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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글 / 사진 _ 신유진(여행작가)




기다림이란 단어가 잘 어울리는 계절은 단연 봄이다. 매년 오는 봄이지만 처음 만나는 것처럼 설렌다. 차가웠던 공기에 온기가 묻어나고, 햇볕에 따스함이 한층 더해질 때 봄은 우리 곁으로 온다. 봄의 속도에 맞춰 단조로웠던 세상에도 색깔이 풍성해진다. 봄은 언제나 짧아 금방 지나가 버려 놓치기 쉽다. 지금, 우리가 봄의 설렘을 만나러 가야 하는 이유다.

 







노란색으로 물드는
응봉산

 


일상 속에 스며 있는 공간이 있다. 그 자리에 있는 것조차 잊어버릴 만큼, 애를 써서 보지 않으면 그저 스치게 된다. 응봉산은 서울 도심에 있는 산이지만, 산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드물다. 정상까지 100m가 채 되지 않아 야트막하다는 단어가 잘 어울린다. 언덕이라 부르기엔 높고, 그렇다고 산의 부담은 없는 친근함이 매력이다. 응봉산은 돌로 이루어진 산이지만 봄이 되면 다른 모습으로 바뀐다. 개나리가 군락을 이루고 있어 꽃이 피기 시작하면 노랗게 물든다. 물감을 쏟아부은 듯 눈길이 닿는 곳마다 노란 개나리로 뒤덮인다.

응봉산은 중앙선 응봉역에서 내리면 쉽게 찾을 수 있다. 팔각정이 있는 곳에 도착하면 개나리와 함께 서울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한강과 다리, 도로와 고층빌딩이 어우러진 가장 서울다운 모습이 이곳에 있다. 도시의 모습과 함께 만끽하는 봄의 화사함이 잘 어울린다. 봄날, 개나리와 어우러진 서울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된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개나리 사이로 산책로가 있다. 진정한 꽃길이 여기에 있다. 보는 즐거움에 걷는 즐거움도 더해진다. 산책로를 따라 용비교 방향으로 걸으면 응봉산의 또 다른 백미를 만난다. 응봉산의 바위와 개나리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일상에 스며 있던 곳에 봄이 닿으니 그동안 숨겨뒀던 매력이 넘친다.


 


 



봄꽃으로 가득한
창경궁

궁궐은 계절마다 느껴지는 매력이 다르다. 오랜 역사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지만, 계절마다 바뀌는 풍경도 궁궐을 찾게 하는 이유다. 특히 4월의 궁궐은 봄꽃이 절정을 이룰 때다. 어느 궁궐을 선택해도 봄을 만끽하기 좋다. 궁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왕족의 공간에는 세월이 지난 지금도 여러 꽃이 피고 진다. 특히 창경궁은 다른 궁궐에 비해 찾는 사람들이 비교적 적은 편이라 즐기는 여유가 있다. 궁궐의 고즈넉한 풍경에 봄꽃의 사랑스러움이 더해져 마음을 빼앗기기에 충분하다.

창경궁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이 옥천교다. 다른 계절에는 그저 궁궐 안으로 향하는 길목처럼 느껴지지만, 이맘때면 확연히 달라진다. 옥천교 주변에 있는 매화나무, 살구나무, 앵두나무, 자두나무 등의 꽃이 만발한다. 봄의 화사함이 여기에 모여 있다. 덕분에 이곳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다. 다음 봄꽃 포인트는 계단식으로 만들어진 화단인 ‘화계’로, 함인정 옆에 있다. 진달래, 개나리 등이 꽃망울을 터트려 아름다움을 더한다. 궁궐의 정갈한 담과 봄꽃이 어우러진 모습에 카메라 셔터를 자꾸만 누르게 된다. 궁궐의 봄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일 테다. 춘당지와 대온실로 이어지는 산책로에도 아름드리나무 사이로 히어리, 미선나무 등 다양한 봄꽃이 발길을 붙잡는다. 봄이 전해주는 행복에 자주 멈추고, 자주 웃게 된다.




