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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필요한 진짜 ‘전문가’를 찾아라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전문가들이 있지만 그 어떤 전문가도 늘 정확하고, 옳은 판단을 내릴 순 없다. 결국 그들도 인간이기에 100% 완벽할 순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의 말을 맹목적으로 수긍하는 소비자들이 있다. 우리는 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글 _ 정인호 대표(GGL리더십그룹)

 



 

요즘의 대중들은 자신의 생각에 대해 뚜렷한 근거와 자신감을 가진다. 어디에서나 손쉽게 다양한 정보를 찾을 수 있고, 이를 토대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대중들도 자신의 생각을 내려놓고 ‘경청’하는 대상이 있으니, 바로 ‘전문가’이다. 이들은 의사, 과학자, 교수, 변호사, 경영 컨설턴트 등의 직업을 갖고 있으며,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펼친다. 대중들은 그들의 말에 큰 깨우침을 얻거나, 때론 안도감과 마음의 위안을 얻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코로나 속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났다. 코로나가 세계인의 생명을 앗아가는 상황에 이르자 사람들은 의료 전문가의 손과 입에 촉각을 세웠다. 의료뿐만 아니라 통계 등 여타 과학 분야 전문가에게도 마찬가지로 주목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문가들이 내세우는 각종 대응책에 발맞춰 움직였다. 강력한 자기주장을 펼치던 오늘날의 대중들에게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대중들은 전문가들이 쏟아내는 이론, 규칙, 원칙, 실험결과를 정답으로 여기며 그들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마치 그들은 정답을 알고 있다는 듯이 말이다. 이러한 현상을 ‘권위자 편향(Authority Bias)’이라고 한다.


권위자 편향의 위험성

몇 년 전, 독일의 뇌과학자들이 한 실험을 진행했다. 20~30세 사이의 성인남녀 29명을 대상으로, 부동산과 관련된 상황을 제시하고, 그 속에서 어떤 판단을 내릴 것인지 묻는 실험이었다. 과학자들은 이들이 판단을 고민하는 동안 전문가의 의견을 들려줬고, 그 순간의 두뇌 상태를 분석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전문가의 주장이 들리는 순간, 피실험자들의 두뇌 중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부위는 거의 꺼 놓은 것처럼 활동을 멈췄다. 그리고 모든 참가자가 자신의 첫 주장과 상관없이 전문가의 주장을 따랐다.
이러한 인간의 ‘권위자 편향’은 마케팅 전략에서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가장 손쉽게 볼 수 있는 경우가 ‘인터넷 쇼핑몰’ 혹은 ‘홈쇼핑’이다. TV 속 의학전문가의 “반드시 챙겨드셔야 합니다”란 한마디에, 전혀 관심 없던 영양제를 구매하는 것이 그 예시이다. 
위 실험 결과처럼 전문가의 말을 들으면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기’를 멈추게 된다. 이는 ‘전문가의 말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의심조차 하지 않는 무서운 일이다. 전문가도 결국은 사람이기에, 언제나 100%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것이 아니다. 의사의 오진으로 환자가 사망하고, 회계사의 실수로 세금을 추가 납부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는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똑같이 나타났다. 사람들은 전문가의 말에 맞춰 일사분란하게 움직였지만, 종종 최악의 결과를 낳기도 했다. 일본의 가나가와현 소재 아쓰시립병원에서는 20대 남성과 60대 여성 환자가 코로나 양성반응을 보였으나, 담당의사의 실수로 2명 모두에게 ‘음성’을 통보했다. 뿐만 아니라 1901년 이후로 노벨상 생리의학 · 물리 · 화학 분야 수상자만 87명에 달하는 영국에서도 코로나 관련 오진이 전체의 20%에 달했다.
영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는 “사실이 바뀌면 나는 마음을 바꾸겠다”라는 격언을 남겼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자신의 방식을 굽히지 않는다. 자신의 주장을 수정 · 보완하기보다는, 그 주장에 대한 근거를 취사 · 선별하기 바쁘다. ‘권위자 편향’이 위험한 이유이다.

전문가에 맞서는 법
그렇다면 우리는 정보의 소비자로서, 대체 누굴 믿고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누구를 믿고 합리적인 소비를 해야할까? 가장 현명한 방법은 우리 스스로가 정보를 취사 · 선별하며, 답을 찾는 것이다. 대중들이 스스로 전문가가 되어 문제를 해결했던 사례가 있다. 1980년대, 남성 동성애자와 마약 중독자들 사이에서 에이즈가 활개를 치기 시작했다. 체계적인 의학 교육을 받은 적도 없었던 미국의 에이즈 환자들은 마땅한 대응법이나 해결책이 존재하지 않았던 상황 속에서, 직접 전문가가 되는 방법을 선택했다. 대표적으론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에이즈 운동가 ‘브렌다 레인’을 꼽을 수 있다. 그는 에이즈 관련 전문 용어를 이해하기 위해 수많은 책과 자료를 면밀히 검토하며 기정사실처럼 여겨지던 전문가의 주장에 반박하고, 새로운 정보를 공유했다. 또한 자신의 주장에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재빠르게 이를 수용하고 다시 전달했다. ‘주장’이 아닌 ‘올바른 정보 전달’에 앞장선 것이다. 그 덕에 사람들은 에이즈에 대해 올바른 정보를 알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더 큰 확산을 막을 수 있게 됐다.
그렇다고 모든 전문가를 배척해야하는 건 아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우리의 주변에는 올바른 판단을 도와주는 전문가도 많다. 그래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전문가를 선택하는가’이다. 당신이 분석한 기준에 부합하다는 이유로, 당신이 듣고 싶어 하는 내용과 일치한다는 이유로 전문가를 선택하지 말자. 당신의 견해와 일치하는 주장을 펼쳐야 옳은 전문가가 아니다. 언제든 객관적으로 정보를 바라보고 수용하고 판단해야 한다. ‘현명한 의사결정자’는 답을 내려놓고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이 아닌, 자신과 다른 견해도 수용할 줄 아는 사람을 말한다.
이제 이를 소비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자. 당신의 소비에 영향을 미치는 ‘전문가’는 누구인가. TV 속 전문가의 한마디에 필요하지도 않은 것들을 구입하고 있지는 않은가. 나를 위한 제품과 서비스는 내 자신이 가장 잘 안다. 나에게 최적의 상품을 구입하되, 그 기능과 우수성에 대한 검증 차원에서 전문가의 견해를 참고해보자. 전문가가 추천하는 상품도 ‘진정으로 나에게 필요한 것인지’ 다시 한번 면밀하게 검토하자. 합리적인 소비는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2021-06-01

정인호: 행동심리와 리더십, 협상 분야의 독보적인 콘텐츠 크리에이터이자 전문 작가이다. 저서로는 《가까운 날들의 사회학》 《갑을 이기는 을의 협상법》 《당신도 몰랐던 행동심리학》 《HRD 컨설팅 인사이트》 《코로나에 숨은 행돔심리-언택트 심리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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