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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용하고 싶은 본능의 진화 ‘웨어러블 디바이스’

글 _ 공병훈(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 / 일러스트 _ 이혜헌

 

13만년 전, 공동체를 형성하고 언어를 사용하며 추상적 사고가 가능했던 네안데르탈인은 목걸이를 착용하고 다녔다. 소중한 무언가를 몸에 ‘착용하고 싶은’ 인류의 본능은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된 웨어러블 디바이스(wearable device)로 이어지고 있다.
웨어러블 컴퓨터의 기술로 처음 개발된 제품은 1989년 미 국방성이 채택했던 군복이었다. 하지만 착용하기 무겁고 투박한 형태이며 제한된 기능이라는 한계가 드러났다. 이 과제는 2010년대 스마트폰과 사물인터넷 기술이 활성화되고 웨어러블 디바이스들이 개발되면서 해결된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사물들이 무선 인터넷으로 실시간에 데이터를 주고받는 사물인터넷 기술에 기반하므로 ‘웨어러블 컴퓨터(wearable computer)’라고도 불린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시계, 안경, 의복, 밴드 등과 같이 언제 어디서나 착용할 수 있는 형태로 컴퓨팅과 인터넷 기능 수행을 위한 앱을 포함하고 있어, 인간의 능력을 보완하거나 배가시킨다. 이에 따라 다음 몇 가지 특성이 요구된다. 먼저 자연스럽고 쉽게 몸에 착용할 수 있는 ‘편의성’, 언제 어디에서나 컴퓨터와 통신 기능을 작동할 수 있으며 일상 생활과 관련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항시성’, 사람의 신체와 지적 능력을 연장시키는 동시에 장시간 착용에 따른 피로감과 위험성을 최소화하는 ‘안정성’, 사용자가 속한 사회문화적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사회성’ 등이다.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형태는 다양하다. 손목에서부터 시작된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현재 스마트 시계 · 안경 · 목걸이 · 밴드 등으로 발전했다. 종류는 크게 액세서리형과 직물의류형으로 나뉜다. 액세서리형은 어깨, 머리, 팔, 목에 착용하는 형태로 퓨얼 밴드(Fuel band), 마이코치 스마트런(Micoach smartrun) 같은 밴드나 구글 글라스 같은 안경 상품이 있다. 직물의류형은 유연한 직물 회로보드로 몸에 일체화하는 방식이다. 섬유는 전도성(Conductive)이나 기능성을 지니고 있으며, 스마트 브라, 바이오 셔츠 등이 있다.


생활을 바꾸는 똑똑한 시계, 스마트 워치

스마트 워치 기술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기술과 어떻게 결합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음성을 통해 상호작용하는 인공지능 비서 기능이 추가되어 사용자의 편리함을 극대화하는 것은 물론, 인터넷 기능과 결합해 손목에 착용하고 생활하는 스마트 워치만의 장점을 살려야 한다.
여러가지 기술적 과제가 남아있지만 현재 스마트 워치 시장에 대한 전망은 매우 긍정적이다. 2019년, 시장조사 전문기업인 가트너(Gartner)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전년보다 25.8% 증가한 2억 2500만대에 이를 것이며, 지출 규모는 42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그 중 162억 달러는 스마트 워치에 해당한다”고 내다봤다.
스마트 워치 초기 모델은 시간을 알려주는 기능에 덧붙여 알림, 메일, 메시지 기능 정도를 지니고 있었지만, 현재는 FM 라디오, 음악이나 영상 파일 재생 등 모바일 미디어 플레이어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가장 먼저 성공한 스마트 워치 사례는 페블(Pebble)이다. 페블은 2012년 크라우드펀딩인 킥스타터에서 주목받으며 투자에 성공해 일찌감치 스마트 워치 시장을 선점했다. 페블이 후속작을 내는 동안 애플, 삼성, LG, 모토로라 등도 스마트 워치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후 구글이 2014년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위한 운영체제 안드로이드 웨어(Android Wear)를 공개하면서 안드로이드 웨어 기기로 모토로라 ‘모토 360’, 삼성 ‘기어 라이브’, LG ‘G워치’가 등장했다.
애플의 스마트 워치는 기술력과 패션이 결합된 디자인 테크놀로지를 보여준다. 가장 개인적인 스마트 디바이스답게 매우 다양한 종류의 제품들이 개발되고 있으며 패션 아이템으로도 손색없는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스마트 워치로 대표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영역이 IT를 넘어 패션까지 넓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를 증명하듯 태그호이어, 불가리, 몽블랑 등 유명 시계 브랜드들이 기존 아날로그 시계 디자인을 기반으로 스마트 기능을 더한 스마트 워치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스마트 워치는 손목에 착용한다는 특징 덕분에 헬스 케어 또는 모바일 헬스라고 부르는 기능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몸의 상태를 체크하고 기록하며 체계적으로 필요한 운동량을 관리해주면서 시장을 주도해왔다. 손목 착용형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비롯한 다양한 웨어러블 헬스케어(Wearable healthcare)에 대해서는 차후에 별도로 소개하고자 한다.


