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CINEMA

21세기 연금술 ‘3D 프린팅’ 〈빅 히어로〉 & 〈미션 임파서블〉

글 _ 정현목(중앙일보 기자)



 

3D 프린팅 기술로 무언가를 똑같이 복제하거나 창조해내는 신기한 모습은 다른 첨단기술들과 마찬가지로 이미 여러 편의 영화에서 소개된 바 있다. 3D 프린팅 과정을 쉽고 재미있게 보여준 대표적인 영화가 〈빅 히어로(2014, 돈 홀·크리스 윌리엄스 감독)〉다. 이 영화는 디즈니가 한솥밥을 먹는 식구인 마블과 함께 만들어낸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로봇 격투신이 등장하고 주인공이 악당과 맞서 싸우는 등 영화는 마블 특유의 액션을 기본 얼개로 삼았지만, 밑바탕에는 디즈니다운 따뜻한 체온과 감성이 흐른다.

영화의 무대는 가상의 도시 샌프란소쿄(샌프란시스코와 도쿄의 합성어)다. 불법 로봇배틀대회 출전을 즐기며 재능을 썩히던 14세 천재소년 히로는 로봇공학도인 형 테디의 충고에 따라 공대에 진학하기로 결심한다. 히로의 입학이 결정된 쇼케이스 행사장에 원인불명의 화재가 발생해 테디가 죽고 만다. 부모에 이어 형까지 잃은 상실감에 폐인이 되다시피 한 히로의 앞에 테디가 개발한 힐링로봇 베이맥스가 나타난다. 실의에 빠져 있던 것도 잠깐, 히로는 형의 죽음에 의문을 품고 베이맥스와 함께 사고의 진상을 파헤친다. 그러던 중 도시를 파괴하려는 악당의 음모를 알게 된 히로는 베이맥스를 슈퍼히어로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하기 시작한다.

히로는 3D 스캐너로 베이맥스의 전신을 스캔한 뒤 3D 모델링으로 전투슈트를 만들어 이를 베이맥스에게 입힌다. 폭신폭신한 질감의 힐링로봇이 3D 프린팅 기술을 통해 전투용 슈퍼히어로로 거듭나는 순간이다. 영화가 꽤 공들여 보여주는 이 대목에선 ‘아이언맨’ 슈트를 창조해낸 ‘테크놀로지 마블’의 면모가 부각된다.

첨단기술이 망라돼 있는 첩보액션 영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도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한 변장술을 보여준 바 있다. 〈미션 임파서블3(2006, J.J. 에이브럼스 감독)〉에서 다른 사람의 얼굴을 3D 스캐닝하고, 이를 3D 프린팅해서 가면으로 착용하는 장면이 그것이다. 3D 프린팅으로 만들어낸 영화 속 가면은 너무나 완벽해서 누가 진짜인지 헷갈릴 정도다.

〈미션 임파서블3〉가 선보인 3D 프린팅의 ‘마법’이 관객을 놀라게 한 게 13년 전인데, 지금은 그 마법이 우리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기술이 됐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누구나 3D 프린터로 가정에서 손쉽게 원하는 물건을 만들어내는 세상이다. 3D 프린팅 기술 덕분에 인간 장기를 만들어내는 의료 혁명은 물론이고, 영화 〈설국열차(2013, 봉준호 감독)〉에서와 같이 식량 생산 같은 미지의 영역에도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웬만한 물건은 다 만들어낼 수 있는 ‘도깨비 방망이’ 같은 3D 프린팅 기술이 범죄에 악용되는 부작용 또한 낳고 있음을 부인할 순 없다. 3D 프린터로 금속탐지기에도 걸리지 않는 권총이 만들어져 범죄에 사용되고, 그 설계도면이 온라인상에서 공유되는 등의 문제 때문에 기술에 대한 규제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3D 프린터로 지문을 복제해 범죄에 사용하는 영화적 상상력도 현실이 됐다.

영화 〈기술자들(2014, 김홍선 감독)〉은 3D 프린팅 기술이 범죄에 악용되는 사례를 구체적으로 보여줬다. 영화는 천재 금고털이범 지혁(김우빈)이 바람잡이, 해커와 함께 크게 한탕 하는 내용의 범죄 액션물이다. 영화에서 지혁은 대기업 회장실의 금고에서 훔쳐온 전 세계에서 하나 밖에 없는 조각상을 동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깨뜨린다. 그리곤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깨뜨린 원본 조각상과 똑같은 모사품을 만들어낸다. 3D 프린팅을 통해 고가의 예술품을 똑같이 복제해내는 장면은 무척 흥미진진하지만, 이런 일이 단지 영화 속에서만 일어날 것이라고 한정하기는 어렵겠단 생각 또한 교차하며, 걱정스럽다.

디지털 시대의 첨단 신기술은 언제나 그랬듯 양날의 검이 될 수밖에 없다. 악용될 위험성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인류를 더 나은 미래로 이끌어줄 발판이자 안내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위험이나 부작용보다 더 큰 혜택을 전해줄 수 있고, 그 혜택이 모두에게 고루 돌아갈 수 있다면, 첨단기술은 계속 개발되고 활용돼야 한다는 데 누가 이의를 달 수 있을까.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 각광받고 있고, 인간의 의식주 모든 면에서 가히 혁명적인 변화와 개선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되는 3D 프린팅 기술 또한 마찬가지일 터다.

2019-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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