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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를 높이는 특별한 관계 맺기 스토리두잉

하버드대학교 심리학 교수 ‘스티븐 핑커’는 사람들이 정보를 습득하고 관계를 맺는 데 있어서, ‘이야기’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합니다. 이야기를 담아내면 정보를 그대로 전달하는 것보다 설득력을 얻어서 더 효율적으로 소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업들은 스토리텔링을 소비자들과 관계를 맺는 중요한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했죠. 한데 요즘은 스토리‘텔링(Telling)’을 넘어서, ‘두잉(Doing)’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글 _ 신호진 (책 《끌리는 아이디어의 비밀》의 저자)

지금까지 기업과 브랜드들은 그들의 핵심 가치를 입힌 스토리를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 왔습니다. 하지만 ‘재능 기부’ ‘자연 보호’ 등 비슷한 이야기들이 범람하자 사람들은 지루해했고, 기업의 메시지는 점차 설득력을 잃어갔죠. 바로 이때 이야기를 일방향으로 전달하던 스토리텔링에 신뢰와 진정성을 부여한 스토리두잉이 등장했습니다.

스토리두잉은 기업과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실행에 옮기는 과정에서 소비자를 직접 참여시켜 호감도를 올리는 방법입니다. 스토리두잉을 실천하는 기업들은 말하는 것(Telling)에서 그치지 않고 실행(Doing)하면서 살아있는 이야기를 만듭니다. 한 마케팅 회사가 스토리텔링과 스토리두잉의 마케팅 실적을 비교했더니 스토리텔링 기업의 영업이익 증가율은 6.1%에 그친 데 비해, 스토리두잉 기업은 10.4%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말’보다 ‘행동’으로 전하는 것이 얼마나 효과적일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알아봅시다.

스토리텔링보다 강력한 스토리두잉

여러분은 으스스한 밤에 나타나 흡혈하는 ‘드라큘라’를 알고 있나요? 드라큘라는 잔인한 방식으로 전쟁포로를 처형한 루마니아의 옛 영주 ‘블라드 드라큘’에서 영감을 받은 소설가 ‘브람 스토커’에 의해 탄생했습니다. 블라드 드라큘에 스토리텔링을 입혀 드라큘라가 탄생했다면, 드라큘이 살았던 브란성에 스토리두잉을 더한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숙박 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인데요.

 

핼러윈 데이 날 밤에 드라큘라가 머물던 성에서 붉은 벨벳으로 치장된 관에 들어가 잠을 잔다면 어떨까요? 에어비앤비는 드라큘라 스토리를 고객들이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바로 브란성을 하룻밤 숙소로 제공하는 이벤트를 기획한 겁니다.


 

 

브란성에는 드라큘이 사용했다고 전해지는 고문 도구를 전시했고, 숙박객을 위한 저녁 식사로는 소설 《드라큘라》에 나오는 요리를 똑같이 재현해 대접했습니다. 또한, 작가 브람 스토커의 손자가 직접 호스트로 참여해 드라큘라의 역사에 대해 알려주고, 성안 곳곳을 안내해 주었죠. 8만 8천여 명이 지원한 해당 이벤트를 통해 에어비앤비는 막대한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살아있는 스토리를 만들다

에너지드링크 회사 ‘레드불’은 스토리두잉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브랜드입니다. 일반적인 마케팅보다는 다양한 스포츠를 후원함으로써 에너지드링크의 활동적인 이미지를 부각합니다. F1레이싱팀을 운영하거나 다양한 종목의 익스트림 스포츠 선수를 후원하기도 하죠. 소비자들은 스포츠 선수가 도전하고 성공하는 과정을 보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도전합니다. 이는 레드불이 기획한 일련의 스토리두잉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예시로 레드불은 우주 다이빙 프로젝트 ‘레드불 스트라토스’를 진행했습니다. 성층권(Stratosphere)의 약자를 접목한 해당 프로젝트는 ‘역사상 가장 높은 곳에서 뛰어내린 인간’을 만들기 위해 기획됐습니다. 370여 명의 각 분야 전문가가 약 5년이라는 긴 기간을 준비해, 2012년 10월 14일 생중계를 진행했습니다.

