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EA KIT

생각을 디자인하다 디자인씽킹

경제학자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는 현대 사회의 특성으로 불확실성을 꼽았습니다. 각종 기술의 발달로 경쟁의 속도와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고객은 물론, 기업들도 새로움을 필요로 하는 불확실성의 시대. 우린 ‘디자인씽킹(Design Thinking)’에 주목해야 합니다.
글 _ 신호진 (책 《끌리는 아이디어의 비밀》의 저자)

 



문제해결사 디자인씽킹

혹시 주력제품의 매출이 떨어졌나요? 새로운 고객을 위한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나요? 아마도 거의 모든 기업들이 갖고 있는 고민일 겁니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제품의 성능을 향상시키거나 설문조사를 통해 고객의 목소리를 듣는 게 일반적인 방법이죠. 하지만 미국의 은행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새로운 접근을 시도했습니다. 바로 고객의 습관을 연구하기로 한 것인데요. 이들은 고객이 제품을 구매한 뒤, ‘잔돈은 가지세요’나 ‘의지가 부족해서 저축이 잘 안 되네요’라고 대답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이 두 가지 대답을 새로운 상품에 적용했습니다.

그리하여 탄생한 상품이 바로 ‘잔돈은 넣어두세요’입니다. 이는 카드로 물건을 구매할 때 제품의 가격을 반올림해 결제하고, 자동으로 잔돈을 저축해주는 상품입니다. 예를 들어 3800원짜리 물건을 구매하면 4000원을 결제하고 나머지 200원을 고객의 통장으로 입금하는 거죠. 이 서비스는 시행 첫해에만 250만 명의 신규 고객을 유치했으며, 31억 달러의 예금액을 기록했습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고객의 경험을 관찰함으로써 효과적이고 지속적인 서비스를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가 시도한 문제해결 방식을 ‘디자인씽킹’이라고 부릅니다. 디자인씽킹은 디자이너들의 문제 풀이 방식을 활용한 아이디어 발상법입니다. 고객의 니즈와 관심사를 시시각각 반영해야 하는 디자이너처럼, 고객의 상황에 공감하면서, 여러 가지 창의적인 대안을 도출하는 것이죠. 미국 디자인 혁신 기업 아이데오(IDEO)의 CEO ‘팀브라운’은 디자인씽킹의 개념을 이렇게 말했습니다.



디자인씽킹의 특징
디자인씽킹이 기존 문제 해결 방법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요? 첫 번째는 ‘공감’입니다. 공감 단계에서 직접 경험하고, 관찰하고, 깊은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제대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프로토타입’입니다. 프로토타입이란 상품화에 앞서 성능을 검증 · 개선하기 위해 간단히 제작한 시제품을 말합니다. 프로토타입을 제작함으로써 아이디어에 형태를 부여하고, 현장에 적용해 고객 니즈에 부합하는지 판단해 볼 수 있습니다. 이로써 고객과 시장의 요구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죠.
세계적인 제조업체 3M의 수석디자이너 ‘마우로 포치니’는 지난 2012년, 음료 브랜드 펩시로이직하며 디자인씽킹을 도입했습니다. 그가 합류한 후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좋은 아이디어들이 명확한 실체가 없다는 이유로 경영진에 의해 거절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프로토타입을 제안했습니다. 


실제로 펩시만의 이모지를 만드는 ‘Pepsimoji 프로젝트’는 먼저 프로토타입을 제작함으로써 경영진의 반대를 설득하여 성공적인 결과를 냈습니다. 단순히 기획안만으로 좋고 나쁨을 논했다면 실현을 장담할 수 없는 아이디어였습니다.

