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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펀 인터랙티브 유한 CTO

에이펀 인터랙티브의 유한 CTO(Chief Technology Officer)는 1982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군대를 다녀온 뒤 2007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아카데미 오브 아트 유니버시티(AAU)’에서 애니메이션 VFX(시각특수효과)를 전공했다. 2012년부터 5년 정도 디즈니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일했다. 2017년 권도균 대표와 함께 실시간 렌더링 기술을 기반으로 한 3D 콘텐츠를 제작하는 ‘에이펀 인터랙티브’를 창업했다. ‘2019 교원 딥 체인지 스타트업 프라이즈 데모데이’에서 상호작용이 가능한 디지털 휴먼 기술로 높은 호응을 얻어 대상인 딥체인지상을 차지했다. 유한 CTO를 만나 에이펀 인터랙티브를 설립하기까지의 스토리와 앞으로의 포부를 들었다.
글 _ 배나영 / 사진 _ 장서우

상호작용이 가능한
디지털 휴먼 시대



상상의 세계를 그려내는 과학자
“제가 상상한 해저 도시를 그렸어요. 해저 도시에 로봇도 있고, 물고기도 살았죠. 상상력을 발휘해서 그림을 그리는 게 재미있었어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받았던 상이자 유일하게 받은 상이에요(웃음).”
초등학교 1학년 때 과학 상상 그리기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미술을 따로 배운 적이 없었는데도 머릿속으로 상상하던 세계를 그림으로 그려낸 결과였다. 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던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은 적성검사를 할 때마다 과학과 관련된 진로가 나와서 왠지 모르게 뿌듯했다. 어쩌면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시각특수효과를 공부하게 되는 씨앗은 이때부터 발아하기 시작하지 않았을까.
“중학교 2학년 때 친한 친구가 만화를 그렸는데 그 모습이 멋진 거예요. 그래서 저도 따라서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죠. 고등학교 올라가서도 계속 만화를 그리고 있으니까 어머니가 세종대 만화학과를 가보겠냐고 하시면서 미술학원에 보내주셨어요. 그때부터 미술을 시작했죠.”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수능 모의고사에서 늘 높은 점수를 받았고 미술학원에서도 월등한 실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입시에는 운이 따르지 않았다. 모의고사에서 늘 1등급이었던 점수는 정작 진짜 수능에서 등급이 떨어졌고, 상위권이었던 그림 실력도 실제 시험장에서는 실력 발휘를 하지 못했다. 미대를 가긴 했지만 가고 싶은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자 목표 의식이 사라져 버렸다. 그러다 드디어 하고 싶은 일을 발견했다.
 



시각특수효과에 빠져 미국 유학까지
“대학교 2학년 무렵 일러스트레이터, 어도비 디렉터, 플래시 같은 프로그램들을 배웠는데 너무나 재미있었어요.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 종일 붙들고 있어도 시간가는 줄 몰랐죠. 마야라는 프로그램을 가르치는 학원이 부산에 딱 하나 있었는데 찾아가서 배워보니 이건 더 재미있는 거예요.”
마야를 배우면서 진지한 고민을 시작했다. 이 일이 나의 직업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평생이 일을 직업으로 삼았을 때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궁금했다.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그는 시험이라는 단기적인 테스트에는 약하지만 꾸준하게 실력을 가꾸어서 보여주는 데는 자신있었다. 무엇인가 하기로 마음먹었으니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10년, 20년을 내다보는 긴 안목으로 목표를 설정했다.
“미술이라는 세계는 냉정하기 때문에 1%의 재능이 아니라 0.1%의 재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저를 객관적으로 돌아봤을 때 상위권의 실력은 있지만 0.1%의 특출난 재능을 가진 사람을 이길 수 있는 실력은 아니었지요.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유학을 가기로 결심했어요.”
아카데미 오브 아트 유니버시티(AAU)를 나온 선배들의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그 학교에 가고 싶었다. 먼저 입대 신청을 했다. 입대 날짜가 잡히니 제대 날짜에 맞춰 토플 공부를 하고, 학교에 입학하고, 졸업을 하고, 입사를 했다가 나와서 다시 자신의 회사를 차리겠다는 10년 플랜이 세워졌다. 군대에 가서도 매일 영어 단어를 공부하며 계획을 실천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을 갈고닦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리고 계획한 대로 원하는 학교에 입학했다. 