  


대망의 생중계 당일, 이번 프로젝트의 대상자로 선정된 세계적인 익스트림 스포츠 선수 ‘펠릭스 바움가르트너’가 첨단 우주복을 입고 성층권에서 지상으로 몸을 던졌습니다. 비행기보다 빠른 속도로 낙하한 이 우주다이빙은 수많은 기록을 남겼습니다. 인간 역사상 가장 높은 곳에서 시도한 스카이다이빙이자, 맨몸으로 음속을 돌파한 최초의 인간이 탄생한 것입니다. 위험천만한 우주 다이빙 장면이 유튜브로 생중계되면서 전 세계 소비자와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이 행사로만 레드불은 21만 6천 개의 페이스북 ‘좋아요’와 1천 700억 원이 넘는 홍보 효과를 창출했습니다.



레드불은 하늘의 F1경기라 불리는 ‘레드불 에어 레이스’를 개최하기도 합니다. 비행기를 타고 20m 높이의 장애물을 정확한 순서와 운전 솜씨로 통과해야 하는데 매년 수십만 명의 팬들이 몰려 대회가 열리는 도시 일대가 축제를 방불케 합니다. 이처럼 레드불은 다양한 익스트림 이벤트, 스포츠 행사를 기획하면서 그들이 가진 브랜드 이미지를 계속 살아 숨 쉬게 하고, 소비자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고 있습니다.


당신의 근심 · 걱정까지 지워드립니다

루마니아에는 온 동네 벽마다 그래피티가 그려져 있어 주민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외관상 지저분해 보이는 것을 넘어 인종차별적 발언이나 욕 등이 쓰이다 보니, 아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입니다. 이때 다국적 생활용품 브랜드 ‘유니레버’가 자사의 청소 제품 브랜드 ‘Cif’를 이용해 ‘Cif cleans Romania’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Cif가 루마니아를 깨끗하게 만듭니다. 당신의 근심 · 걱정까지 지워드립니다.”



‘Cif cleans Romania’ 프로젝트는 사람들이 스마트폰 앱으로 공격적인 말과 욕설이 적힌 장소를 촬영해 올리면 실제로 유니레버가 Cif 세제를 이용해 그래피티를 말끔하게 지워주는 프로젝트입니다. 사람들은 많은 관심을 보이며 자발적으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프로젝트 기간 동안 총 25만 명이 웹사이트를 방문했고, Cif 앱은 스마트폰 앱 다운로드 순위에서 ‘카테고리 1위’를 차지할 정도였죠. 이 프로젝트를 통해 총 385곳의 낙서가 깨끗하게 지워졌고 유니레버의 세제는 ‘걱정을 지워주는 세제’로 호감을 사게 되었습니다. 이는 지역 사회를 위해 꼭 필요한 활동과 세제의 제품성을 연결한 훌륭한 스토리두잉의 사례입니다.
 



스토리텔링이 ‘과거’의 이야기를 전한다면, 스토리두잉은 소비자가 직접 참여함으로써 ‘지금’의 이야기가 되도록 만듭니다. 스토리를 입힐 수 있는 좋은 소재를 발굴했다면, 스토리두잉을 통해 소비자가 그것을 가치 있게 기억하고 경험을 지속적으로 나눌 수 있게 만들어 봅시다. 크든 작든 실행에 옮긴 이야기들은 소비자들에게 증명되고, 진정성을 얻기 때문입니다. 스토리두잉이 더해진 이야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선명하게 살아 숨 쉴 것입니다.

2021-08-01

신호진: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광고 디자인을 전공했다. 현재 L기업에서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으며 세계 3개 디자인 공모전IF Design Award, Red dot Award에서 다수의 수상 경력을 가지고 있다. 저서로는 《끌리는 아이디어의 비밀》 《디자인씽킹 for 아이디어노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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