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EA KIT

참신함과 진부함 사이 "아이디어에 공감을 더하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서는 수많은 개념들을 다양하게 연결해봐야 합니다. 특히, 관련성이 적은 개념들을 연결할수록 번쩍이는 아이디어가 등장하죠. 예를 들어, ‘커피’를 떠올리면 바로 생각나는 건 ‘쓴맛’이지만, ‘로봇’은 아닙니다. ‘로봇 카페’와 같은 아이디어는 낯선 개념인 ‘커피’와 ‘로봇’을 연결해 볼 때 등장합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공감’입니다. 공감 없이 낯설기만 한 아이디어는 빛을 보지 못합니다.
글 _ 신호진 (책 《끌리는 아이디어의 비밀》의 저자)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

일본 도쿄에 작은 식당이 있습니다. 메뉴의 종류는 단 세 가지. 하지만 주문한 음식은 옆 테이블과 바뀌어 나오기도 하고, 제때 음식이 나오는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실수가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가게 이름조차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입니다. 하지만 불평하는 손님은 한 명도 없습니다. 이 이상한 음식점에 바로 ‘공감’의 비밀이 숨어 있습니다.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의 사장인 ‘오구니 시로’는 원래 유명 방송국의 PD였습니다. 그는 우연한 기회에 ‘와다 유키오’의 간병 시설로 취재를 나갔습니다. 와다 유키오는 ‘치매 환자 간병 업계의 이단아’라고 불립니다. 그는 ‘마지막까지 나답게 살아가는 모습을 잃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며, 이에 바탕을 둔 간병 활동을 실천합니다. 치매 환자들이 청소, 세탁 등의 간단한 일들은 스스로 하게끔 돕고, 시설에 손님이 방문하면 직접 요리를 만들어 대접하게 합니다. 취재를 나갔던 오구니 시로도 치매 환자들에게 햄버그스테이크를 대접받을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몇 분 뒤에 등장한 건 햄버그스테이크가 아닌 만두였습니다. 엉뚱한 음식을 내어주며 환히 웃는 어르신을 보자, ‘주문과 다른 음식을 먹는다고 해서 크게 잘못될 것도 없지 않은가’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주문이 틀렸음을 알리게 된다면 그들이 받을 상처를 먼저 떠올렸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그는 마지막까지 본래의 모습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모습에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 경험은 5년 뒤 치매 노인들이 일하는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을 여는 계기가 됩니다.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지만 서로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가득한 가게죠. 이 가게의 종업원이자, 치매를 앓고 있는 어르신들은 주문을 받아놓고 “내가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지?”라고 되묻기도 합니다. 종종 서빙 중 테이블에 앉아 자신의 옛날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고요. 전체 주문의 60%는 엉망이지만, 이곳을 방문한 손님 중 90%는 다시 오고 싶다고 말합니다. 이 식당은 수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었으며 일본 내 각종 방송은 물론 한국 · 미국 · 영국 · 독일 등 전 세계 20여 개국에서 취재요청을 받습니다.





사람들이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이 식당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치매환자에 대한 ‘공감’ 때문일 겁니다. 우리의 젊음 뒤에는 ‘나이 듦’이 분명히 찾아옵니다. 원하든 원치 않든 노인인구 비율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고, 우린 치매환자들과 함께 살아가야 합니다.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은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실수를 미소로 넘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로부터 시작됨을 알려줬습니다. 밥 한 끼 틀린 메뉴를 받았다고 해서 큰 문제가 생길까요? 우리는 이 가게에서 실수를 의외의 상황으로 너그러이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와 공감을 배운 겁니다.
 

 


낯섦과 의외성 사이의 공감
얼마 전 중국 상하이에서도 낯선 가게가 인기를 끌었습니다. ‘울면서 만든 차’라는 의미의 ‘상차카페’입니다. 이름만큼이나 콘셉트도 특이합니다. ‘한잔의 여유’가 아닌 ‘한잔의 부정적 에너지’를 전달한다고 홍보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차카페는 중국 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수많은 미디어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먼저 상차카페는 편안하고 안락한 기존 카페의 이미지를 완전히 버렸습니다. 카페의 캐릭터는 “이 차는 내가 울면서 만들어서 맛이 조금 짤지도 몰라. 그래도 내일 또 와 줄 거지?”라고 무기력하게 말합니다. 메뉴는 점입가경입니다. ‘야근은 끝이 없고, 임금 인상은 희망이 없다 녹차’ ‘전 남자친구가 나보다 잘 지낸다 홍차’ ‘성형할 돈 없는 밀크쉐이크’ 등 주문만 해도 우울해질 것 같은 음료로 가득합니다.






상차카페는 중국의 '상'문화를 반영했습니다. 중국어로 ‘상’이란 글자는 ‘상실하다’ ‘좌절하다’ ‘의욕이 꺾이다’ 등의 의미를 가집니다. 각박한 사회에서 치열한 경쟁으로 내몰리고, 꿈을 잊은 채 삶을 살아가는 대다수 젊은이의 자조적인 정서가 밖으로 표출된 것이 상문화입니다. 결국, 상문화는 일종의 상실이나 좌절의 문화인 셈이죠. 한국의 ‘헬조선’처럼, 중국의 상문화는 90년대에 태어난 젊은이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는 상황에 대한 상실감과 좌절감을 대변하는 말이 되었습니다. 

상차카페는 그런 상문화를 카페에 적용해 의외성을 부여하고, 젊은이들의 공감을 이끌었습니다. 상차카페의 고객들은 카페에서 우울함을 사는 것이 아니라, 카페가 주는 자조적인 재미에 열광했죠. 이 카페가 자신들의 마음을 대변한다고 느낀 겁니다. 중국의 대중문화 평론가 ‘정위리’는 “고단한 삶에 지친 젊은이들이 상문화를 통해 온화한 방법으로 세상에 항의를 표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상차카페의 인기요인 또한 같은 맥락에서, 희망을 우울로 변환하는 낯섦과 의외성 사이를 공감으로 메운 것에서 비롯됩니다. 상의 심리상태를 완전하게 드러낸 상차카페는 젊은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장소가 된 것이죠.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 ‘상차카페’ 이 두 가게의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요? 바로 ‘낯섦’과 ‘공감’입니다. 특이한 콘셉트를 가진 상품이나 서비스는 먼저 의외성으로 소비자들의 주목을 끕니다. 인간은 새롭거나 독특할수록 주목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꾸준한 관심을 이끄는 것은 공감입니다. 공감이 없는 콘셉트는 금세 진부해져 소비자들에게 잊히게 되죠.

여러분은 고객의 마음 속 잠재된 니즈를 찾았나요? 색다른 메타포를 발견했나요? 특이한 소재와 아이디어를 연결시키고 싶나요? 그렇다면 소비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지 한번 더 고려해봅시다. 진부함이 참신함이 되는 지점은 공감을 형성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있습니다.

 

2021-06-01

신호진: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광고 디자인을 전공했다. 현재 L기업에서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으며 세계 3개 디자인 공모전IF Design Award, Red dot Award에서 다수의 수상 경력을 가지고 있다. 저서로는 《끌리는 아이디어의 비밀》 《디자인씽킹 for 아이디어노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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