 


 

겨울왕국을 세워 낸 디즈니의 아티스트
“사실 픽사에 가고 싶었는데 떨어지고 디즈니에 가게 되었어요. 저는 픽사가 더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일반 사람들에게는 디즈니가 더 유명하니까 제 커리어에는 오히려 좋았던 면이 있죠.”
라이팅 아티스트(Lighting artist)를 꿈꾸던 유학생 시절, 그야말로 공부만 했다. 주위에서 미래가 불확실하다고 했지만 굴하지 않았다. 자료가 없어서 픽사를 다니는 분에게 수업을 듣기도 했다. 포트폴리오가 온라인에서 퍼지며 주위에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디즈니의 서머 인턴으로 80여 일을 보내며 많이 배웠다. 학교를 졸업하고 디즈니에 입사했다. 10년 동안의 목표를 이루어냈다. 일은 즐거웠다. 〈겨울 왕국〉 〈주토피아〉 〈빅히어로〉 같은 히트작에 참여했다. 하지만자신의 커리어에 대한 고민을 멈추지 않았다.
“나만의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했어요. AR 시대를 바라보는 상황에서, 더욱 창의적인 영역으로 나아가고 싶었죠.”
디즈니에 다니는 동안 AR에 관심을 갖게 됐다. 1년 동안 AR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개발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관심사가 비슷했던 권도균 대표와 의기투합했다.
“미국에서 한참 VR 붐이 일었어요. 언젠가는 AR 시대가 올 텐데 일단 VR로 시작해서 경험과 자본을 쌓고 AR 시대를 맞이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권도균 대표와 이런 아이디어를 계속 주고받는 중이었어요. 기회가 되면 한번 해보자고 얘기했죠.”

에이펀 인터랙티브의 리얼타임 콘텐츠
유한 CTO는 권도균 대표와 함께 에이펀 인터랙티브를 창업했다. 에이펀 인터랙티브에서는 이용자와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디지털 휴먼’을 만든다. 모델하우스나 자동차를 가상현실 콘텐츠로 구현하는 작업은 물론, 넷마블의 게임 속 여주인공 ‘렌’의 디지털 휴먼 캐릭터를 제작해 게임 박람회에서 팬미팅을 진행하기도 했다. 얼마 전엔 비틀즈의 폴 매카트니를 디지털 휴먼으로 재탄생시켜 그가 움직이고 노래를 부르는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했다.
“가장 뿌듯했던 건 2018년에 SK그룹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의 홀로그램이 무대에 걸어 나와 연설을 했던 장면이었어요. 행사 당일 최태원 회장이 정말 기뻐하면서 눈물을 보였죠.”
유한 CTO는 앞으로 디지털 휴먼과 리얼타임으로 상호작용을 할 때 얼마나 퀄리티를 높일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한다. 리얼타임 콘텐츠의 시각적 퀄리티만큼 관객들과의 상호작용을 더욱 자연스럽게 만드는 것이 과제다.
“사람들은 무형의 존재보다 디지털 휴먼을 원하지 않을까요? 지금은 아마존의 알렉사가 그냥 이름으로 존재하지만 거기에 비주얼을 입히면 알렉사라는 유형의 인물로 태어나겠죠. 실질적으로 AR 시대가 되면 어디서든 나타나는 가상의 알렉사를 만날 수도 있고요.”
유한 CTO는 2020년에 커지는 팀을 안정화하면서도 더욱 퀄리티가 높은 작업을 해볼 생각이다. 새로운 디지털 셀럽을 만들어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 그리고 교원그룹의 다양한 시각적인 콘텐츠를 에이펀 인터랙티브의 기술과 결합해 아이 및 선생님들과 리얼타임으로 상호작용하는 캐릭터를 만들면 어떨지 궁리 중이다.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면 꾸준하게 실력을 키워, 결국 해내고야 마는 유한 CTO의 포부가 믿음직하다. 

 

 

2020-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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