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LES NOW

소비자는 어디로 갔을까?

유례없는 전 세계적 팬데믹 상황 속에서 코로나는 소비자들의 소비패턴을 변화시켰다. 과연, 우리의 고객은 어디에서 소비하고 있는 걸까? 요즘 소비자들은 어떤 소비를 즐기고 있는 걸까?
글 _ 정인호 대표(GGL리더십그룹)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이 강조되고, 언택트와 온택트가 메가 트렌드로 자리잡은 지금. 대부분의 경제활동이 제한된 현실 속에서 각광받고 있는 분야가 있다. 바로 백화점 명품 브랜드의 ‘프라이빗 서비스’다. 거의 모든 패션잡화 브랜드가 코로나로 큰 손실을 입었지만, 명품 브랜드만은 예외다. 오히려 매출이 급등한 경우도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은 97%나 급감했으나, 백화점 1층의 명품 매장은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10% 상승했다. 현대백화점도 마찬가지다. 전년 대비 매출은 줄었지만 해외패션 22%, 리빙 20%, 골프 12% 등 각 분야 명품 브랜드의 매출은 크게 증가했다. ‘불황에도 명품은 잘 나간다’는 유통업계의 속설이 코로나 속에서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코로나도 못 말린 일부 소비자들의 명품 사랑은 샤넬에서 정점을 찍었다. 작년 5월 세계 3대 명품으로 불리는 샤넬의 가격 인상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국의 주요 백화점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가격 인상 전에 샤넬 제품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몰린 탓이다. 당시, 롯데백화점 본점에는 개장 전부터 200명이 넘게 줄을 섰고, 다른 백화점들도 긴 줄이 늘어서 장사진을 이뤘다. 코로나 감염이 우려됐지만, 이들에게는 소비가 더 중요했던 것이다.

 

곧 죽어도 명품

코로나의 위협, 경기침체 속에서도 사람들의 명품 사랑이 갈수록 깊어지는 이유는 뭘까? 유럽의 저명한 교수 ‘장 노엘 카페레’와 ‘벵상 바스티엥’이 공저한 《럭셔리 비즈니스 전략(The Luxury Strategy)》에서 그 힌트를 찾을 수 있다. 이 책에선 ‘럭셔리는 울타리 작용을 한다. 그것은 계층 간의 격차를 나타내고 재창조한다’라고 말한다.


사실 우린 예전부터 부와 사회적 지위, 개성과 취향에 따라 계층별로 폐쇄된 울타리 문화를 갖고 있었다. 이 울타리가 코로나로 인해 더욱 견고해 졌을 뿐이다. 질병의 두려움은 있지만 인간관계를 유지해야 되기 때문에 검증되고 안전한 사람, 이와 동시에 부와 사회적 지위, 취향이 비슷한 사람간의 관계에만 집중하게 됐다. 영화 〈기생충〉에서 연교(배우 조여정)가 말한 ‘믿음의 벨트’처럼 검증된 인간관계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파노플리 효과(Panoplie Effect)’라고 한다. 파노플리 효과란, 명품 브랜드를 보유하면 마치 스스로가 값어치 있는 집단에 소속됐다고 느끼는 것을 일컫는다. 일례로 이집트에서는 한 스포츠 클럽의 자동차 장식품이 사회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사람들은 그 클럽에 다니지 않음에도 이를 구입해, 차에 붙이고 다녔다. 그 이유는 해당 스포츠 클럽이 다른 클럽보다 회원료가 3배나 비싸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장식품으로라도 그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던 셈이다.

명품은 실용성 이전에 다른 집단과 구별되는 차별성과 특별함을 지닌다. 우리가 외출할 때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하듯, 특정 명품이 해당 집단에 들어가기 위한 기본조건이자 울타리 입구의 열쇠로 작용하는 건지도 모른다. 백화점 명품업계가 상류층의 프라이빗 서비스, 퍼스널 쇼퍼(Personal Shopper) 서비스와 같은 VIP 문화를 만드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여기서 잠깐, 돌발 퀴즈를 맞춰보자. VIP 고객이나 명품족이 제일 싫어하는 말이 뭘까? 바로 ‘명품의 민주화’이다. 이들은 과도한 공급으로 인해 명품 특유의 ‘희소성’이 희석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명품이 자신의 소속 집단과 타인을 구분 짓는 울타리로 작용해야 하는데, 이런 기본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고객은 절대 지갑을 열지 않는다.

 

‘아무나’가 되기 싫은 고객을 위해

VIP 고객은 자신의 울타리를 지키고 믿음의 벨트를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소비한다. 그 모습이 가장 잘 드러난 곳이 바로 ‘호텔’이다. 호텔 업계는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았지만 호텔 식당 중 외부와의 접촉이 차단된 프라이빗 룸은 오히려 예약이 급증했다. 1~2주나 앞서 예약이 마감될 정도였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더 플라자 호텔’의 중식당과 뷔페 레스토랑은 프라이빗룸 예약률이 기존 대비 15% 늘어났다. 서울신라호텔도 마찬가지이다. 단 24팀만 이용할 수 있는 호텔 최고층의 프라이빗 공간 ‘루프탑 가든’은 예약률이 전년대비 50% 이상 급증했다. 물론 호텔의 명성과 인지도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호텔들이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호텔 객실은 비었으나, 프리미엄 · 프라이빗 룸은 유례없이 큰 인기를 끌었다. ‘소수의 제한된 사람들끼리, 내 울타리 안의 사람들과 함께한다’는 대중의 심리가 드러난 것이다.

 

‘아무나’가 되기 싫은 사람들. 자신의 개성과 취향을 드러내며 특별한 대접을 받고 싶은 소비자의 심리. 우리는 여기에 주목해야 한다. 고객들이 우리의 상품과 서비스로 울타리를 치도록, 이들만의 특별한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잊지 말자. 소비자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에게 맞는 울타리를 찾고 있다. 

2021-02-01

WORK > JUMP UP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기

    최상단으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