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가 열리고 미디어가 다양해지면서 누구나 브랜드를 만들 수 있고 콘텐츠를 판매할 수 있게 됐다.요즘 브랜드들은 한정된 소비자로부터 구매를 이끌어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브랜드 이미지와 맞는 광고 전략을 따지기보다 최대한 빨리 소비자의 관심을 받아야만 살아남는 시대다. 그래서 오히려 '관종(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들이 주목받는다.
글 _ 김동욱 (브라이언에잇 대표)
필자가 마케팅을 공부하고 처음 광고 업계에 발을 내디뎠을 땐, 마케팅 이론을 중심으로 업무가 진행됐다. 《마케팅 불변의 법칙》 같은 책을 비즈니스의 바이블로 사용하며 법칙이나 이론에 입각해서 움직여야만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책에 나온 문구 그대로 광고주에게 조언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TV 광고는 보통, 대중의 관심보다는 브랜드에 적합한 이론적 전략을 우선시해 만들었다.
관종의 시대
뉴미디어가 등장하면서, 소비자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콘텐츠는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게 됐다. 과거보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관심의 경제학》의 저자 토머스 데이븐 포트 교수는 ‘관심이 어느 한 곳에 주어지면 다른 곳에는 주어질 수 없다’고 말했다. 그야말로 눈에 띄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심지어 ‘관종’으로 낙인 찍혀 냉소의 대상이 되었던 사람들이 유튜브에서는 오히려 시장을 이끄는 선망의 대상이 됐다. 바야흐로 우리는 관종의 시대를 살고 있고, 그 중심에는 밀레니얼 세대가 있다.
몇 년 전,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장에서 놀랄 만한 일이 벌어졌다. 그래피티 아티스트이자 영화감독 뱅크시(Banksy)의 작품 ‘풍선과 소녀’라는 그림이 약 15억 4천만 원에 낙찰됐다. 그런데 경매사가 낙찰 사실을 알리자마자 액자 속 숨겨져 있던 파쇄기가 작동해 작품을 찢어 버렸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고, 이는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뱅크시는 오래 전부터 작품 활동을 통해 미술계의 부조리함을 지적하고 풍자해온 테러리스트같은 작가다. 철저히 신원을 숨기고 세계 주요 도시에 그라피티를 남기는 게 특징이다. 그는 작가의 유명세만 보고 그림 가격이 치솟는 행태를 못마땅해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뱅크시가 부조리함을 조롱하는 작품을 만들면 만들수록 그의 그림 가격도 터무니없이 올라갔다. 그래서 뱅크시는 자신의 작품을 활용해 이 부조리함을 꼬집고자 했던 것이다.
관심의 파도를 타라
우리는 어지러울 정도로 복잡해진 시대 속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시국일수록 빛을 보는 건 기존의 흐름 앞에서 당당히 웃으며 자신만의 매력을 뽐내는 ‘관종’들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식상한 것에서 벗어나 자극적인 것을 원하고 있다. 세상에 온몸을 던져 용기있게 저항할 해적 같은 존재가 등장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아무나 해적 같은 존재가 될 순 없지만, 해적이 되기 위해서 ‘파도’를 타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우린 사람들의 관심과 욕심이 모여 파도치는 그 지점에 가장 먼저 올라타야 한다.
2020-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