디자인씽킹의 5단계
디자인씽킹은 디자이너들만 담당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 원칙을 이해하면 누구나 충분히 발휘할 수 있습니다. 디자인씽킹 프로세스의 5단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공감-Empathize
관찰과 경험을 통해 고객의 상황을 깊이 느껴보는 단계입니다. 이 과정이 중요한 이유는 설문조사나 단순한 인터뷰로 알기 힘든 고객의 습관과 주변 환경을 살펴봄으로써 인사이트를 끌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생명보험회사 ‘매스뮤추얼’은 어떻게 하면, 40대 이하 청장년층 고객을 확보할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이들은 먼저 몇 년에 걸쳐 고객을 관찰했고, 청장년층 고객의 대부분이 대출금에 허덕이며 재무적 지식 또한 거의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가 비단 청장년층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세대에서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임을 알게 됐죠. 이에 매스뮤추얼은 ‘Society of Grownups’ 프로젝트를 통해 모든 어른들을 위한 재무 교육을 시작했습니다. 재무설계도구를 제공하는 디지털 플랫폼, 강연, 오프라인 모임 등을 통해 고객의 고민을 해결해주고, 기업 신뢰도를 높였습니다. 결과적으론 고객 충성도가 높아지고 신규 고객 유입이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창출할 수 있었죠.



해당 프로젝트는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고객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본 대표적 사례입니다. 공감 단계에서는 고객을 관찰하고 인터뷰할 뿐만 아니라 필요하다면 직접 체험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철저하게 사용자의 관점에서 상황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임을 잊지 마세요.


2) 문제 정의-Define
‘문제 정의’ 단계에선 ‘이 문제를 해결하면 효과가 있을 것인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인가?’ ‘내가 해결하고 싶은 영감이나 자극을 주는 문제인가?’ 등의 체크리스트를 통해 문제를 정의 내려 봅니다. 공감 단계에서 얻어낸 인사이트를 해석하고 구체화하는 단계입니다.

3) 아이디어 찾기-Ideate
세 번째 단계인 ‘아이디어 찾기’에서는 앞서 정의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해결책을 내봅시다. 세계적인 명작을 남긴 화가들은 대부분 다작을 했습니다. 한데 아무리 천재 화가일지라도, 모든 작품이 다 명작인 것은 아닙니다. 수많은 작품 중엔 믿기 힘들 정도로 형편없는 작품도 있었죠. 그 중에 몇가지 그림이 작품성을 인정 받은 겁니다.
이렇듯 아이디어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내기 위한 다양한 표현과 자료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마인드맵, 브레인스토밍 등 여러 가지 확산적 사고법이 필요한 순간입니다. IDEO의 창업자 ‘데이비드 켈리’는 “위대한 생각을 하고 싶으면 먼저 많은 아이디어를 내세요”라고 말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면서 최대한 많은 아이디어를 끌어내 봅시다.

4) 프로토타입-Prototype
이제 그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어 볼 차례입니다. 실패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최대한 간단히, 가지고 있는 재료를 활용하여 만들어 봅시다.


미국 유통 기업 ‘타깃’의 ‘클리어RX 약병’은 성공적인 프로토타입의 대표적 예시입니다. 이 약병은 디자이너 ‘데보라 애들러’가 제작했습니다. 그는 눈이 안 좋은 할머니가 약을 잘못 먹는 것을 통해, 원통형 약통에 인쇄된 글씨가 작아 읽기 불편하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평면 형태의 약통을 개발했죠. 뚜껑에는 구분하기 쉽게 다양한 색깔의 고리도 끼울 수 있게 했습니다. 타깃은 이 프로토타입을 보고 여러 번의 테스트를 거쳐 약병을 완성했고 고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

5) 테스트-Test
프로토타입을 만든 다음, 실제로 사용할 고객들을 만나 피드백을 받습니다. 그 과정에서 어떤 부분이 의도한 대로 진행되지 않았는지를 살펴봅니다. 문제가 발견되면 다시 전 단계로 돌아가 빠르게 수정합니다.



아이디어의 생명력은 어디에서 시작될까요? 아이디어가 살아있는 순간은 비로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때가 아닐까요? 디자인씽킹의 장점은 사용자 관점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빠르게 대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장점을 활용해서, 깊은 공감을 바탕으로 주변의 문제들을 빠르고 정교하게 해결해 나가 봅시다. 여러분이 관찰과 공감으로 발견해 낸 아이디어가 창조적인 고객 경험을 이끌 것입니다
.

2021-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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