 
 

서울의 ‘맛’을 찾아서
몽탄(갈비) VS 육전식당(삼겹살, 목살)
 




입과 눈이 즐거운 별미
몽탄


몽탄은 짚불에 초벌구이한 짚불삼겹살과 갈비가 유명하다. 입구에 들어서면 커다란 화로에서 고기를 초벌 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특히 우대갈비라고 부르는 소갈비는 눈이 휘둥그레지게 만든다. 불판의 한편을 가득 채울 만큼 큼지막하다.
고기에는 짚불 향과 양념이 잘 배어 있어 맛이 깊다. 떡과 마늘, 파도 곁들여 구워 먹는 맛이 재미있다. 갈비뼈에 붙어 있는 고기도 먹기 좋게 잘라주는데 먹던 고기에 비해 조금 질긴 편이다. 양파김치와 소금, 청어알, 고추냉이, 보리 쌈장, 서걱서걱 얼음이 언 무채도 별미다. 양파를 넣어 만든 볶음밥은 약간 매콤하지만 기름졌던 입안을 깔끔하게 해준다. 배부르게 먹고 나니 맛있는 한 상을 선물 받은 느낌이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백범로99길 50
전화번호: 02-794-8592
Open: pm 4시 ~ pm 11시
대표메뉴: 우대갈비 2만 5000원 / 짚불삼겹살 1만 5000원 / 양파볶음밥 5000원



 

 

가장 기본이 가장 맛있는

육전식당


육전식당은 삼겹살과 목살이 맛있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주문하면 보기에도 신선한 선홍빛의 두툼한 고기가 나온다. 두툼한 고기는 육즙을 느낄 수 있어 맛있지만, 굽는 것이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육전식당은 직원들이 불판의 온도를 체크하며 적당한 때에 고기를 뒤집어준다. 전문가의 손길에서 잘 구워진 고기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다. 소금, 고추냉이, 젓갈, 쌈장 등을 곁들여 취향에 맞춰 먹으면 된다. 소금에 찍어서 먹으니 고기 감칠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소금은 고기 맛을 해치지 않아 가장 깔끔했다. 이곳은 서비스가 좋다. 구워둔 고기를 올려둔 그릇에 기름이 모이면 기름을 제거해 줄 만큼 신경을 써준다. 맛있게 잘 먹었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주소: 서울시 동대문구 난계로30길 16
전화번호: 02-22253-6373
Open: am am 11시 ~ pm 11시
대표메뉴: 생목살 1만 5000원, 삼겹살 1만 5000원, 식후볶음밥 4000원







 

서울의 ‘향’을 찾아서
카페 레이어드 VS 커피방앗간






이국적 분위기의
카페 레이어드


카페 레이어드는 안국역에서 북촌으로 가는 초입에 있다. 한옥을 리모델링한 곳으로 동그란 테이블과 나무 의자, 플레이팅 된 베이커리가 이국적인 느낌을 풍긴다. 서로 다른 성격의 분위기가 잘 어우러져 이곳만의 특별함이 되었다. 덕분에 손님이 카페에 들어오면 주문보단 일단 카메라를 먼저 꺼내 풍경을 담는다.
테이블 간격이 좁지만, 커피 한 잔 나누기엔 충분하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카페 중앙 천장이 열려 파란 하늘과 마주할 수도 있다. 레이어드는 베이커리를 직접 만들어 판매한다. 특히 스콘 맛은 소문이 자자하다. 베이직한 맛부터 얼그레이 · 크랜베리 스콘 등 종류가 다양하고, 모양도 예뻐서 고르는 즐거움이 있다. 진한 커피에 우유가 적당히 들어간 라떼와 고소한 스콘 하나면 이곳에서의 시간이 달콤하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2길 2-3
전화번호: 없음
운영시간: am 08시 ~ pm 10시(평일) / am 10시 ~ pm 10시(주말)
대표메뉴: 아메리카노 4500원, 카페라떼 5000원, 크랜베리스콘 5500원






 

아늑함이 가득한

커피방앗간


정독도서관과 삼청동으로 가는 길 사이에 작은 골목이 있다. 골목을 걸어 들어가면 커피방앗간을 만나게 된다. 드라마 촬영 장소로 자주 나왔던 곳이라 처음 방문해도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나무 바닥과 나무 기둥, 서까래, 센스 있는 인테리어가 어우러져 아늑함이 느껴진다. 음악 소리와 함께 즐기는 이곳의 차분한 분위기가 참 좋다.
주인장이 그려주는 1분 초상화로도 소문이 자자한 카페답게 벽면에는 그림이 많이 걸려 있다. 메뉴판도 직접 쓰고, 그려서 만들었다. 커피방앗간은 분위기만큼 커피도 맛있다. 취향에 맞춰 달달한 크림이 올라간 카페 비엔나, 다양한 원두로 맛보는 드립 커피 등을 즐겨보는 것도 좋겠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5가길 8-11
전화번호: 02-732-7656
운영시간: am 8시 30분 ~ pm 11시
대표메뉴: 카페라떼 5000원, 아메리카노 4500원, 카페 비엔나 6000원

2020-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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