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Road

원주

글 / 사진 _ 신유진(여행작가)

 

 

일상을 살아간다는 건, 생각보다 꽤 고단한 일이다. 애를 쓰지 않으면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의 경계가 불명확해질 때가 많다. 일상에서 벗어나, 원주에서 굳어버린 시선과 생각에 쉼표를 찍어본다. 우리의 마음을 넉넉하게 해줄 예술과 문학이 더해지니 여행이 더욱 풍성해진다. 잠시 머무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더 유연하고, 조금 더 부드러워진다.


 








시선이 닿는 곳마다 작품이 되는
뮤지엄산

  

산길을 따라 한참을 달리면 뮤지엄산에 도착한다. 이름 그대로 산속에 있는 미술관이다. 뮤지엄산의 슬로건인 ‘소통을 위한 단절’이 딱 들어맞는다. 일상에서 잠시 벗어난 곳에 자연과 예술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웰컴센터를 지나면 조각공원과 함께 원주의 자연풍경이 펼쳐진다.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걸으면 자연스럽게 작품과 만나게 된다. 안내문에도 느린 걸음으로 산책하기를 제안하고 있다. 휴대폰도 잠시 넣어두고 두 눈과 마음에 지금 이 순간을 담아 본다.

뮤지엄산은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가 설계한 미술관은 노출 콘크리트로 된 건물이지만 빛과 자연이 녹아 있어 하나의 작품이 된다. 관람 동선을 따라 걷다 보면 미술 작품이 있는 전시관과 건물의 아름다움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창문을 통해 자연이 건물 안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자주 멈추고, 자주 바라보고, 자주 감탄하게 된다. 역시 이곳에서는 멈춤이 가장 좋은 관람법이다.

뮤지엄산에는 미술관뿐만 아니라 스톤가든, 제임스터렐관, 명상관이 있어 관람과 체험을 함께 즐길 수 있다. 공간마다 다른 색을 가지고 있어 다른 곳으로 순간이동 하는 듯한 느낌도 든다. 제임스터렐관과 명상관은 관람권을 따로 구매하고 관람 시간을 예약해야 입장이 가능하니 참고하자.







박경리 선생의 시간이 남아 있는
박경리 문학공원

원주 단구동에는 자그마한 공원이 있다. 박경리 선생의 이름이 담긴 박경리 문학공원이다. 규모는 아담하지만 담겨 있는 시간의 무게는 절대 가볍지 않다. 문학공원에는 박경리 선생이 18년 동안 살았던 옛집과 기록이 남아 있는 박경리 문학의 집, 소설 《토지》의 배경을 아기자기하게 담아 뒀다.

먼저 박경리 문학의 집에서 선생의 일생을 만났다. 전시실에는 26년 동안 집필한 대하소설 《토지》를 볼 수 있도록 정리해뒀다. 소설 속 이야기에 맞춰 시각적인 표현이 함께 되어 있어 지루하지 않게 관람할 수 있다. 4부로 나눠진 스토리와 등장인물의 숫자만으로도 대하소설 《토지》의 방대함에 놀라게 된다. 마지막 전시실에서는 박경리 선생이 쓰시던 유품과 사진을 볼 수 있다. 직접 쓴 원고와 손때 묻은 필기구들 앞에서 한참을 바라보게 된다. 한 자 한 자 눌러 쓴 원고지 매수가 3만 매가 넘는다고 하니, 원고지 매수의 어마어마한 숫자로 긴 시간을 어렴풋이 가늠해본다.

문학공원 안에 있는 옛집으로 향했다. 담쟁이 넝쿨이 붉게 물든 돌담길을 따라 걸어 들어가면 하얀색 이층집이 있다. 박경리 선생은 이 집에서 《토지》 4부와 5부를 집필하면서 소설의 긴 여정을 마무리했다. 아쉽게도 집 내부관람은 어렵지만, 박경리 선생의 흔적을 곳곳에서 만나게 된다. 직접 만든 연못이 남아 있고, 직접 가꾸던 텃밭에는 여전히 토마토, 고추 등이 자라고 있다. 비록 박경리 선생은 떠났지만, 그의 숨결이 남아 우리를 반긴다. 깊어지는 늦가을 선생의 흔적을 만나며 마음 한 곳이 따뜻해진다.



 


 

 

원주의 ‘맛’을 찾아서
산정집(말이고기) VS 대복 추어탕(추어탕)

 





특별한 고기를 맛보다
산정집


산정집은 원주의 오래된 맛집이다. 말이고기라는 독특한 메뉴를 먹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단어 그대로 소고기에 미나리, 쪽파를 넣어 돌돌 말아 만든 고기다. 수작업으로 하나씩 만들어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기도 하다.

