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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스(BANS) 실천을 위한 꿀팁 ‘Be the Customer(고객 되어보기)’

글 _ 김경수(《밥 먹고 똥 싸면서 발견하는 비즈니스 인사이트》 저자) / 일러스트 _ 이시누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익숙해져 가고 있는 반스. 이를 실천함에 있어 무척 중요한 활동, 하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은 디자인씽킹의 ‘고객공감(Empathize)’을 어떻게 해야 잘 할 수 있는지 알아보자.


‘고객처럼’이 아니라 ‘진짜 고객으로서’ 경험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제품(서비스)을 만드세요”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얼핏 들으면 우리가 당연히 취해야 할 자세와 마음가짐이다. 하지만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는 게 도대체 어떻게 하는 것일까를 생각해보게 된다. ‘고객의 입장’은 책상 위, 그리고 회의실에서 상상만으로는 쉽게 그리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 또한 고객의 요구를 파악하기 위한 설문조사지에 작성해준 이야기들로도 고객의 입장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자칫 나(상품기획자)만의 주관에 기반한 왜곡된 고객 입장을 정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수행했던 ‘당뇨환자 진료 서비스 경험 개선’ 프로젝트 중 있었던 일이다. 프로젝트 팀원 한 명에게 흰 장갑과 마스크를 씌워 집에서 병원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이동해보도록 했다. 이 시도를 하기 전 우리들이 회의실에서 이야기 나눈 당뇨환자의 어려움은 다음과 같이 도출됐다.

의사가 내 병을 완치해줄 수 있을까?’
‘치료 과정이 고통스럽지 않을까?’
‘치료비가 많이 나오지 않을까?’

굳이 환자를 만나보지 않아도 어느 정도는 충분히 상상해볼 수 있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팀원의 대중교통 통원치료 경험 후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자리에서 우리는 뒤통수를 크게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우리의 경험과 지식에 기반해서 너무 안이하게 판단해왔음에 대한 깊은 반성과 함께, 지금껏 생각하지 못했던 멋진 발견에 대한 기쁨도 아울러 느끼게 됐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 감염을 걱정하는 당뇨환자처럼 흰 장갑과 마스크를 낀 채 지하철로 들어선 팀원은 지하철 내 승객들의 차가운 시선이 너무도 낯설고 무섭게 느껴졌다고 한다. 그리고 가까이하지 않으려고 자신 주변에서 서서히 멀어져 가는 사람들로 인해 자칫 눈물이 날 뻔했다고 한다. 그것은 어쩌면 당뇨환자가 병원 치료 과정에서 느끼는 육체적인 고통, 치료비에 대한 경제적인 고통보다 절대로 작지 않은 고통이었다. 치료를 위해 이동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수치심, 사람들로부터 격리된다는 외로움 등의 심리적 고통은 일반적으로 병원에서 집중해서 고민하는 영역에서 벗어나 있었다.

만약 이 팀원의 이러한 ‘진짜 고객 경험’을 해보지 않았다면, 자칫 디자인씽킹을 수행한다는 우리 모두가 진짜 중요한 것을 놓친 채 ‘의료진에 대한 신뢰’ ‘수납 방법 간소화’ ‘병원 내 이동 동선 편의성’ 등 병원 안에서의 경험에만 매몰되어 환자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었을 것이다.

병원들의 의료수준이 모두들 탁월해지고 있으며, 병원 내 서비스 수준도 병원들간에 별반 차이가 없어져가고 있다. 이 상황에서 어쩌면 병원 밖의 환자 경험까지 얼마나 헤아렸는가에 따라 병원을 선택하는 결정적 기준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중요한 사실을 알고 실천하는 병원은 고객의 선택을 받을 것이며, 이를 간과한 병원은 ‘왜 고객이 우리 병원을 선택하지 않는가?’하며 엉뚱한 곳에서 답 없는 고민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역지사지(易地思之)를 넘어 역지행지(易地行之)까지 실천

휠체어를 직접 타고 길거리를 나가보지 않으면 장애인의 눈높이를 배려하는 서비스를 제대로 기획할 수 없다. 또한 두 눈을 가리고 인도를 걸으며 어딘가에 이마를 쾅 부딪히는 경험을 해보지 않고서 막연히 장애인을 위한 길안내 서비스를 고민한다는 것도 부족함이 많다.

요즘 의료를 넘어 교육, 공공, 금융, 상거래 등에서도 고객의 서비스 경험을 디자인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하지만 ‘고객의 경험을 디자인한다’는 것이 ‘디자인’이라는 단어의 부분적 의미에 치우쳐 외관상 멋져 보이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또한 고객의 기대와는 거리가 있음에도 ‘이렇게 좋은 기능을 제공해주면 분명 좋아할 거야’라며 자칫 제공자 입장에서 경험을 판단해 설계하는 것도 우려가 된다.

무엇을(What), 어떻게(How) 디자인하기에 앞서서 ‘고객이 실제로 어떤 경험을 하고 있으며, 왜 그렇게 경험할 수밖에 없는지(Why)’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고 우선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고객의 이야기를 듣거나, 고객의 행동을 관찰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직접 고객이 되어보기(Be the Customer)’ 실천을 통해 고객공감의 전문가가 되어보자. 이를 실천하는 우리가 곧, 세상에 의미있는 가치를 만들어내는 디자인씽킹의 첨병이자, 반스의 실행자임에 틀림없다.

2019-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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