웨어러블 디바이스(wearable device);
시계, 안경, 의복, 밴드 등과 같이 언제 어디서나 착용할 수 있는 형태로
컴퓨팅과 인터넷 기능 수행을 위한 앱을 포함하고 있어,
인간의 능력을 보완하거나 배가시키는 장치

  

구글의 스마트 안경, 구글 글라스

대표적인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스마트 안경을 빼놓을 수 없다. 스마트 안경은 일종의 ‘눈에 쓰고 다니는 스마트폰’이라고 할 수 있다. 스마트폰처럼 필요한 앱을 설치해 이용하며 안경알이 디스플레이 역할을 한다. 스마트 안경은 투명 스크린, HMD(Head Mounted Display), 전방 표시 장치(HUD, Head Up Display) 등의 디스플레이 장치를 안경 형태의 디바이스에 부착한 후 음성명령을 통해 시스템을 손쉽게 제어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전방 표시장치를 통해 관련 정보를 눈앞에 나타내고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디스플레이를 통해 실시간으로 필요한 정보를 사용자에게 보여준다.
스마트 안경 분야에서 가장 앞서 나가고 있는 기업은 구글이다. 구글은 ‘구글 글라스’를 시장에 선보이며 영화같은 미래를 현실로 만들었다. 사실 구글은 2015년 사생활 보호와 착용자의 안전문제 등을 이유로 구글 글라스 익스플로러 에디션 판매를 중단하고 홈페이지를 폐쇄한 바 있다. 이때 구글 글라스는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말을 남겼다. 그후 2년이 지난 2017년 7월, 구글은 공식 홈페이지를 다시 열었다. 기존 구글 글라스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글라스 엔터프라이즈 에디션(Glass Enterprise Edition)’으로 돌아온 것이다.
구글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구글 글라스는 안경다리에 탑재된 터치패드로 조작된다. 안경에 비치는 화면은 한 장씩 구성되는데 카드처럼 한 장씩 넘겨보라는 뜻을 담아 ‘타임라인 카드’라고 부른다. 구글 글라스의 핵심 인터페이스는 버튼, 터치패드, 그리고 음성 명령을 이용하거나 눈을 깜박여 활성화할 수 있는 카메라다. 구글 글라스는 사람의 말로 작동하는데, 대기 상태에 있는 안경을 깨우는 마법의 한마디는 “오케이 글라스(OK, Glass)”이다. 눈 깜박임을 감지해 사진을 촬영하고, 블루투스로 촬영한 이미지를 모바일 기기에 바로 업로드할 수 있다.
최근 시장에 등장한 글라스 엔터프라이즈 에디션은 오랜 시간 착용해도 부담스럽지 않도록 무게를 줄였고, 착용하는 사람의 시력에 맞는 렌즈로 교환할 수 있으며 안경처럼 접을 수도 있다. 글라스를 통해 정보를 보여주는 화면의 크기는 커졌고, 카메라도 800만 화소로 성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배터리 용량은 더 늘었고, 와이파이도 지원된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 녹화 중일 때는 자동으로 녹색등이 켜진다.
더 나아가 구글은 산업 현장에 맞는 구글 글라스 앱을 개발해 산업과 실무 현장에서의 활용도를 높였다. 항공기 및 우주공학 기업 보잉(The Boeing Company)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기존에는 항공기 전선 연결 작업에 엄청난 양의 서류 작성과 교환이 요구됐다. 반면, 구글 글라스를 쓴 항공기 조립 엔지니어들은 실제 제조 공정을 진행하면서 음성 기능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불러들이고 교환함으로써, 업무의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게 됐다.

2019-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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