내가 보여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깨닫게 되고 의욕이 생기죠.”

이를 증명하듯 그의 스마트폰에는 고객들이 보내온 감사 메시지가 가득하다. 한데 여기엔 공통된 단어들이 등장한다. 새로운 시작, 변화, 전환점, 터닝 포인트 같은 단어들이다.

“많은 고객들이 이야기해요. 정리된 모습을 보니, 뭔가 새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고요. 맞아요. 삶이 바뀌는 정리의 마법? 그런 건 없어요. 인생을 바꾸고 싶은데 정리만 한다고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되진 않거든요. 하지만 인생을 다르게 살고 싶다면 정리부터 해보세요. 변화하고 싶다면, 행복해지고 싶다면, 일단 정리부터 시작해보는 거예요.”

정희숙 대표는 정리가 인생을 바꿔주지는 않지만 인생을 변화시키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물건과 공간을 정리하고 나면 거기서부터 무엇이든 시작할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 아이도 정리를 배워야 합니다

 

정희숙 대표는 무조건 버리라고 말하지 않는다. 제 역할을 다한 물건이나 쓰레기를 버리는 건 청소의 영역이고, 앞으로도 제 역할을 할 물건들을 잘 쓸 수 있도록 돕는 게 정리의 영역이다. 정희숙 대표는 정리도 공부해야 잘한다면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정리를 꼭 가르쳐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들에게 ‘너는 공부만 해’라며 부모님이 정리해주는 경우가 있어요. 정리를 못한다고 해서 큰일나진 않습니다. 하지만 ‘공부만’ 하는 아이가 아니라 ‘공부도’ 잘하는 아이로 키우셨으면 좋겠어요. 정리는 작지만 중요한 습관이거든요.”
정리를 안 하던 사람이 한꺼번에 몰아서 하려면 일이 커진다. 정희숙 대표는 어릴 때부터 밥을 먹고 양치를 하는 습관을 들이면 커서도 어렵지 않은 것처럼, 물건을 제자리에 두는 습관을 들이면 정리가 어렵지 않다고 했다. 어릴 때 정리 습관을 잘 배우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단순히 미관상 보기 좋으려고, 깨끗해지려고만 정리하는 게 아니에요. 정리하는 건 참 작은 습관이지만, 이게 쌓이면 일상이 바뀌죠. 우리 아이들에게도 정리하는 습관을 가르쳐줘야 하는 이유입니다.”


구성원 모두가 행복해지는 정리

 

“저는 옷장만 봐도 부부 생활의 주도권을 누가 갖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어요. 아마도 옷장을 더 많이 차지한 사람이 리드할 거예요(웃음). 한 사람의 공간이 너무 크면 양보가 필요합니다. 조화를 이루는 게 중요하죠.”
정리의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화목한 집은 무엇일까. 정희숙 대표는 가족 구성원 개개인의 독립공간과 함께 누리는 공유공간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집이라고 말한다. 아이의 공간만큼이나 엄마의 공간도 중요하고, 반려동물이 있다면 반려동물의 공간도 꼭 필요하다. 누군가의 자리를 만들어 준다는 건 그의 존재를 수용하고 존중한다는 뜻이고, 그 사람의 공간을 배려하는 것이 서로를 배려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정리하는 게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하루 종일 정리만 하고 계시면 안 돼요(웃음). 정리는 짧게 끝내야해요. 잘 정돈된 공간에서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셔야죠. 그게 바로 정리의 목적이기도 하고요.”
최근 정희숙 대표는 정리를 ‘왜 하는지’ 혹은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빠르고, 간편하게 정리할 수 있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영상으로 만들어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한다. 그는 이 콘텐츠를 통해 일상이 변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 더 많은 사람들이 정리의 기쁨을 누리길 바란다.
“정리는 제 일이 아니라, 제 길이에요. 정리로 인해서 더 많은 사람들의 일상이 풍요로워졌으면 좋겠습니다.”
정희숙 대표의 말처럼 정리는 무조건적인 비움이 아니라, 일상의 행복을 채우는 일을 말하는 게 아닐까. ‘정리할수록 풍요로워진다’는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다.

2021-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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