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CINEMA

‘웨어러블 컴퓨팅’의 내일 〈엣지 오브 투모로우〉

글 _ 정현목(중앙일보 대중문화팀 기자)

 

〈엣지 오브 투모로우(2014, 더그 라이만 감독)〉는 타임루프(등장인물이 반복되는 특정 시간대에 갇히는 것)를 소재로 한 독특한 SF영화다. 일본 소설 《올 유 니드 이즈 킬(All You Need is Kill)》이 원작이다. 영화는 군 홍보담당자였던 빌 케이지(톰 크루즈)가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전투에 참가하게 되고, 우연히 얻게 된 능력 덕분에 최강 전사로 성장해 인류를 위기에서 구해낸다는 스토리다.

가까운 미래, 미믹이라는 외계종족의 침략으로 인류는 멸망 위기에 처한다. 인류는 ‘전투 수트’라는 첨단장비로 미믹의 공세에 맞서지만, 그들의 가공할 스피드와 전투력을 막아내기엔 역부족이다. 우여곡절 끝에 전투병으로 강등된 빌 케이지는 아무런 준비도 갖추지 않은 채 전투에 투입된다. 미믹의 매복 공격에 부대원들이 몰살당한 가운데, 빌 케이지는 유독 덩치가 큰 미믹이 공격해오자 폭탄을 터뜨려 함께 목숨을 잃는다. 놀라운 일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폭탄이 터지는 순간, 덩치 큰 미믹의 피를 뒤집어쓴 빌 케이지는 그 개체의 시간제어 능력을 고스란히 이어받는다. 죽으면 하루 전으로 시간이 되돌아가고, 되돌아간 시간을 기억할 수 있게 된 것. 게임을 하다 죽으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뜻밖의 능력에 어리둥절한 빌 케이지는 자살 작전이나 다름없는 전쟁터에 투입돼 죽임을 당하는 하루를 반복한다.

하지만 그는 전사와 리셋의 과정이 반복되는 지옥같은 상황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를 만들어낸다.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을 활용해 동료들을 살리고, 궁극적으로 외계종족 수장을 제거해 전쟁을 끝내겠다는 목표가 그를 변하게 만든 것이다. ‘죽어야 산다’는 각오로 맹훈련을 거듭하고 전장에서 많은 피를 흘린 끝에 그는 최강의 전사로 거듭난다. 그리고 잔다르크 같은 전쟁영웅 리타 브라타스키(에밀리 블런트)와 힘을 합쳐, 미믹의 두뇌인 오메가를 제거하기 위한 작전에 나선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이 영화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외계종족의 침략에 맞서 인류가 개발한 전투 수트다. 잠금장치를 해제하는 방법조차 모르던 빌 케이지는 가혹한 훈련 끝에 전투 수트를 자유자재로 다루게 되며, 전장의 슈퍼맨 같은 존재가 된다. 이 전투 수트는 인간의 육체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입는 ‘웨어러블(Wearable)’ 컴퓨팅 기기다. 근력 증강형 로봇이라 할 수 있는 이 기기는 신체에 밀착돼 사람이 특정 동작을 할 때 필요한 힘을 계산해낸다. 그리고 그 힘의 상당 부분을 대신 내주는 방식으로 작동하며 인간을 초인적 존재로 만들어준다. 영화에서 병사들은 전투 수트 덕분에 수송기에서 뛰어내려도 안전하게 전장에 착지하고, 전투 중 수십 미터를 날아가는 큰 충격에도 별다른 부상을 입지 않는다. 헬멧은 각종 신호와 데이터를 주고받는 작은 컴퓨터 역할을 하며, 효율적인 전투를 가능케 한다.

이같은 웨어러블 기기는 SF영화에 자주 등장한다. 〈에이리언(1979, 리들리 스콧 감독)〉에서 강인한 여주인공 리플리(시고니 위버)의 수족처럼 움직이며 포악한 여왕 에이리언을 물리치는 로봇은 당시엔 혁신적이었지만, 지금 보면 초보 단계의 웨어러블 기기로 느껴진다. 그만큼 요즘 SF영화 속 웨어러블 기기가 인류의 기술 발전 속도보다 한두 발 앞서가며 점차 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최첨단 기능이 장착된 수트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는 SF영화에서 안드로이드 로봇과 사이보그에 주인공 자리를 내줘야 했던 인간에게 자신의 위치를 되찾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기도 했다. 수트를 입기만 하면 괴력을 발휘하는 초인적인 주인공은 로봇과 사이보그에 식상해진 관객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안겨줬다. 로봇과 사이보그가 아무리 매력적이라 해도 어디까지나 인간의 결함을 보완해주는 대체재일 뿐, 관객의 감정이입 면에서 인간미 넘치면서도 초인적 능력을 지닌 주인공만 못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동작대로 움직이는 전투로봇 수트(AMP)가 등장했던 〈아바타〉를 비롯해 〈로보캅〉 〈매트릭스3〉 〈엘리시움〉 등을 거치며 등장인물의 물리적 능력치를 극대화해준 웨어러블 로봇 수트는 〈아이언맨〉 〈어벤져스〉에 이르러서는 주인공 토니 스타크를 수퍼히어로 반열에 올려놓는 전지전능한 존재가 됐다.

‘아이언맨 수트’까지는 아니어도, 〈엣지 오브 투모로우〉의 전투 수트는 영화 속 상상이 아닌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병사가 90㎏의 군장을 지고도 시속 16㎞의 속도로 산악지대를 누빌 수 있는 군사용 웨어러블 로봇이 실전 배치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언맨처럼 헬멧에 부착된 안경으로 주변 정보를 습득하고, 증강로봇 장치로 전투력이 월등히 향상된 ‘슈퍼 보병’의 탄생이 임박해진 것이다. 인공지능 · 생체공학 기술의 눈부신 발전 속도를 감안하면, 일반인들이 아이언맨 수트를 주문제작해 착용하고 다니는 미래의 상상을 마냥 허황된 얘기로만 치부할 순 없을 것 같다.

2019-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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