곱게 말려 있는 고기를 달궈진 철판에 올려 굽는데, 지글지글 익는 소리부터 맛있다. 소고기의 붉은색이 사라지게 돌려가며 구우면 된다. 알맞게 익은 고기를 특제소스에 콕콕 찍어 먹어 본다. 고기의 고소함과 미나리, 쪽파의 아삭함의 어우러져 맛있다. 소고기의 기름진 맛을 미나리와 쪽파가 잡아줘서 깔끔하다. 함께 나온 채소 무침과 곁들여 먹다 보면 순식간에 구워진 고기가 사라진다. 고기만 먹기에 허전하다면, 고기를 구웠던 철판에 보글보글 끓여 먹는 구수한 된장국도 별미다. 웨이팅이 긴 편이고, 일요일과 공휴일은 휴무다.



주소: 강원도 원주시 천사로 203-1

전화번호: 033-742-8556

운영시간: pm 12시 ~ pm 8시 30분 (Break Time 14시 ~ 17시)

대표메뉴: 말이고기 2만 1000원 내장볶음 2만 3000원 된장찌개 2000원




  



영양 가득한 추어탕 한 그릇

대복추어탕


미꾸라지가 가장 맛있어지는 계절이 바로 가을 이맘때다. 추어탕은 원주의 향토음식 중 하나다. 보양식이기도 한 추어탕은 면역력이 떨어질 때 최고의 음식이다. 원주 단구동에 위치한 대복추어탕은 국내산 미꾸라지를 사용해 추어탕을 만든다. 추어탕은 갈아서 만든 것과 통으로 끓이는 두 가지 방법 중 선택할 수 있다. 주방에서 한번 끓여 내고, 손님상에서 다시 한번 보글보글 끓인다. 추어탕이 맛있어질 타이밍에 맞춰서 뚜껑을 열어준다. 원주식 추어탕은 다른 지역과 달리 고추장을 넣는 것이 특징이다. 고추장이 들어가서인지 비릿한 맛이 없다. 부추와 버섯 등의 야채를 넣고 함께 끓여 간이 세지 않고, 담백하다. 취향에 맞춰 제피가루나 후추를 더해서 먹으면 된다. 함께 나오는 돌솥밥과 먹으니 더욱 맛있다. 따뜻한 추어탕을 먹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사르르 녹는다.



주소: 강원도 원주시 치악로 1534

전화번호: 033-764-0044

운영시간: am 11시 30분 ~ pm 10시

대표메뉴: 추어탕 · 추어수제비 · 추어튀김 각 1만 1000원







 

원주의 ‘향’을 찾아서
동경수선 VS 언니네오븐







밀크티가 생각날 땐
동경수선


원주 미로 예술시장에는 동경수선이라는 자그마한 카페가 있다. 전통시장의 정겨움 속에 자리 잡은 동경수선은 찾아온 이들을 따뜻하게 맞아 준다. 카페에 들어서면 요란하지 않고, 엔틱한 분위기 덕분에 편안한 느낌이 든다. 동경수선의 주메뉴는 수제 밀크티다. 이곳의 밀크티는 분말 대신, 찻잎을 직접 우려 만든다. 기본적으로 좋은 재료를 사용하고, 조급하지 않게 시간을 기다려 만들어, 맛이 진하고 부드럽다. 동경수선의 밀크티는 얼음을 살짝 넣어 차갑게 마시는 것이 맛있게 먹는 방법이라고 한다. 한여름이 아니면 차가운 음료를 잘 마시지 못해 따뜻한 밀크티를 선택했지만, 충분히 맛있었다. 밀크티의 달달한 맛도 억지스럽지 않고, 맛도 깊어서 마시는 동안 즐거웠다. 로즈 밀크티, 말차라떼, 라벤더 밀크 등 다양한 종류를 만날 수 있다.


주소: 강원도 원주시 중앙시장길 6

전화번호: 0507-1416-3955

운영시간: pm 12시 ~ pm 6시 (월요일 휴무)

대표메뉴: 동경밀크티 4500원 솔티카라멜 5000원 복숭아빵 1800원







 

달콤한 마카롱이 가득한
언니네오븐


원주 언니네오븐은 마카롱 맛집으로 유명한 디저트 카페다. 매일매일 다양한 종류의 마카롱을 만든다. 카페에 들어서면 진열대를 가득 채우고 있는 화려한 마카롱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꾸준히 사랑받는 기본적인 메뉴부터 새롭게 업데이트되는 것까지 고르는 재미가 쏠쏠하다. 맛도 중요하지만, 눈에 담기는 모습도 꽤 큰 영향을 준다. 귀여운 마카롱 덕분에 기분도 상큼해진다. 종류도, 맛도 다양해 한참을 고민하고서야 마카롱을 골랐다.

눈으로 충분히 즐겼으니, 이젠 맛으로 즐길 차례다. 초록의 샤인 머스캣 요거트 맛을 한입 가득 베어 물었다. 부드럽고 달콤함에 기분까지 좋아진다. 과하게 달지 않고, 재료의 맛도 느낄 수 있다. 쌉쌀한 커피와의 조합도 좋다. 언니네오븐은 카페 곳곳에서 센스 있는 소품과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만날 수 있다.

 

주소: 강원도 원주시 중평길 52

전화번호: 070-4067-8932

운영시간: pm 12시 ~ pm 9시

대표메뉴: 아메리카노 3500원 카페라떼 4000원 마카롱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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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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