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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속에 숨겨진 비밀, 손실회피심리

고객들은 무언가를 구매할 때 비교의 과정을 거칩니다. 손해 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죠. 한데 공짜 물건이 등장하면 이성적 사고를 하기보다 공짜라는 ‘사실’ 자체에 집중합니다. 경제학자 댄 애리얼은 그의 저서에서 ‘값쌈’과 ‘공짜’ 사이의 간극은 ‘값비쌈’과 ‘값쌈’ 사이 간극보다 훨씬 크다고 주장합니다. 공짜는 손해 볼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파격 할인’보다 가치 있는 공짜, 손실회피심리에 대해 알아봅시다.
글 _ 신호진 (책 《끌리는 아이디어의 비밀》의 저자)

한 실험에서 고급 초콜릿은 기존 가격의 절반인 500원, 일반 초콜릿은 100원에 팔았더니 73%의 소비자가 고급 초콜릿을 선택했습니다. 반면 두 초콜릿 가격을 각각 400원과 0원으로 바꿔서 팔았더니 소비자의 69%가 일반 초콜릿을 골랐습니다. 두 가지 경우 모두 가격 차이는 400원으로 동일했음에도 다른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사람들은 손해 볼 일이 없는 공짜를 선택한 것이죠. 이처럼, 이득여부와 상관없이 손실을 극도로 꺼리는 심리를 ‘손실회피심리’라고 합니다.


손실에 대한 두려움을 낮추자

2018년 7월, 미국 이커머스 회사 ‘아마존’은 90달러 이상 구매할 경우 한국까지 무료로 배송해주는 파격적인 마케팅을 시행합니다. 기존에는 90달러의 의자를 구매하면 배송비로만 200달러를 추가 지불해야 했었습니다. 왜 아마존은 손해처럼 보이는 글로벌 무료 배송 서비스를 하는 것일까요?
 


 

아마존이 무료 배송을 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무료 배송으로 광고보다 더 많은 이익을 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무렵 아마존은 지면과 TV 등 광고를 중단하고 그 비용을 무료 배송에 투입했습니다. 배송비가 전면 폐지되자 노트북, TV 등 고가의 전자기기뿐만 아니라 가구, 금고, 카약까지 주문하는 구매자들이 나타났고, 무료 배송 주문의 평균 금액은 기존 유료 배송 주문보다 41%나 높았죠. 아마존은 고가의 제품을 많이 팔아 기존보다 더 많은 이익을 취할 수 있었습니다.
 


 

 

이뿐만일까요? 아마존은 빅데이터로 물류 흐름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무료 배송 서비스를 시행하면서 배송이 늘어나자 각 나라의 선호 상품이나 고객 데이터 등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할 수 있었습니다. 무료 배송은 아마존과 고객 모두에게 이득인 셈입니다.


손실회피심리에 경험을 더하다

손실회피심리는 고객에게 즐거운 브랜드 경험을 주는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사람들의 손실회피심리를 활용해 공짜를 실제보다 더 가치 있게 만든 브랜드들이 있습니다.

1. 10파운드가 주는 재미 ‘비글 스트릿’

영국의 보험회사 ‘비글 스트릿(Beagle Street)’은 디지털 시대에 맞춰 보험 중개인이 필요 없는 온라인 생명보험 상품을 선보였습니다. 그 덕에 인건비를 크게 줄일 수 있었고, 이 예산으로 사람들에게 ‘재미있는 경험’을 선물하기로 했습니다.



 

비글 스트릿은 자사의 이름을 연상시키는 귀여운 비글 모양의 10파운드 지폐들을 런던 시내 곳곳 숨겨두었습니다. 시민들은 지폐를 발견하거나 찾으면서 추억을 남길 수 있었죠. 특히 SNS에서 비글 지폐 찾기가 인기를 끌며 비글 스트릿의 인지도도 높아졌습니다. 평범한 10파운드에 재미있는 경험을 더해 그 이상의 가치로 만든 사례입니다.

 
 

2. 아픔까지 즐겁게 만들다 '앵커'
뉴질랜드의 우유 브랜드 ‘앵커(Anchor)’는 손실회피심리를 활용해 ‘고 스트롱(Go Strong)’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뉴질랜드 보건부에 따르면 매년 1만 명의 아이들이 팔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한다고 합니다. 앵커는 이 수치를 바탕으로 사고를 당한 아이에게 무료 우유를 선물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그 방법이 참 흥미롭습니다. 사고를 당한 아이가 엑스레이 사진을 이벤트 사이트에 업로드하면 24시간 이내에 ‘앵커 패키지’가 집으로 배송됩니다.



이 패키지에는 쾌유를 비는 편지와 맞춤형 엑스레이 스티커가 들어 있습니다. 앵커는 아이들에게 깁스에 직접 부착할 수 있는 엑스레이 스티커로 재미를 줄 뿐만 아니라, 제휴 슈퍼마켓에서 스티커의 바코드를 찍으면 아이들이 앵커의 칼슘강화 우유를 무료로 제공받을 수 있게 했습니다. 그 결과, 7백여 명 이상의 아이들이 캠페인에 참여했으며 뉴질랜드의 국민들에게 ‘앵커’를 완벽하게 각인시켰죠.

 


3. 초콜릿처럼 달콤한 선행 '안톤 베르그'
덴마크의 초콜릿 브랜드 ‘안톤 베르그’는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소비자에게 따뜻한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안톤 베르그가 오픈한 팝업스토어에는 초콜릿의 가격표 대신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할 수 있는 선행과 관련된 메시지가 붙어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사랑하는 사람이 운전할 때 좋은 말만 하겠다’ ‘남편 또는 아내의 일을 도와주겠다’ 등 쉽지만 잘 실천하지 못 하는 일이었죠. 초콜릿을 구매하고 싶은 고객들은 스토어에 설치된 패드를 통해 SNS에 접속, 선행 약속을 실행할 대상자의 SNS에 약속을 지키겠다고 포스팅하면 됩니다.


해당 이벤트의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고객들은 이벤트가 끝난 후에도 선행하는 사진들을 SNS에 공개했습니다. 따뜻한 행동이 제품의 가격이 된다는 발상을 한 안톤 베르그는 브랜드 이미지 제고뿐만 아니라 잠재고객까지 발굴한 훌륭한 사례입니다.


 



소비를 장려하기 위해 내놓은 할인은 오히려 소비자들이 비교하고 고민하게 만듭니다. 소비자가 두 번 생각하지 않도록 공짜를 활용해 보는 건 어떨까요? ‘공짜 좋아하면 대머리 된다’는 말은 이젠 통하지 않습니다. 공짜의 미학에 주목해 봅시다.

2021-09-01

신호진: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광고 디자인을 전공했다. 현재 L기업에서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으며 세계 3개 디자인 공모전IF Design Award, Red dot Award에서 다수의 수상 경력을 가지고 있다. 저서로는 《끌리는 아이디어의 비밀》 《디자인씽킹 for 아이디어노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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