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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이 담긴 콘텐츠가 오래간다

개성이 있다면 모든 사람의 사랑을 받지는 못하더라도 분명 그 개성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환호를 받을 것이다.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개성 있는 콘텐츠를 가진 브랜드가 팬을 얻는다. 요즘은 콘텐츠를 만들 때 개성, 자기다움을 갖느냐 마느냐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밀레니얼 세대를 맞이하는 자세다.

글 _ 김동욱 (브라이언에잇 대표)

개성이 강할수록 팬은 늘어난다

몰스킨(Moleskin)이란 노트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100쪽도 안 되는 양, 손바닥만 한 크기에 단조로운 색상의 기본 노트가 만 원이 넘는다. 동네 문방구에서 판매한다면 3천 원이면 살 정도의 노트다. 몰스킨은 스마트폰 시대에, 그것도 사양산업인 노트 시장에서 연간 천만 권이 넘는 노트를 팔고 있다. 몰스킨 노트가 사람들에게 선택받는 이유가 뭘까?


 


몰스킨은 노트의 본질을 재조명하는 콘텐츠들을 생산했다. 그 콘텐츠들로 몰스킨 노트를 단순히 메모하는 공간이 아니라, 창의성과 영감을 적는 책으로 포장했다. 노트를 자기표현의 수단이자, 플랫폼으로 만든 것이다. 이와 함께 타깃이 되는 고객들의 범위도 좁혔다. 도시에 거주하고,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들을 타깃으로 예술가, 디자이너, 건축가, 작가 등 지성인의 커넥션을 담은 콘텐츠를 만들고 전파했다. 창의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위한 노트로 자신들의 이미지를 만들어갔다. 몰스킨의 지지자 중 한 명인 에어비앤비(Airbnb) 창업자 조 게비아는 “에어비앤비라는 사업을 구상하고 실현하는 데 필요한 것들은 몰스킨 다이어리에 기록한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밀레니얼들에게 몰스킨은 자신이 크리에이티브한 사람임을, 영감이 넘치는 사람임을 표현해주는 매체가 됐다. 남들과 다른 나만의 개성과 정체성을 보여주는 좋은 표현 수단인 셈이다. 밀레니얼들은 몰스킨과 같이 개성 있는 브랜드의 팬이 되는 것을 즐거워 한다. 역시, 개성이 강할수록 팬은 늘어난다.


 

 


 

 

덕후를 위한 콘텐츠

필자는 안경이 얼굴의 일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그만큼 안경이 인상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인지 안경에 굉장히 관심이 많은데, 안경 덕후인 필자의 레이더에 걸린 브랜드가 하나 있었으니 바로 ‘프레임몬타나’다. 50대 컨설턴트 출신 남성 ‘몬타나 최’가 만든 브랜드다. 인스타그램에서 국내 신생 안경 브랜드로 화제가 되어 어떠한 광고나 협찬 없이 열성 팬들에 의해 입소문을 탔다. 론칭 당일 매출 3억 원이라는 진기록은 물론, 최근에는 면세점에 입성하기도 했다.

프레임몬타나, 왜 덕후들한테 인기일까? 가격도 3~40만 원대로 꽤 비싼데 말이다. 이곳의 안경은 클래식 콘셉트 아래 만들어졌다. 안경부터 안경집 그리고 패키지까지 어느 것 하나 클래식하지 않은 게 없다. 빈티지를 그만의 느낌으로 재해석해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디자인들이 많고, 예쁜 색감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물론 안경 덕후 몬타나 최가 직접 만든다.




그가 전달하는 콘텐츠는 덕후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안경 외에도 운동화, 패션, 빈티지를 비롯해 확실한 취향과 안목을 전달하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그는 SNS 콘텐츠도 하루 세 개 이상 올리지 않는다고 한다. 의미 없는 게시물을 만들고 싶지 않아서란다.
오래가는 브랜드는 자신의 개성, 즉 정체성을 쉽게 바꾸지 않는다. 그 정체성 안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넓힐 뿐이다. 잘된다고 대대적인 광고를 하지도 않는다. ‘프레임몬타나’가 그렇다. 몬타나 최, 그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에 집중했다. 그리고 이를 바라본 덕후들이 반응했다. 프레임몬타나를 쓴다는 게 꼭 트렌디한 안경을 쓴다는 건 아니다. 다만 ‘애정 하는 대상에 진지하며, 남다른 감각을 지닌다’란 느낌을 들게 한다.


모나지 않은 것의 최후는 평범함
‘모두를 위한 것이 되려고 하면 그 누구의 것도 안 된다’
대중적인 것이 트렌드였던 시대에서, 개성 있고 독특한 것이 트렌드인 시대가 됐다. 남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나만의 것을 지키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개성 있다’는 건 그런 것이다. 브랜드를 선택하는 기준도 양보다는 질로 바뀌고 있다. 이미 공급이 수요를 넘어섰다. 어떤 것이 생산됐다고 해서 바로 소비되지 않는다. 콘텐츠의 질적 차이가 성공을 좌지우지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동글동글하고 모나지 않은 것의 최후는 평범함이다. 누구 하나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지 몰라도, 그것 아니면 안 된다는 사람 또한 없다. 평범한 콘텐츠는 더 이상 살아남기 힘들다. 유명하지 않은 콘텐츠라도 자신만의 색과 맛이 강하다면 언젠가 팬이 생길 것이고 오래오래 살아남을 것이다. 그 맛과 색에 빠져버린 이들에게 소비되는 영광을 누리면서 말이다.

 

 

 

2020-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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